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한의원 전용 온라인 쇼핑몰 전문의약품 40여종 버젓이 판매
의료계 "환자 피해 우려...한의원에 전문의약품 공급 차단법 개정 필요"
한방병원과 한의원을 상대로 응급의약품인 에피네프린부터 스테로이드제제인 덱사메타손, 마취제인 리도카인에 이르기까지 전문의약품 판매 행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와 감사원 등이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제도적인 허점이 여전한 탓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방 병·의원 전용 쇼핑몰을 표방한 일부 온라인 업체에서 여전히 한의원 등을 상대로 전문약을 판매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격인 A업체의 경우 응급의약품인 에피네프린부터 스테로이드제제인 덱사메타손,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에 이르기까지 44종의 전문약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업체는 상호와 사업자번호·업태 등을 확인받은 후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데, 회원 가입 후에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이들 의약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은 의약계 안팎에서 수차례 논란이 된 바 있으나, 사실상 불가하다는 것이 법원과 정부의 판단이다.
현행 법률은 한의사의 임무를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한의사로 하여금 그와 관련된 한약 및 한약제제 등을 투약하거나 처방·조제하도록 하고 있다.
한의계는 "법률상 한의사가 전문약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문약 사용을 주장하고 있으나, 법원은 한의사가 전문약을 사용하다 적발된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 즉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고 있다.
실제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2013년 봉주사요법을 시술하면서 리도카인 약물을 주사기에 섞어 사용한 한의사에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한의사가 전문약을 처방하고 그 비용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판결문을 통해 "현행 법률 규정을 종합해 볼 때 한의사는 한약과 한약제제를 조제하거나 한약을 처방할 수 있을 뿐 일반의약품 또는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할 권한이 없음이 명백하다"며 "(한의사가) 전문약을 처방·조제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 밖의 행위해 해당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보건복지부 또한 "(이러한) 법원의 판례를 존중해 원칙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확인해 왔다.
감사원은 지난해 의약품 안전관리실태에 관한 감사를 진행하고, 보건복지부에 "한의원 등에 공급되는 전문약 현황과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전국 한의원 5773개소에 스테로이드제 64만 2408개를 포함해, 총 360만 261개의 전문약이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70억원 규모다.
감사원은 "한의원에 공급된 전문약 가운데 스테로이드제, 국소마취제, 항생제 등은 주사부위 통증 등 부작용부터 폐렴·결핵과 같은 감염증과 위궤양, 아나필락시스 쇼크, 뇌염, 간 괴사 등 중증 부작용까지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품목"이라고 지적하고, 정부에 "전문의약품 사용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인은 면허된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전문약은 전문지식에 따라 사용하지 않으면 부작용 위험이 높아 환자를 사고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며 "한약 및 한약제제가 아닌 의약품에 대한 한의원 공급을 차단하는 조속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