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규모 보다 질환 시기 따른 기능 중심 의료이용체계 적절
일차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 해법…의료+돌봄 제공 '요양의원' 제안
급성기 병상 이미 과잉 상태…대학병원 분원 설립 지역의료 붕괴 초래
곧 마주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차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 병상총량제, 질환 시기에 따른 기능 중심 의료기관으로 의료이용체계를 개편하고, 피라미드식 의료전달체계를 메트릭스식으로 전환해 고령 환자들이 수시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11월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제39차 의협 종합학술대회 미래의학 세션에서 '초고령사회를 위한 의료개혁' 발제를 통해 의료를 배제한 커뮤니티케어는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일차의료 중심으로 의료이용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이용체계를 규모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불안한 초고령사회 안전망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건강보험 진료비는 100조원 시대에 들어섰다. 게다가 장기요양보험 재정도 위협받고 있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노후가 위협받고 있다는 판단이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 상황이지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급여비용은 급증했다. 게다가 최근 대학병원들의 수도권 분원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우봉식 소장은 "상급종합병원의 허가 병상당 요양급여비용은 3억 3400만원에 이른다. 종합병원도 1억 36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중소병원은 4680만원, 요양병원은 1970만원에 그친다"라며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설립은 지역의료 붕괴와 지방 소멸 가속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고도급성기 병상은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는 진단이다.
한국과 일본의 고도급성기(상급종합+종합) 병원 진료비 점유율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재정 위기 요인이 분명해진다. 한국은 43.6%인 반면, 일본은 24.4%다.
일본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의료법을 포함해 19개 법률을 개정했다. 법 개정은 회복기 병원 확대와 급·만성기 병원 축소에 중점을 뒀다.
의사 고령화에도 대응하고 있다. 정년 이후 진료 기능 전환을 통해 재배치한다. 실제로 일본 75세 의사들의 취업률은 50%를 넘는다.
의료가 빠진 한국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 계획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내 커뮤티니케어의 4대 핵심요소는 ▲주거 지원 인프라 확충 ▲방문의료 및 방문 건강관리 ▲차세대 장기요양 및 재가 돌봄 서비스 ▲사람 중심 서비스 연계 및 통합 제공 등이다. 의료가 빠져 있다.
우봉식 소장은 "한국의 커뮤니티케어는 영국·일본 등에서 비효율적이라며 폐기한 정부 주관 모델이다. 불필요하게 많은 인력을 투입하게 되고 비효율이 극대화된다"라며 "앞으로 계속 늘어나게 될 요양 돌봄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무조건 탈 의료 탈 시설만 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초고령사회 의료복지 개혁 방향으로는 일차의료 중심 커뮤니티케어, 병상총량제, 기능 중심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일차의료 중심 모형으로 요양의원 신설도 제안했다. 요양의원은 의료와 돌봄을 포괄적으로 제공하며, 의료기관 부설로 입소 및 커뮤니티케어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우봉식 소장은 "피라미드식 의료전달체계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다양한 질환이 복잡하게 발생하고, 돌봄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 유용하지 않다. 메트릭스식 전달체계는 수시로 필요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규모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의료이용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라며 "통합 의료 돌봄 체계 정립을 위해서는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