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무화에 대한 솔직담백한 고찰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대한 솔직담백한 고찰 

  • Korean Medical Anonymous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1.06.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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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잠재적 범죄자=감시 대상으로 전락 
"내 신체 담은 수술영상, 떠돌아다니면 어떡하나요?"

Korean Medical Aanonymous ⓒ의협신문
Korean Medical Anonymous ⓒ의협신문

■ 코리안 메디컬 어나니머스?(Who's Korean Medical Anonymous?)
바야흐로 초고령화와 국제 감염병 시대다. 의료는 값이 날뛰는 불안정한 시장이 되고, 표를 움직이는 정치 무대가 되기를 욕망하는 리스크는 폭증하고 있다. 한데 한국 의료계에서 전문가를 지우고, 영역 특수적 분야를 투전판으로 만들기엔 우리의 건강과 생명이 '너무' 중하다. 이름 없는 젊은 의료인과 법조인 그룹이 공론의 장을 연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모두의 이름이 된다.

90년대 초반 주말 저녁,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인상 깊었던 '공개수배 사건 25시'에서는 다소 기괴한 느낌을 주는 몽타주와 함께 용의자에 대한 제보를 요청하곤 하였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현장을 살피거나 사람들의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한 그림은 흉악범죄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거나 신출귀묘한 탈주자들을 추적하는 데에 있어서 아주 신통하지는 못했다. 옛날이었다면 유유히 거리를 활보하면서 어둠을 드나들었을 흉악범죄자들은 최근 곳곳에 설치된 CCTV의 그물망에 속속 걸려들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연쇄살인 사건은 이미 십수년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거리의 CCTV들은 분명 범죄를 낮추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강력한 입법 권력을 획득한 여당은 수년 간 반복되는 찬반의 첨예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했던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대한 추진 의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히고 있다.

찬성 측은 수술실에서 벌어지는 대리수술과 같은 불법 의료행위나 성범죄와 같은 파렴치 범죄로부터 환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목적을 입법의 취지로 제시하고 있다. 잠재적 범죄를 예방에 대한 CCTV의 효과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러한 명분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임에 틀림없다.

환자로서 존재해야 하는 수술실은 생명과 건강의 회복을 바라는 나의 가장 간절한 마음이 향하는 기도의 공간임과 동시에 완전한 타인인 의사로 하여금 나의 가장 내밀하고 소중한 신체와 생명을 위탁해야 하는, 본능적 공포를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 간절한 마음을 배신한 파렴치 행위들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고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방안을 촉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사와 환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생명을 구하는 공간. 가장 보호받아야 할 수술실 공간에 CCTV를 설치하려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협신문
의사와 환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생명을 구하는 공간. 가장 보호받아야 할 수술실 공간에 CCTV를 설치하려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협신문

범죄행위 '분노'는 당연…그럼에도 CCTV 강제가 반갑지 않은 이유 

의사의 입장에서 수술실은 환자를 치료하는 최선의 결과를 이루기 위한 성취의 공간임과 동시에 잠재적으로 직면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상황을 대처하고 극복해야 하는 고난의 장소이기도 하다. 본인의 소임을 다하며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은 직업 활동의 보편적 특성일 수도 있겠으나, 의료의 영역에서는 기대와는 어긋난 결과가 직접적이고 심각한 피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행위는 항상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의사들은 본인의 의료적 판단과 행위에 수반되는 잠재적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는 데에 능숙하다. 이는 의사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모습이기도 하며 동시에 환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행위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방어 기제가 과잉 작동할 경우 최선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료로부터 오히려 멀어질 수도 있다는 의료의 매우 민감한 특성에 대해 보다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례를 들면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일반적 기준에서 벗어난 의료 행위라고 할지라도 최선의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일말의 기회를 시도하기보다는, 제도적으로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최선'을 역할의 한계로 인정하면서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는 결정이 바로 그러한 모습이다.

거시적으로는 심각한 의료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는 영역, 생명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위험과 맞딱뜨리는 소위 바이탈과와 필수 의료를 아예 벗어나고자 하는 의사들의 경향 역시 그러한 방어 기제의 결과일 수 있다.

의사들이 CCTV 의무화를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는 스스로를 잠재적 죄인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감시 체계 하에 놓여지지 않고자 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고도로 통제된 의료 환경이 부정과 일탈을 억제하는 데에 효과를 거두고 있으나, 일선의 의사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소신과 최선에 근거한 의료가 아니라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향의 의료를 행하는 데에 보다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통상적 의료 행위의 결과에 대해 형사 처벌로 엄격하게 다뤄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의사들은 진료나 수술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과실이 내 경력과 인생을 완전히 망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진 채 현장에 임하고 있다.

