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TV 좌담회, 전문가들 중환자치료 현황 및 과제 점검
"위드코로나 하려면 중환자 급증 대비한 인프라 속히 갖춰야" 목소리
확진자수 늘면 중환자·사망자수 비례해 증가…개인방역 철저 준수 강조
경증에서 중증 진행 차단도 중요…생활치료소·재택치료 시 고려해야
열악한 국내 중환자실 현실…병상 및 인력, 이송체계 등 역량 보강 시급
'위드 코로나'를 하려면 중환자 급증에 대비한 인프라를 속히 갖춰야 하고, 열악한 국내 중환자실의 현실을 고려해 병상 인력 이송체계 등 역량 보강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4일 현재 발생한 사망자는 24명으로 지난 10월 24일의 21명 이후 11일 만에 20명대를 기록해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채널인 KMA TV는 지난 10월 27일 '위드 코로나 시행에 따른 준비와 대책'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전반적인 예측 및 문제점을 점검했다.
이어 지난 11월 3일에는 '단계적 일상회복으로의 전환에 따른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의 방향성'을 주제로 두 번째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의협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 서지영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홍석경 교수(서울아산병원 중환자 외상외과)가 KMA-TV 스튜디오에 출연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KMA-TV 좌담회 전체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dQd-WrcflDw)
■ '위드 코로나' 추진 시점 "아쉽다" 평가
서지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환자에 대한 병실·시설·인력 등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진행됐기 때문에, 중환자 관련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통해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라며 정부가 11월부터 시작한 '위드 코로나' 추진 시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염호기 위원장은 "코로나19 중환자를 줄이려면 코로나19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에 2%대 사망률을 보이다가 지금은 0.6% 사망률을 보이지만, 확진자 수와 중환자 수는 비례하기 때문에 중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확진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
염 위원장은 "백신 접종률이 올라갔기 때문에 위드 코로나를 11월부터 시작한다고 했는데, 이는 국민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백신 접종만으로는 코로나19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위드 코로나를 하면서 환자 수가 늘었다. 우리는 4차 대유행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위드 코로나를 도입하는 시기가 빨랐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위드 코로나 도입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19 경증 환자 → 중증으로 악화 차단 중요
염 위원장은 코로나19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위원장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생활치료소와 재택치료의 부실한 운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경증에서 중증으로 악화하기 전 적절한 개입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증 상태라도, 고위험 환자에게 효과가 입증된 항체치료제를 우선 투약하거나 조기에 병원 이송을 결정하는 등의 조치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생활치료소와 재택치료 시스템에 접목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홍석경 교수도 중증환자가 늘면 사망자 수도 함께 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홍 교수는 "중환자의학회는 질별관리청에서 주는 자료를 토대로 매일 위중증 환자 수를 파악하고 있는데, 코로나19 대유행 시점에 중환자 수가 급증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1500개 정도의 중환자 병상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미 70%가 찼을 만큼 포화상태이고, 위드 코로나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면 앞으로 중환자 병상이 급속히 소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코로나 중환자 병상 더 늘려라" 행정명령…비코로나 중환자는?
비(非)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축소되는 것 또한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비코로나 응급환자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인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코로나19 중환자의 대책 마련과 동시에 비코로나 중환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
홍 교수는 "위드 코로나 후 최대 코로나19 확진자수가 1만명까지 늘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정부도 병원에 중환자 병상을 더 늘리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1%로 운영이 됐는데, 앞으로 2.5%∼4%까지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일반 중증환자, 수술 후 중환자실을 이용하는 환자가 있는 상황에서 40% 정도를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위해 사용한다면 일반 중증환자를 치료하는데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로 인해 비코로나 환자에 가해지는 부수적 피해가 우려된다"며 비코로나 환자에 대한 관심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서 교수는 "현재 정부의 유일한 대책은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중환자를 담당하게 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에 따른 부작용을 일선 병원들에게만 지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 교수는 "감염병 재난상황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확산할 당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중환자 컨트롤타워를 가동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실질적으로 이뤄진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또 "중환자 전담병원도 언급했다. 일부 병원을 모아서 전담병원을 만들자고 했고, 전담병원으로 모인 환자 중 초중증 환자만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에 돈을 주고 환자를 치료하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 같다. 정부가 너무 쉬운 방법만 쓰는 것 같다"고 일침을 날렸다.
■ 중환자 병상 수 확보해도 중환자 전담 전문인력이 없다
전문가들은 중환자 병상 수를 확보한다고 해도, 중환자를 전담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 교수는 "다른 선진국의 중환자실에 비해 우리나라는 특히 인력적인 면에서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환자 전담의 수가를 신설하고 상급종합병원에 중환자 전담 전문의가 있어야한다는 기준이 생기면서 중환자 전담 전문의를 만들었으나 해당 기준에 맞추기에만 급급할 뿐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염 위원장은 "중환자 전담 의료인력은 단시간 훈련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지금이라도 대책을 준비하지 않으면 병실이 남아도 중환자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교수는 "정부에서는 상황 악화 시 공공의료 인력이나 민간의료 인력을 동원하겠다고 하지만, 각 의료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며, 의료인 역시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입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므로 중환자 전담의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 공간을 확보해도 인력까지 채워지지는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의료의 질 하락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중환자 전용 구급차' 전국에 3대…중환자 이송 시스템 비상
코로나19 중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해야 하는데, 이송할 수 있는 전용 구급차가 전국에 3대밖에 안 되는 것도 문제로 대두됐다.
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 이송수단은 서울시와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SMICU가 유일한 실정"이라며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가 대폭 증가하면 병원, 생활치료소, 재택치료 등에서 중증으로 급격히 악화할 확률도 높아져 중환자 이송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 위원장은 "중환자 구급차 부족으로 이송 도중에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최소한 광역시 단위에 1대 정도 구비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돈만 조금 투자하면 중환자 구급차는 많이 만들 수 있는데, 방역 당국이 왜 이런 곳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질타했다.
홍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2년이 지나도록 중환자 이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중환자 구급차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국에 3대밖에 없다는 것에 화가난다"고 답답해 했다.
■ "정부의 협조와 전문가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 호소
전문가들은 평소 중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구조와 인력 등을 갖췄다면 지금의 위기도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 교수는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동일한 인프라에서 코로나19 중환자에 대한 의무만을 의료기관에 전가해서는 안 되며, 정부와 국민 모두가 중환자치료분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위드 코로나'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로 받아들여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홍 교수는 "향후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중환자실 인프라 등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상황에 대비해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긴밀한 협조와 함께 정책 수립 시 전문가 의견을 경청해 줄 것"을 당부했다.
염 위원장은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늘면 중환자도 함께 증가한다. 그래서 신환자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백신만 접종하면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해서는 안 되고, 개인 및 집단 방역 수칙을 잘 지켜 확진자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