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새벽
그대는 나의 유일한 편지여서
내가 쓰고 뭇사람이 읽습니다
그대로 인하여 또 하루를 걸어갈 수 있어
우레 섞인 소나기를 밤새 우려낸
진한 먹물로 써내려 갑니다
그대의 목청이 갈증에 야위어 갈수록
호흡은 밭은기침이 되어
바스러진 사연이 글씨만 남기고 흩어질까 두려워
연민에 젖지 않을 걸음걸이를
그대의 발자국에 포개며
글자 하나에 걸음 하나씩 얹어
자리끼 위로 떠오릅니다
동녘의 사람들이 일제히 읽고
나는 여전히 그대를 씁니다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문학청춘> 등단(2013)/한국의사시인회 초대회장/시집 <가라앉지 못한 말들> <두근거리는 지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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