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치명률 지속적으로 줄고, 사망률 절반으로 떨어져
국민 뇌졸중 관리 성공하려면 정책 수가 지원 통한 인력 확보 필수
뇌졸중집중치료실 인증 심평원 적정성 평가 반영…민관협력 좋은 모델
대한뇌졸중학회는 국제학술대회(ICSU2022·11월 10∼12일·그랜드워커힐)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3년만에 대면 학술대회로 열린 올해에는 한국을 비롯 미국, 호주, 대만, 일본 등 8개국에서 약 500명이 참석해, 뇌졸중의 예방, 병원 전단계, 급성기 치료, 뇌영상과 재관류치료, 혈관성 인지장애, 재활 등 뇌졸중 진단과 치료 전반에 대한 내용을 깊이있게 다뤘다.
기조강연으로 마련된 ▲병원 전단계 뇌졸중 치료의 현재와 미래(Stephen M. Davis 호주 로얄멜버른병원 교수) ▲뇌졸중의 사회적인 부담감소를 시키기 위한 지역사회 참여의 중요성(Philip B. Gorelick 미국 미시간주대학 교수) 등은 국내 뇌졸중 관리 시스템에 중요한 의미를 던졌다. 또 국내외에서 107편의 연구논문 발표와 함께 각종 현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도 이어졌다.
한국뇌졸중등록사업(Koran Stroke Registry)과 국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CRCS-K)의 현황 관련 성과 발표도 있었다. 정책 세션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참여해 신경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과 함께 현재 뇌졸중센터 현황과,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의 현황,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는 뇌졸중을 전공하는 젊은 의사들이 줄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실력 있는 의사가 중요한 필수 분야에서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데 의사의 인생이 너무 지치고 힘들면 안 됩니다."
올해 학술대회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코로나 이후 3년만에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요즘 또 다시 코로나19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다. 나름대로 예전 학술대회회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는데 쉽지 않다. 최근 응급의료체계나 심뇌혈관질환체계에 대한 종합계획이 나오면서 5개년 계획을 모두 발전적으로 바꾸고 있다. 올해 학술대회에서는 뇌졸중 관련 미래 대응 측면에서 촘촘하게 살폈다.
먼저 병원 전단계 부분이다. 해외의 사례를 통해 우리의 미래에도 접근할 수 있다. 특히 뇌졸중 분야에서 병원 전단계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국 현황을 통해 과학적 근거를 밑거름으로 진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우리가 함께 생각할 부분은 뇌졸중의 사회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 참여 방안이다. 기조강연을 맡은 Philip B. Gorelick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지역사회에서 배훈 교훈을 전하며,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신, 건강관리 프로그램과 자원에 대한 인식 부족,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 대한 경제적 장벽, 건강 관리 정보의 더 나은 의사소통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크다. 뇌졸중 재발을 막는 데에도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뇌졸중 가운데 25%는 재발된다. 주된 이유는 약을 안 먹기 때문이다. 뇌졸중 발병 후 3년 정도 경과하면 절반 가까운 환자들이 약을 안 먹는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 챙겨야 하지만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 이 지점에서도 지역사회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올해 주요 의제는 병원 전단계 관리와 지역사회 참여 방안에 방점이 찍힌다.
나라 간 학술적 협력도 눈에 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올해는 호주뇌졸중학회와 공동심포지엄을 진행한다. 내년에는 10년째 이어오고 있는 일본뇌졸중학회에 공동 심포지엄을 연다. 이전에는 북유럽 국가들과의 교류도 진행했다. 우리 입장에서 배울 게 있고 벤치마킹할 게 있는 국가들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호주뇌졸중학회는 어느 나라 못지 않게 활발히 활동하면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학술적 파트너로서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뇌졸중센터의 지역 편중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현재 정부가 분류한 70개 중진료권 가운데 24개 진료권에 뇌졸중센터가 없다. 그렇다고 뇌졸중센터 없는 진료권에 모두 병원을 지을 수는 없다. 진료권 설정 자체가 잘못돼 있다. 지역에 있는 병원 한 곳을 지역센터로 바꾸는 데 평균 300억원 정도가 들고, 유지하는데 50억원이 든다. 병원이 잘 되면 좋겠지만 의료취약지역은 병원이 잘 될 수 없는 곳이다. 이 상황에서 접근방향은 명료하다.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대도시도 다르지 않다. 병원이 많아도 뇌졸중센터가 있는 병원을 잘 모른다.
뇌졸중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동거리가 가까운 병원에 가야하는지, 아니면 119를 통해 지정된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119구급대원 역시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나 자신이, 가족 중 누군가가 쓰러졌을 때 가장 먼저 갈 곳, 두 번째 갈 곳, 그 다음 병원 등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정부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우선 순위를 설정해 제시해야 한다. 이런 체계를 마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바로 내년부터 할 수 있다. 지역 편중에 대한 해결방법이 병원을 짓거나, 이송체계 확립 두 가지 중 하나라면 이 가운데 최선을 찾으면 된다. 지금 당장 급한 취약지약은 일단 어쨌든 지금 정해줘야 된다. 현장에서 119 구급대원이 결정하게 하면 안 된다. 전문가가 해야 한다.
