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 코로나19 치명률 줄었다? '초과 사망자' 월 2000명 발생
더 나간 정부? "전 중환자실 음압1인실, 의료인력 1대1 목표로 해야"
보건복지부 "개선 필요성 적극 공감…종합 대책에 모두 담을 것"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조명된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필요성. 이미 중환자 '초과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더 미룰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최종 목표치'는 달랐지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이에 대한 공감 목소리를 더해 이목을 끌었다.
현행 국내 체계에서는 중환자 300명만 발생해도 '비상사태'가 된다는 분석도 나왔는데,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에서 더욱 시급한 해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은 11월 21일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주관하고,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주최한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코로나19 상황 속 우리나라의 방역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의료인들은 공포스러운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중환자 진료시스템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라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찾아왔을 때 불행한 상황을 또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상황 속 중환자 진료와 관련된 의료자원 문제가 특히 부각됐다.
먼저 혼란한 상황 속에서 환자 우선순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 이에 환자 배정은 중증도가 아닌 선착순으로 중환자 병상이 임의 배정됐다.
또 적은 의료인력에 맞춘 다인실 구조가 많아 비 코로나19 중환자의 병상이 감소되는 등 부수적 피해 사례도 상당수 발생했다. 무엇보다 중환자실 전문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환자케어 인력 부족 및 업무 과부화가 심화했다.
문제는 일련의 '중환자 의료체계 미흡'이 곧장 환자 생명에도 영향을 줬다는 점이다.
김영삼 연세의대 교수는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월별 초과사망을 분석, 델타 및 오미크론 변이 유행 2021년 10월부터 월 2000명 이상의 초과사망이 관찰됐다고 짚었다. 초과사망이란 예측 사망자수에서 실제 사망자수를 제외한 수치로, 보건의료체계 대응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특히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 사이 예측된 초과사망자 4만 7516명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2만 2356명이 코로나19로 진단받지 않은 비코로나 환자였다.
김영삼 교수는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예측하지 못한 죽음은 159명이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는 무려 2만 2356명이었다"면서 "방역 완화 시기, 치명률이 감소했지만 초과사망은 한달 1만 8000명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방역당국에서 위중증환자가 465명 발생했다고 했다. 300명 이상 발생 시 대처 능력에 비상이 생긴다"며 "이는 벌써 어딘가에 구멍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인력·시설 투입'을 개선책으로 꼽았다.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 역시 필요하다고 봤다.
홍석경 대한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 역시 "반복되는 심종 감염병 발생으로,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코로나19 환자 외 비감염병 중증환자에 대한 초과사망은 심각하다. 위중증환자가 300명 늘게되면, 중환자 체계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해결책으로는 '근거중심의 표준화치료'를 제시했다. 중환자전담전문의와 전담 간호인력을 배치하고, 장비·시설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홍석경 이사는 "최소한의 규정과 행위별 수가체계 하에서는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중환자의료인프라 인력·시설·장비 확충을 위한 의료법 개정 등 제도 강화, 수가 개선 등 다양한 접근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설·인력 기준을 마냥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병원계 의견도 나왔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국민적 요구와 병원 시스템 사이에는 늘 괴리감이 있다. 인력을 늘리면 좋겠지만, 마냥 늘리기도 어렵다. 개정되는 시설 기준을 모두 갖추는 것 역시 쉽지 않다"며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잘 조율해야 한다. 준중환자실의 현실화가 타겟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중환자의료는 필수의료의 하나로, 전체적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분쟁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제기됐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중증환자를 보는 것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있다. 의사 기소 건수와 일본 입건 수를 따지면 우리나라 의사들이 10배 정도 많다. 영국과는 580배 차이가 난다"며 "이런 위험을 안고, 누가 중증환자 수술을 하려 하겠느냐? 의료분쟁 역시 보험 등 형태로 보상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수가를 조금 올린다고 해서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필수의료 중에서도 중증·응급 질환의 경우, 지역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제대로 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인력·시설 기준만 높인다면 오히려 문을 닫는 병원만 발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나간' 정부? 중환자진료체계 개선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
정부 관계자들 역시 중환자진료체계 개선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특히 정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모든 중환자실 1인 음압병실화 및 환자 대 의료인 비율 1대 1'을 과감하게 목표로 선정해야 한다고 발언, 이목을 끌었다.
이진용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우리나라 1인 격리 음압병실이 800개다.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감염병 위기 상황은 반드시 온다"며 "중환자의학계에서 이번 기회에 요구사항을 '모든 중환자실 1인 음압병실화' 등으로 높게 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논의는 수가를 조금 올리고 끝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련 내용을 연구 중인데, 전체 1인 음압병실로 가기 위해선 8000억원 정도가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평소에는 중환자실을 4개 정도로 잘라 쓸 수 있도록 하고, 재난 상황이 왔을 때는 정부의 지원 하에 1인 음압병실을 운영토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 재원 마련의 경우 지자체·병원 공동 분담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발언했다.
더불어 "의사·간호 인력 부분 역시 1대 몇이 아닌 '1대 1'로 가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오늘 발언은 심평원 공식 입장이 아닌 의료인으로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핵심은 인력과 시설, 장비라고 본다. 당장 중환자 1인 음압병실을 갖춘다고 해도 의사·간호 인력이 이를 받쳐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제도 개선은 이러한 지점에서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고 짚었다.
곧 발표될 필수의료강화 종합대책에서도 의료인력 부분을 핵심적으로 다룰 것이라고도 전했다.
차전경 과장은 "중증응급 관련 문제는 지역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공공정책수가가 논의되고 있다"면서 "결국에는 중환자·중증응급환자 치료 의료인력에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것, 보상을 높이는 것들이 핵심이다. 더불어 위중증을 토대로 한 중환자 분류의 경우, 제도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