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진료체계 붕괴 우려…교수들 당직 서며 연명

소아청소년 진료체계 붕괴 우려…교수들 당직 서며 연명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3.17 16:47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코로나는 물론 일반진료 대응조차 힘겨워"
전담전문의 인력 확보 위한 정부 직접 지원 절실…"필수의료 위기"
수도권서도 소아응급실 폐쇄…지금이 회생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코로나19 소아청소년 환자 급증과 맞물려 전문인력 부족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1∼2년 내에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3월 17일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 중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진료 대응조차 버거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전공의 지원율 급락과 함께 상급수련병원들의 인력공백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부터 80%대로 감소하기 시작한 전공의 지원율은 2020년 74%에서 2021년 38%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27.5%까지 내려 앉았다.  

이렇다보니 소아청소년 중환 진료 거점 병원 역할을 맡고 있는 96곳의 상급병원은 진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되는 전공의 미달과 인력부족으로 근무여건이 악화되면서 수련 중도포기 및 사직이 느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전체 전공의 정원의 56% 인력으로 현 상황을 감내하고 있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과정이 3년으로 조정됐지만 지원율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올해 1년차 전공의 지원이 없는 병원이 전체 수련병원의 72%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은 입원 환자 및 소아응급실 환자 진료 등 최소한의 진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교수들이 전공의의 공백을 채우며 버티는 상황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국 수련병원 중 62%에서 교수들이 직접 야간 당직을 시작했으며, 2주에 한 번 이상 당직을 서는 곳도 50%, 매주 당직을 서는 곳이 20%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의 장기화하면서 주간 환자 진료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정상적인 진료 체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되자 많은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소아응급실은 더욱 심각하다. 교수들이 당직 근무에 투입되고 있음에도 전국의 상급수련병원 중 시간제한 없이 24시간 응급실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곳이 38%에 그친다. 10곳 중 6곳이 시간제한, 연령제한(예, 7세 미만 진료 불가 표명 등) 등 응급진료 축소 등 비정상 진료로 내몰리고 있다. 

부산·대구·대전 같은 광역시 소재 상급병원 소아응급실에도 2년 연속 전공의가 없는 곳이 속출해 진료 공백이 불거졌으며, 수도권(경기도)에서도 소아응급실을 폐쇄하는 병원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전공의에 의존하는 진료체계에서 벗어나 '전담전문의' 중심 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급수련병원 소아청소년과 중 입원전담전문의가 1인 이상이라도 근무하는 의료기관은 서울 32%, 지방 21%에 불과해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대체하기 어렵다. 또 1000병상 미만 의료기관 소속의 소아응급실에서 전담전문의 진료체계가 운영되는 비율도 33%에 그쳐 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국가비상 사태에 소아응급실이 제 기능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 고용지원 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소아청소년 병동과 응급실 및 소아전용 중환자실의 전담전문의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수도권 밖 지방 의료기관의 인력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향후 지방 상급의료기관 및 거점병원은 주간 외래 위주로 축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중환자들이 서울 및 수도권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전문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은 전국을 떠돌게 되는 상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소아청소년과 응급실이 24시간 전문의 응급진료로 전환돼야 하고,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중환자실,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진료 등은 빠르게 전담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지원율 등락과 관계없이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병상이나 시설의 부족보다는 상급 의료기관 내 전문 진료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부족이 심각한 상태임을 인지하고, 전담전문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1년이 진료체계를 되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며, 1년 내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련을 위한 전공의 유입과 전담전문의 증원이 실현되지 않으면 진료체계의 붕괴는 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전담전문의 충원을 위한 직접적인 고용 재정 지원 ▲전문의 중심진료를 위한 진료보조인력 고용 지원 ▲중증도에 맞는 진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입원진료비 수가 중증도 가산 정책 ▲소아청소년 진료수가 정상화 추진 ▲소아청소년 건강정책 수립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참여 증대 및 소아청소년 담당부서 설립 ▲필수의료 기본 가산지원 등 6개항의 응급지원 사항을 제안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