다른 한 가지는 병원을 지을지, 헬기등을 지원할지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천의료원 같은 곳은 조금만 투자하면 여주·양평지역 환자까지 커버할 수 있다. 틀에 박힌 정책은 의료현실과 유리될 수 있다.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정책을 한 가지 법·제도로 규율할 수 없다. 큰 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여러 모델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뇌졸중센터 인증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부족한 인력은 어떻게 채울까.
전국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은 적어도 역할을 해줘야 하는 데 힘겨운 상황이다. 결국은 수가문제다. 수가를 올려야 하지만 모든 영역에 대해 올려주는 게 아니라 가산 수가 형태가 돼야 한다. 뇌졸중 환자를 볼 수 있는 기능이 되고, 모아서 볼 수 있는 곳에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 뇌졸중학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내년도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
뇌졸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역사회 참여에는 결국 지역에서 일할 의사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사회 참여에 대한 근거를 만들고, 그 근거 기반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 입안자를 설득해 예산까지 확보해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쉽지 않은 문제다. 정답도 없다. 의사 본인이 하고 싶어야 한다. 젊은 의사에게 죽을 때까지 그 곳에서 일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할 사람도 없다.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의사로서 자기 인생의 어느 한 부분에 대해 투자하는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지역사회 근무 후 전직 때 새로운 병원 채용과정에서 공식적인 가점을 줄 수도 있고, 또 다른 가치 제고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 전반적인 의사인력계획이나 수급 계획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한국뇌졸중등록사업과 국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의 성과는.
두 사업의 성과는 뚜렷하다. 10년 넘는 기간 종안 관련 논문이 200여편 나왔다. 두 사업을 지속하면서, 일반 데이터, 영상 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를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길 바란다. 뇌졸중환자 등록사업은 뇌졸중 치료 발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실태를 파악할 수 있고 예후 개선에 단초가 된다. 뇌졸중등록사업과 뇌졸중센터 인증을 연계시키는 방안도 긍정적이다.
뇌졸중집중치료실(SU)이 심평원에서 진행한 뇌졸중 적정성평가에 반영됐다. 어떤 의미인가.
뇌졸중학회에서 진행 중인 뇌졸중센터 인증사업과 연관된 뇌졸중집중치료실 인증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뇌졸중 적정성평가에 반영됐다. 일선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 가장 잘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의료인이다. 뇌졸중학회에서는 뇌졸중 치료의 질 관리를 목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뇌졸중집중치료실 인증 사업을 진행했으며, 이후 뇌졸중센터 인증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뇌졸중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뇌졸중집중치료실에 대한 학회 인증 부분을 심평원에서 반영했다. 이는 민관협력의 좋은 예가 된다. 향후 많은 분야에서 민관협력의 바람직한 모델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뇌졸중학회 공식학술지 <Journal of Stroke>의 영향력은 국내 의학학술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김종성 편집위원장께서 10년 넘게 이끌어주신 덕분이다. 정년퇴임하셨는데도 앞으로 3년 더 일을 맡아주기로 했다. 학회 차원에서도 제대로 된 학술지를 만들어보자는 데 마음을 모은 결과다. 여러 가지 노력이 덧대져서 이젠 연구 역량도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과제도 있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이지만 논문 게재 편수가 적다. 적어도 격월간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최근 뇌졸중을 연구하는 젊은 의사가 줄고 있다. 현재의 뇌졸중 상황을 만드는 데 10여년이 걸렸고, 최근 10년 동안 뇌졸중 치명률은 계속 줄고 있고, 사망률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뇌졸중 관리에 성공했는데 의사들이 너무 힘들었다. 성공의 딜레마다. 남이 하기 싫어하는 힘든 업무라서가 아니다. 뇌졸중 의사들의 근무시간은 끝이 없는 게 문제다. 월라밸이 아니라 적어도 집에 갈 수 있게는 해야 한다. 실력 있는 의사가 중요한 필수 분야에서 생명을 지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 데 의사의 인생이 너무 지치고 힘들면 안 된다. 환자에게도 의사에게도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력 문제는 핵심 중 핵심이다.
국제학술대회를 치르면서 아쉬운점은.
학술대회 관련 규정이 너무 복잡하다. 학술 역량 제고 차원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국내 연구비의 절대량은 적지 않다. 연구비 규모보다는 일관되지 않고 닫힌 운영이 문제다. 모든 경쟁과정이 공개되고 차후 과제는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경우 R&D 투자 분야와 연구비를 미리 공개하고 연구자들의 경쟁을 유도한다. 예측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학술연구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친다. 정권에 따라 연구계획까지 바꿔야 할까. 지속가능하고 일관된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