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코로나19 상황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 마련 위한 좌담회' 열어
전문가들 "응급실 포화상태...응급실 인력충원 등 현실적 대책과 지원" 강조
현장 응급의료진 '번아웃'..."그러나 환자 생명 지키기 위해 최선 다하는 중"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세로 위중증 환자가 쏟아지면서 응급실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15일 응급의료체계 위기와 대안마련 등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이 참여했다.
■ 응급의료 현 상황은? '갈 곳 없는 환자들'
최석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는 소속 병원의 사례를 들면서 "음압격리실이 없어서 병원을 증축하고 시설을 마련하는 중이었는데, 병상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환자를 받아야 했다. 그만큼 환자가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의료의 재난상황이다. 교과서적으로 의료역량을 초과하는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의료적인 재난이라고 한다. 현장 응급 의료진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좌절감, 위기의식은 언론보도보다 훨씬 더 심하다"고 전했다.
■ '관문' 응급실, 코로나 환자 폭증으로 발생되는 문제는?
이형민 회장은 "코로나19 환자나 발열 환자, 다른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아서 응급실 입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력과 시설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환자들이 대기하는 동안 의료진들이나 접수하는 분들과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응급실 의료진이 이런 부담까지도 해결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석재 이사는 "코로나 환자와 코로나 의심환자를 포함해서 모든 응급실 진료가 정체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접 PCR검사를 하는 병원이라면 8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그 외에 직접 PCR검사를 하지 못하는 병원의 경우는 18시간에서 24시간까지도 걸린다. 그러다보니 한 번 음압병실에 들어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결과 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된 환자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응급실 내에서 확진자 발생 시 심각한 행정적 부담까지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환자 진료에 전념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현실은 행정적인 업무가 늘어나고 복잡해졌다. 코로나 양성 환자가 나오게 되면 병원 내 감염관리실과 지역 보건소, 방역 택시, 이송 업체 등 전화업무만 2~3시간 소요된다. 전화에 매달려 있으면 환자를 볼 수 있는 인력은 줄어든다. 특히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사망하게 되거나, 사망 상태로 오시는 분이 코로나19 양성이 되면 복잡해진다. 다른 병원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 열악한 응급실, 의료진 격리 시 추가 파견이나 지원이 없다
최석재 이사는 "추가적 지원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간호사들도 사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병원의 경우 간호사가 처음에 16명이었다가 지금 9명이다. 응급실은 확진 환자를 보지 않지만, 확진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환자들을 볼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특히 응급실에서 델타변이로 양성이 많이 나온다. 장염이나 교통사고 환자로 내원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양성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그 환자와 접촉한 응급실 의사도 양성이 나와 격리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회장은 "요즘 코로나19 환자들이 2~3일 이상씩 응급실에 누워있기 때문에 응급실로 환자 식사가 올라오는데, 이런 일은 지난 16년간 근무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 환자 재실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응급실이 코로나 노출로 격리되었다고 해서 병원 차원의 인력지원이나 추가보상은 없다. 게다가 양성이 나온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은 격리가 된다. 인력이 빠져나가면 대체할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사람들이 결국 커버를 해야 해서 부담감은 더 커진다. 특히 코로나19 무증상 비율이 20~30%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혀 예상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최석재 이사는 "의료진 노출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폐소생술 환자가 들어왔는데, 보호장구도 넉넉지 못한 상태에서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방호복도 입지 못하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후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니 양성이 나왔다. 그 중 전공의 한 분은 중환자실까지 갈 정도로 위험에 빠졌었다"며 관련 일화를 소개했다.
이형민 회장은 "올해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필수과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코로나19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인기과의 경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초창기부터 코로나19와 싸워 온 대구경북 지역의 응급의학 전공의들이 거의 지원을 안했다는 것을 듣고, 그만큼 코로나19로 의료진이 느끼는 위험성이나 피로도가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응급실 포화상태, 꽉 막힌 응급실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재택치료자에 대해 가벼운 의료요구는 재택치료자를 위한 단기치료센터 방문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수술이나 분만, 투석 등은 전담병원을 지정해 해결해야 한다. 또 확진자를 위한 특정 격리실이 아니라 하나의 센터에 모아 다시 응급환자 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응급실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 그 센터로 바로 보내서 그 안에서 다시 응급환자 분류를 하고, 재택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환자들은 재택으로 다시 보내주고, 보건소나 지역이랑 연계를 하고, 또 중환자실이 필요한 환자는 중환자 컨트롤타워와 연결이 돼서 이송·배정 등 순환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은 비워야 한다. 응급실이 비어있지 않으면 응급환자를 볼 수가 없다. 일반 환자들이 같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병원에 입원한 분들은 일반적으로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다. 따라서 코로나19 환자와 동선을 분리한다고 하더라도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석재 이사는 "병원별로 병상확보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정부의 요청에 지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어서 병원장들도 고민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올 때 어떻게 동선을 나눌 것인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한 층을 병동으로 만들면 나머지 환자들의 안전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시스템 분리가 필요하다. 또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로도 입주하게 되는데 생활치료센터의 진료 역량을 키울 필요도 있다. 요양병원에서 오는 환자의 경우는 요양병원에서 먼저 코로나 PCR검사나 엑스퍼트검사를 해서 음성 확인을 하고 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 응급실 인력 확충 및 부담 감소시키기 위한 대책 필요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에는 굉장히 큰 스트레스와 위험,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보람이 있다고 하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만큼, 결국 현실적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인력 충원 지원책이 있어야 하고, 장기적 계획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석재 이사는 "코로나19 전담병동 다음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많이 접하는 곳이 응급실이다. 예기치 못하게 확진이 발생해 더욱 위험하다. 특히 재택치료 상황이 악화됐을 때 응급실로 가라는 식의 무책임한 안내만 한다면 응급실 의료진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므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로운 감염병 대책...'재난대응팀' 있어야
최석재 이사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놓고 있어야 한다. 일종의 '재난대응팀'이 있어야 하고 관련 시스템이 따로 준비돼야 한다. 그래야 기존의 응급의료시스템에 장애를 주지 않고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이형민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계속 지켜보겠다고만 하고 있다. 현장은 매우 심각한데 안타깝다. 1%도 안 되는 코로나 환자 때문에 99%의 응급환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 결국 다른 응급환자들에 대한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상황은 엄중하다. 현재의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백서를 만들거나 분석이 없으면 향후에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의사는 환자가 있어야 존재한다. 그래서 환자를 잃는 것이 의료진들에게는 가장 좌절감을 느끼는 일이 될 것이다. 응급실이 무너지면 최전방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응급실은 골든타임이 있는 곳인 만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보다 빠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에게 전할 말..."비응급 상황 응급실 이용 자제" 당부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를 충분히 제공해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이는 시스템의 문제이며, 응급의료 자원의 부족 때문이다. 불편하더라도 비응급 상황이라면 생명이 위험한 진짜 응급환자를 위해 응급실 이용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어떤 전공의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모든 환자를 두려움 없이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응급실에 심폐소생술 환자나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온다고 연락이 오면 일사불란하게 모두가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지금은 의료자원이 한계치에 다다른 재난 상황이지만 응급 의료진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 곁에 남아 열심히 일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석재 이사는 "위드 코로나 이후 해이해진 것이 사실이다.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나와 가족을 지키려는 개개인의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