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입구 CCTV 설치 제안..."국민·의료인 공감하는 법안 마련해야"
"헌법이 보장한 의사·의료진 '인권' 무시...직업 수행의 자유 침해" 비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가 "의사와 의료진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법안 논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7일 성명을 내고 "의사와 의료진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고,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술실 CCTV 설치가 과연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면서 "인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3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며 기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자가 최고의 의료를 제공받고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듯이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위해 헌신하는 의사와 의료진의 기본적인 인권 또한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한 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수술실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응급 수술부터 예정된 수술까지 다양한 수술이 이뤄지는 특수한 진료 현장"이라며 "이곳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고도로 숙련한 의료진의 팀워크가 필요하며, 수술 집중을 방해하는 어떤 환경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수술 집도자의 집중력을 흩뜨리고, 수술을 보조하는 의료진의 활동에 방해받는 요소는 단호하게 배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은 고도의 학문적 지식과 숙련된 술기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의료 행위이고, 집도자는 누구로부터도 간섭받거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상황에 맞닥뜨려 수술을 실패로 이끌면 안 되고, 수술의 실패는 곧 환자의 불행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는 것.
협의회는 "수술과 수술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단순한 논리에 근거한 CCTV 설치 주장이 오랜 시간 지속해오고 있지만, 수술실 CCTV 설치가 가져올 엄청난 문제에 대한 이해와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자 개인의 질병 치료 수단의 하나인 수술이 과연 공공복리에 해당하는 문제인지도 추가로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협의회는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모든 과정을 '공공'이라는 단어로 묶어버리면, 국민의 권리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할 법 개정이 국민의 권리를 억제하는 도구로 이용된다면, 환자의 인권은 사라지고 법에 시달리는 국민이 존재할 뿐"이라고 걱정했다.
협의회는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을 예방하고, 의료 사고 시 분쟁 해결의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며, 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법으로 정해야 할 일과 정하면 안 되는 일을 구분해 처리하는 것이 법률 제개정권을 가진 국회와 정부의 역할"이라며 "단순히 국민의 감정적 분출에 편승해 무리하게 법제화 시도에 나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반드시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법으로 개정될 경우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가 생겨나지 않을지 충분하게 살펴 국민과 의료인 모두가 공감하는 법이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합심해 다른 방법을 먼저 찾는 노력을 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