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료계 무시...'답정너'식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강행"
복지부 "의료계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국민 기대 외면 못 해"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 비대위)와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 관련 의정 실무협의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결렬됐다.
의협 비대위 측은 최대집 의협회장 당선자가 '문재인 케어 저지'를 공약으로 출마해 당선된 의료계의 정서를 보건복지부가 무시하고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강행 입장을 철회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협의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는 지난 2015년 중기 건강보험 보장성 계획 발표에 따라 의료계와 협의해 급여 기준, 수가 등을 결정한 사안으로 국민의 기대가 높은 만큼 시행을 연기하기 힘들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의정 대화 중단의 책임이 보건복지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보건복지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의정 협의를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와 보건복지부는 29일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에서 10차 의정 실무협의를 했다.
이날 회의는 앞서 의협 비대위 측은 지난 23일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으로 당선된 최대집 당선인을 뜻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초음파 급여화에 대해 원론적 찬성 ▲상복부 초음파 고시 강행 중단 및 시행 시기 추후 재논의 ▲급여기준 외 상복부 초음파는 비급여 적용 ▲복지부 협상단에서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 교체 ▲방사선사의 상복부 초음파 검사 불가 등 6개 항목의 의정 실무협의 지속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보건복지부가 전제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국 규모 집회와 집단휴진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 의제도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 시행에 집중됐다.
이동욱 의협 비대위 총괄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최대 지성인 집단이자 온건한 단체인 의협 회원들이 문케어 저지라는 공약을 내세워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것은 정부의 일방적인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 추진 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보건복지부에 이런 의료계 정서를 존중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이렇게 의료계를 무시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 3년간(최대집 당선인 임기 동안) 의정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의료계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최대집 당선인도 같은 생각이다. 다만 기만적인 환자 본인부담 80%의 예비급여는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제고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본인부담이 높은 예비급여 시행은 환자는 물론 진료현장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이다. 일단 4월 1일 시행을 연기하고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보다 안전한 제도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는데 보건복지부는 일방적인 강행 태도를 고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연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고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협상 태도를 보였다. 한 마디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대답만 해)'식 태도였다. 의정 관계 경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부로 의정협의는 중단됐다. 향후 문케어 관련 의정 대화는 없을 것이다. 집단행동을 하라는 태도를 보였다. 굉장히 유감"이라면서 "의료계를 무시하는 보건복지부의 협의 태도에 의협 회원들은 분노할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말을 물가에 끌어갈 수는 있어도 강제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인 관치의료 정책을 강행하는 보건복지부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집단휴진 등 향후 대응 방안은 최 당선인과 협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에 관해 의료계와 협의해 급여 기준과 수가를 정했고, 제도 시행이 이미 발표돼 국민의 기대가 큰 사안이어서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협 비대위의 요구조건은 수용할 수 없었다. 국민과의 약속이고, 기대가 커서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의료계의 이해를 간곡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손영래 예비급여과장도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는 2015년 중기 건보 보장성 강화 계획에 포함된 사안이다. 2016년에 의료계와 수가 등 공동으로 작업을 했다. 환자들이 급여화를 기다리고 있다. 의료계의 협의 없이 제도를 강행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의협 비대위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연기 주장하며 제시한 이유들도 수용하기가 어려웠다. 의협 비대위는 1회 건보 적용 후 변화가 없는 반복 초음파 검사와 단순한 이상 확인을 위한 초음파 검사의 비급여 존치를 요구했다. 이는 중증 질환 관련도 아니고 전체 초음파 검사의 5% 수준 정도 차지하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전체를 연기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료계가 의정 실무협의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하는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이나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의사 출신 공무원으로 보건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할 인재들이다. 의료계도 (그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 의정 실무협의 위원(병원협회 대표)은 협상 단원을 바꿔달라는 (의협 비대위의) 요구에 대해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과장은 "보건복지부는 의정 실무협의에 대해 전체 논의를 통해 입장을 정리한다. 내가 협상단에서 빠진다고 해도 논의 내용을 검토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내가 협의에서 빠지는 것은 논의의 효율성만 떨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 비대위의 대화 중단 선언에도 보건복지부는 의협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손 과장은 "문케어 추진을 위해 의료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번 대화 결렬로)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어렵겠지만 의료계와 대화를 계속 시도하겠다"면서 "다만 문케어 일환으로 7월 시행 예정인 상급병실료 급여화와 노인 임플란트 급여화 등은 의협과 크게 관계가 없는 사안이어서 추진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600개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는 의협과 협의해 정돈할 필요가 있는데, 의료계와 대화를 재개할 방법을 고민해 보겠다"면서 "의료계의 집단휴진은 쉽게 꺼낼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반 사회에서 어떻게 바라볼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가 국민 피해가 심대한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