고위험 의료 행위의 위축이나 면피성 과잉 검사와 치료가 만연해질 수 있다는 볼멘 소리는 공허하게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를 지향하는 과정이라고 과연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을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소수의 의사들을 의사 집단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 자업자득의 결과라고 뒤섞어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한 의사들을 속속들이 골라내고 처벌하는 것은 자율징계에 대한 권한이 전혀 없는 의사들에게는 본연의 책임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부도덕한 의사들을 찾아내어 고발하고 적극적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이와 별개로 그러한 파렴치한 일련의 범인들과 전체 의사 집단이 함께 묶여 취급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 부도덕한 욕심을 채우는 극히 소수의 행태를 감시하고 예방하기보다는,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의 잠재적인 과실 가능성을 밝히고자 훨씬 더 많이 활용될 것이 뻔한데 어떤 이들이 이러한 방안에 선뜻 동의할 수 있단 말인가.

[수술실 CCTV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수술실 CCTV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CCTV '효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강행하기엔 

근본적으로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정치권은 얼마나 신중하고 인식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사한 사례로 언급되는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와 관련한 이슈를 들여다보자.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아동 폭력 사건은 어린이집의 취약한 보육 환경과 관련한 사안이었는가? 폭력에 취약한 보육 환경 때문이라면 관련 요소들이 무엇이었을까? 그 중 어떤 요소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질까? 감시의 강화라는 것이 그러한 요소들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인가?

이 같은 중요한 질문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평가하였는지, 이를 근거로 취약 요소를 근절하기 위한 정책들은 얼마나 고안하고 추진을 위해 노력했는지 의문스럽다. 종종 이러한 정책들은 첨예한 사람들의 갈등을 조율하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요하는 방안이면서도 그 효과는 느리고 분명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판단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여전히 많은 부모들은 불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어린이집 교사들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반발도 작지 않다. 아이를 사회에 맡기고 키울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이 법은 과연 얼마나 공헌하고 있을까?

다만 CCTV 의무화에 대한 근거는 CCTV의 효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지나지 않았다. 아동 폭력에 대한 예방 효과와 함께 수반될 수 있는 사회 비용과 위험에 대한 평가, 대안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반영하여 포괄한 정책으로 성숙하는 과정에 이 법안에 반영되었을까? 기본권 침해 위험성이 매우 높은 네트워크 카메라에 대해 본회의 막판에서야 제외된 어린이집 CCTV 법안의 졸속 처리 과정은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그저 여론을 등에 업은 찬성 측의 논리만 반영된 일방적인 정책적 기조는 오늘도 여전하다.

사회의 현상이나 문제와 관련하여 특정 대상 집단을 원인으로 규정하여 그들을 통제하고 처벌하는 방식의 접근법은 권력의 효능감을 높이며 힘을 과시하는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사회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절히 조율하고 타협하면서 최선의 방안에 접근하는 정치의 정수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 수술실 CCTV 의무화를 둘러싼 갈등은 진정 국민들이 바라는 변화 방향에도 전혀 부합하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환자들이 의료 현장에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의사들의 본연의 업무와 역할에 벗어나지 않고 충실히 최선을 다함에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모순은 이 법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대상은 의료 사고의 위험이 높은 과, 즉, 환자의 생명에 가장 가깝게 종사하고 있는 바이탈과, 필수 의료 일선에서 헌신하는 의사들이라는 점이다. 환자 안전을 위한 다양한 이슈에 있어서 본연의 책임을 다하며 선량하게 본연의 업무에 임하는 절대 다수의 의사들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잠재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상자로 감시받아야 한다는 이 상황에 상당히 충격을 받고 있다.

진정 예방하고자 하는 파렴치 범죄들을 막고자 하는 목적에만 한정될 수 있다면 의사들 스스로도 그 방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겠으나, 현재의 방안은 CCTV 설치를 통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나 잠재적 위험을 감안했을 때에도 일방적인 의무만 강제된다. 최소한 의사들이, 또는 의료기관이 스스로 CCTV를 설치할만한 유인을 제공하거나, CCTV의 설치 여부에 대한 가치가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아무리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끊임 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아무리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끊임 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의사, 환자, 우리 모두의 프라이버시를 위하여 

CCTV 영상은 여타 의료 개인정보와 전혀 다른 수준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은밀한 신체 부위나 신체 내부와 같은 장면도 기록되어 양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영상 자료들은 불온한 생각과 욕구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유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실상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영상의 촬영 자체보다는 관리와 보안 유지와 관련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은 법안의 내용이 신중하게 고려되지 못했다는 근거이다.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재원은 전혀 고려된 바가 없으며 그저 설치와 촬영 자체에만 방점이 찍혀있을 뿐이다. 다양한 의료기관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제한된 특수 공간인 수술실에서 영상 촬영만을 강제한다면 철저한 방법에 따라 안전하게 영상이 확보되고 보관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분명히 간과되고 있는 것은 환자와 의료인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본권에 대한 요구 수준과 감수성이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낮아서 이를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수술실 상황을 '알 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참으로 탄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잠재적 피해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인식이 이뤄지지 못한 덕분에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제대로 된 논의가 아예 이뤄지지 못한 탓이라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과연 수술실 영상은 철저한 보안과 관리를 통해 유출의 우려가 전혀 없으니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법의 위력을 신뢰하는 자들은 이에 대해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여건과 상황에 있어서 개별 기관에서 적용 가능한 보안과 관리의 수준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N번방이나 웰컴투비디오는 여전히 우리 사회 어두운 세계에 존재할 것이며, 수술실에서 생산된 영상 자료가 어둠의 경로를 통해 유통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 민감한 신체적 정보를 수집하고 변태적 관심을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분명히 드러난 사실이니 말이다.

