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3일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목표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으로 낮추면서 우리나라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AHA·ACC가 개정한 기준을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2015년 기준) 데이터로 분석하면 30세 이상 성인에서 이전 기준으로는 전체 32.0%(남자 35.1% 여자 29.1%)였으나, 앞으로는 전체 50.5%(남자 59.4% 여자 42.2%)가 고혈압 환자군에 해당된다.
이전 고혈압 진단 기준(140/90mmHg)으로는 고혈압 환자가 1000만명인데, 새롭게 개정된 고혈압 진단 기준에서는 고혈압 환자가 1652만 7000명으로, 약 650만명의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게 된다.
AHA·ACC는 이미 심혈관질환을 앓았거나 10년 심혈관사건발생률이 10% 이상인 고위험 인구에서 130/80mmHg 이상이면 적극적 조절(약물치료포함)을 고려하고, 그 외에는 종전과 같이 140/90mmHg 이상에서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차별적 접근을 권유했다.
개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은 미국 NIH에서 지원한 대규모 임상연구인 SPRINT 연구를 반영한 것인데, 이 연구는 혈압이 130mmHg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한 적극적 치료군이 140mmHg을 목표로 한 일반적인 치료군에 비해 25%의 심혈관 관련 질환을 감소시켰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국가 모두가 그동안 140/90mmHg 이라는 기준을 오랬동안 사용해 왔는데, 미국내에서도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나라들로부터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고혈압진료지침 2017 은 혈압은 낮게 유지할수록 심혈관질환 예방과 합병증 억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자라는 의미에서는 매우 훌륭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시스템에서의 혈압 측정 및 심혈관위험에 근거를 둔 것이라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기에 치료하자는 메시지는 우리가 받아 들여야 하겠지만, 미국의 진료지침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우리나라 진료 환경을 고려해 어떠한 기준을 제시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