프랑스 성분명 처방률 20% 불과, 일본도 '자율'
약계, 근거 없이 '의무화' 주장, 혼란만 키워
대한약사회가 주최한 '세계약사연맹 서울총회(FIP)'에서 일부 패널이 유럽이나 일본 등이 성분명 처방을 강제화 혹은 의무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패널은 프랑스를 비롯한 다수 유럽 국가와 일본 등이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패널들간의 서로 다른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약사회측은 "알아보겠다"고만 밝힐 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1일 열린 세계약사연맹 서울총회(FIP) 코리아세션에서 곤잘로 소사 핀토 박사는 각국 의약품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 현황을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조사대상 72개 국가 중 55.5%(40개국)인 다수가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었다. 37.5%(27개국)는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했다고 발표했지만 조사의 정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랑스와 일본이다.
핀토 박사는 프랑스가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날 약사회 패널로 초청받은 스테판 삐숑 프랑스 마르세유약사회 의장은 성분명 처방이 '권고(recommandation)'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삐숑 의장은 11일 오전에 열린 제네릭 처방확대 관련 세션을 마친 직후 <의협신문>과 만나 프랑스 정부의 성분명 처방 정책을 'obligation(의무화)'이 아닌 'recommandation(권고)'이라고 밝혔다.
약사회는 프랑스의 성분명 처방 사례 발표를 듣기 위해 삐숑 의장을 이번 서울총회에 초청했다.
삐숑 의장은 "프랑스 정부가 제네릭 처방률을 높이기 위해 성분명 처방을 권고했지만 성분명 처방률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실제 성분명 처방률은 20∼30% 수준"이라고도 덧붙였다.
핀토 박사가 발표한대로 라면 프랑스는 성분명 처방 강제화 혹은 의무화 국가인데 삐숑 의장에 따르면 다수(70∼80%)의 프랑스 의사가 여전히 상품명 처방을 고수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일본 성분명 처방 의무화에 대한 사실 역시 엇갈렸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시게오 야마무라 조사이 국제 약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했다"고 했지만 핀토 박사는 설문조사에서 일본을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지 않은 국가로 분류했다.
제네릭 처방확대와 대체조제 확대 필요성을 구분하지 못해 동문서답식 토론도 이어졌다.
이날 야마무라 교수나 제임스 윌슨 텍사스 약대 교수는 "오리지널 약값보다 싼 제네릭 처방률을 높여 재정절감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는 대체조제 확대와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당장 약사회의 데이터를 봐도 한국의 대체조제율은 2% 이하로 낮지만 제네릭 처방률은 40%에 육박한다.
낮은 대체조제율이 곧 낮은 제네릭 처방률을 의미하는 유럽이나 미국과는 다른 한국의 상황을 패널들이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패널로 참여한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전 부원장은 "발표된 자료로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INN)의 개념이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며 곤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약사회는 대규모 국제 행사를 통해 성분명 처방 의무화의 공감대를 이뤄보겠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모호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의 개념과 불확실한 데이터 등으로 그 한계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