현재의 법안에서 이러한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현재의 법안이 얼마나 성과주의의 조급함에 빠져서 제기된 것인지를 입증한다.

파렴치한 의사보다 사명감 있는 의사가, 잘못된 수술보다 제대로 된 수술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실에 cctv 설치를 강제하는 법률을 만들자는 것은 소수의 파렴치한을 잡기 위해 다수의 선량한 자들을 상시 감시해도 괜찮다는 전제가 바탕이 된다. 이 설치로 인해서 환자와 의료인, 의료기관 종사자의 기본권인 프라이버시권은 당장 침해되는 반면, 지키고자 하는 기본권(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의 알권리)은 예외적으로만 발생할지 모르는 권리로만 남게 된다.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수호하고자 하는 기본권과 형량하여 그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한 고려가 없는 것이다.

진료 종료 후, 환자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영상 폐기를 요청하더라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향후 환자가 마음을 바꿔 문제를 제기할지 모르니 일정기간 보관해야 한다' 고 주장할 수도 있다. 환자는 영상 보관 중 영상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 또는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신뢰하지 못하고 불안해할 수도 있다.

바야흐로 불신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 의료기관에는 피용자 입장의 의료진들도 존재하는데이 영상이 피용자에 대한 노동감독의 방법으로 사용되지 않으리라는 안심 역시 할 수가 없다. 불신으로 비롯한 상황에서 충분한 고려 없이 규제의 방법만을 늘려가는 것이 과연 사회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이 될지 고민해야 한다.

질병 치료는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에서 출발한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질병 치료는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에서 출발한다. [사진=pixabay} ⓒ의협신문

'채찍 보다 당근'으로 자발적 설치 유도해야 

조금 관점을 바꿔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토록 CCTV를 통해 수술 영상 자료를 확보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진정 대단하다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이렇게 첨예한 갈등을 양산하면서 시름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유롭게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어서 실질적으로 각 기관들은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 많은 환자들이 수술실 CCTV 설치 여부를 의료기관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로 판단하고자 한다면 의료기관들은 그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CCTV 확충에 나서게 될 것이기에, 지금의 난리법석은 꽤나 쓸데없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대리수술로 파문을 일으킨 기관 인근의 다른 병원에서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공간까지 보호자에게 제공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환자들의 요구와 관심이 높다면 의료기관과 의사들의 인식 전환과 필요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하게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경쟁과 변화를 통해 환자들의 필요와 의사들의 이해가 합의점을 찾는 지금의 모습은 사회 구성원들이 적절한 변화의 방향을 찾고 조율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CCTV 설치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좀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CCTV 영상을 촬영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보다 나은 방법이다. 필요와 요구에 따라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조를 바탕으로 저변을 확장하려는 노력 없이, 강제적으로 일괄적인 감시 환경을 조성하자는 주장은 그 정책의 취지에 관계 없이 갈등만 더욱 부추기며 부작용만 낳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어린이집 CCTV 의무화 이후에도 여전히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폭력에 노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멈추지 않으며 어린이집 교사들은 감시 환경에서 기본권 침해를 호소하며 직업적 자부심을 잃어가고 있다. 과연 최근 시간 동안 부모들은 세상이 안전하다고 믿으며 아이들을 더 낳고 기르고자 하였는가. 이러한 갈등과 손해를 가볍게 치부하며 효율성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행태는 건강한 민주 사회에 대한 지향점과는 분명 동떨어진 모습일 것이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의사의 입장에서 당연히도 결코 달갑지 않다. 이러한 요구에 대한 이유에는 공감하지만, 제시된 해법이 의사 본연의 자율적 기능을 침해할 수 있으며 비효율적이고 심지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다 진정성 있는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보다 충분한 보호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환자들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지 의료계의 더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수술실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배격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며 환자를 이해하는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 환경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결국 의사와 환자의 상호간의 이해가 절실하다. 적절하게 환자들을 안심시키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의사들은 그 자율적 판단과 행동에 근거하여 환자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타협점을 모색하기보다는 신중히 고려되지 못한 강제적 감시 수단이 유일한 방안인양 여론을 호도하면서 결국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기 어려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은 실로 아쉽다.

현실적 문제와 잠재적 대안은 무엇인지 당사자들과 제대로 소통하며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주장만 오가며 법으로만 갈음하고자 하는 정치는 정도가 아니다.

의료의 자율과 발전, 환자의 기본권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히 귀기울이며 부디 훌륭한 협력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칼럼이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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