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인기영합주의 법안 발의 위헌적 요소 다분…법안 즉각 철회해야"
"환자 민감한 신체 부위 노출·의료기관 종사자 사생활 감시...인권 침해"
대한지역병원협의회가 21일 성명을 통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발의는 반인권적"이라며 "위헌적인 법안은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정치권에서 찬반 논쟁이 격렬한 상황이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처리를 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논의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여당은 법안 통과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병협은 "여당이 느닷없이 정치적인 이슈로 만들고, 다수 의석이라는 힘을 빌어 법안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와 국민, 의료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반민주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 내 특정 대선 출마 후보의 강한 염원이 담긴 정책으로 출발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그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편이 아니라 인기영합적인 정치판의 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개탄했다.
지병협은 "수술실 CCTV 설치법의 반인권적, 위헌적 문제점에 대해 수 차례 지적하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일방적인 입법 강행을 우려했다.
지병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필요성의 가장 중요한 논리적 근거가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을 예방하고, 의료사고 시 분쟁 해결의 증거로 활용하기 위함에 있다면, 정부와 의료계가 합십해 문제점을 해결할 다른 방법을 먼저 찾는 것이 순서"라고 밝혔다.
"CCTV는 기본적으로 감시가 목적인 장치"라고 지적한 지병협은 "감시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으로, 의료진을 포함한 근무자들을 감시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환자들의 사생활을 동시에 감시하는 것이기도 해 해킹을 포함한 어떠한 이유로 유출되는 경우 의료진보다는 환자들의 사생활 침해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난과 절도 사고 예방을 위해 탈의실에 CCTV를 설치하지 않고, 낙상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목욕탕 내에 CCTV를 설치하지 않으며, 체벌이나 따돌림을 감시하기 위해 교실 내 CCTV를 설치하지도 않는 이유는 민감한 신체 부위의 촬영이 필연적이어서 유출의 위험성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
수술실 CCTV는 근무자들을 감시하고,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지병협은 "체벌이나 따돌림을 감시하기 위한 교실 내 CCTV는 학생이나 선생님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전용돼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는 민감한 신체 부위가 노출될 수도 있고, 직원이나 의료인들에 대한 감시 장비로 전용될 소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이 감시 장비가 의료진의 적극성을 훼손시켜,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적극적인 수술이 환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위급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 적극성은 훼손되고, 소극적인 수술로 5년 이상 생존해야할 환자가 2년 생존으로 바뀌고, 수술로 마무리되어야 할 환자가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면, 그 책임은 의사가 아닌 CCTV에게 물어야 하며, 더 근본적으로는 법안 개정자들에게 귀속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병협은 "수술과 수술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단순한 논리에 근거해 CCTV 설치 주장이 오랜 시간 지속해오고 있다"며 "수술실 CCTV 설치가 가져올 엄청난 문제에 대한 이해와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려면서 "정치권이 '국민이 원한다면 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라 의료계가 아무리 반대해도 국민을 앞세워 CCTV 설치를 의무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인기에 영합해 만든 정책으로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