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응급의료계획 속 조명받는 '전문병원'
전문병원협의회 "지원 부족…사회적 필요분야 활성화 필요"
의료급여환자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 제외 "이젠 개선해야"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현상 완화 방안 중 하나로 자주 언급되는 '전문병원' 제도. 하지만 정작 일선 의료기관에선 신청을 꺼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슨 이유에설까?
전문병원제도는 2011년 본사업으로 전환, 본격 시작됐다. 특정 진료과목이나 질환에 대해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국가가 지정하는 제도다.
즉 '이 기관은 특정 과목에서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정부에서 공증해주는 것으로, 환자가 정부의 공증을 믿고,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환자가 난도가 높고,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굳이 상급종합병원이 아니어도 전문병원을 찾으면 된다"는 인식을 할 수 있어 일종의 '분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 안착을 위한 주요 KEY의 역할을 맡은 셈이다.
하지만 시행 10년이 넘었음에도 우수한 중소병원들의 전문병원 지정 신청은 활발하지 않다.
전문병원은 2022년 기준 4기 2차년도까지 107개 병원이 지정된 상태. 진료과나 질환별로 19개 분야로 나뉘는데 이중 신경과·한방부인과는 신청병원이 없어 운영은 17개 분야만 이뤄지고 있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문병원 인증 기준은 상당히 높게 설계돼 있다. 반면, 제도적 지원의 한계가 있다"며 "이에 척추관절 등 비급여 관련 분야에 치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사회적 필요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문병원은 지정기준과 별도로 경제분야와 사회적 필요분야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사회적 필요분야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반면,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분야를 뜻한다. 4개 분야가 속하는데 '수지접합·화상·외과·알코올'이다.
하지만 지정 유형을 구분하는 도구로써의 성격일뿐 별도의 보상기전은 없다. 우수한 중소병원들이 지원 자격을 갖췄음에도 전문병원 지정 신청을 '굳이' 하지 않는 이유다.
대한전문병원협의회 관계자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사회적 필요분야의 경우, 전문병원제도 활성화 외에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정책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면서 "수가가산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전문병원 활성화 필요성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응급의료 기본계획'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보험정책 부회장은 지난 2월 8일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지역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진료센터 전환과 관련, 중소병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는 전문병원체계도 잘 잡혀 있는데 응급분야에도 수지접합, 화상, 산과 등 상급종합병원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을 맡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전문병원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병원의 사회적 필요성이 다각도로 조명되고 있는 것. 하지만 활성화에 대한 노력은 아쉽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또 사회적 필요 분야의 경우, 이러한 노력이 더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훈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총무위원장(수원 아주편한병원장-알코올 전문병원)은 "얼마 전 15개 병원에서 전문병원을 추가신청했지만 5개만이 인증을 받았다"면서 "떨어진 10개 병원은 높은 기준으로 떨어졌는데, 대부분 사회적 필요 분야에 있는 병원들이었다"고 짚었다.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나라의 '공증'이라는 점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높은 기준으로 유도할 수 있는 추가 지원 제도가 없다면 활성화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다.
의료급여환자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 제외 문제..."이젠 개선해야"
오랫동안 지적해온 '의료질평가지원금' 문제도 다시 조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전문병원 지정을 위한 비용 투자, 의료질평가 등을 고려해 전문병원 관리료와 전문병원 의료질평가지원금 등 수가 가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센티브 대상 환자군이 '건강보험' 환자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2월 1일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중 제1장 3조 2항'을 개정했다. 선택진료비를 폐지하는 대신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신설하면서 의료질평가지원금, 전문병원관리료(전문병원관리료·의료질지원금)은 의료급여비용의 산정에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재훈 총무위원장은 "선택진료제도 시행 당시 의료급여에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질평가지원금 산정을 의료급여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에는 공감이 가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병원들이 의료급여 환자를 기피하는 등의 새로운 문제가 초래됐다"고 봤다.
사회적 필요분야 전문병원의 경우 의료급여 환자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알코올 전문병원이다. 이러한 전문병원들은 상대적으로 전문병원관리료와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적게 받아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를 안게 됐다.
알코올 전문병원의 의료급여 환자 비중은 40% 남짓으로, 다른 유형의 병원에 비해 4∼5배 높아 전문병원중에서도 손실규모가 가장 크다.
이에 의료급여 환자 비중이 높은 전문병원에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중 제1장 3조 2항' 전문병원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개선 필요성을 짚고 있는 것이다.
정 총무위원장은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의료급여 혜택을 받는 분들이 우리나라에 약 150만명 정도 된다. 그런데 이들이 받는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건강보험과 비교했을 때 열악하다. 특히 정신의료 서비스에서는 차이가 더 크다"며 "이들에게 죽지만 않을 정도의 서비스만 제공할 것이냐 아니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냐를 국가가 결정해야 될 시기"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공약에서 의료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을 이제는 보여줘야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