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결하려면…"보건 재정 늘려야"

필수의료 기피 현상 해결하려면…"보건 재정 늘려야"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1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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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대책 재정 투입 계획 없어...재정 순증·지원 필요"
대전협 "단일보험자 비대화 문제...다보험 경쟁체제 도입" 제안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기피·이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건 재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운용해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그간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발표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 개최 등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구체적인 보건 재정 투입 계획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전협은 6월 13일 입장문을 통해 "사회 담론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보건 및 국민건강보험 제도 개혁은 등한시하고, 의료인력 논의에만 지나치게 치중한다면 골든타임 내로 필수의료를 살릴 수 없다"며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건 재정을 순증 및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대전협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의 공공보건지출은 GDP 대비 5.6%로 동유럽 및 아프리카 국가 수준이며, 건강보험 국고보조금 비율은 13.2%다. 이에 비해 G7 선진국은 보건지출에 GDP 대비 10% 수준을 할당하고 있으며, 건강보험 보조금 또한 대만이 23.1%, 일본이 27.4%, 프랑스가 52.3%로 월등히 높다.

대전협은 "정부가 필수·중증·응급의료에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국민건강보험법상 명시된 건강보험료율 8% 상한을 폐지하거나 간접세를 조정하는 등의 방안으로 보건 재정을 확충하고 지출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수의료 대란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열악한 환경 때문"이라 짚은 대전협은 "실제로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에는 역설적으로 OECD 평균 이상 수준의 전문의가 있다. 특히 소청과는 전문의가 일반의보다도 급여가 낮은 역전 현상이 발생했고, 배출된 소청과 전문의가 전문과목 외 다른 영역에서 근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의대 정원 확대 및 의사 증원을 주장하는 측에서 근거로 드는 통계에 대해서도 "임금 및 근로시간 산출에서 전체 의사 수의 10%에 해당하는 전공의를 제외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 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주 40시간 연 226일 근무를 가정해 의사 수 부족을 추계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전공의는 주 100시간 연 320일 가까이 근무하는 일이 예사"라고 지적했다.

높은 의료 이용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진료비도 요인으로 꼽았다.

대한민국 의료는 국민 1인당 연간 진료 건수가 17.2회로 OECD 평균의 3배인 데 비해 연간 의료비 지출은 중하위(하위 32.8%)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 상대적 가격 수준은 OECD 평균의 절반가량(55%)이며 최저시급대비 진찰료 역시 OECD 평균의 25%, 미국의 9.7% 수준이다.

의료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건강보험 다보험자 제도로 장기적 전환'을 제시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 원인은 건강보험제도에 있다"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속에서 비대화 된 단일보험자의 가격통제력이 지나치게 높아져 일반의의 전문의 급여 역전 등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단일보험 체계 내에서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위원회 공익위원 또한 다수가 정부기관이 임명 또는 위촉했는데, 모순적인 위원 구성과 불투명한 의사결정으로 의료서비스 공급자(의료인)가 감당하기 힘든 일방적인 정책만 추진됐다"고 꼬집었다.

"선진국 대부분이 다수 보험자 제도를 채택하며, 한국과 대만 정도만 전국민건강보험을 강제화하고 있다. 보험자가 두 개 이상이었다면 소청과 진료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한 대전협은 "보험자 간 경쟁 부재 속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력만으로는 급여 진료 영역에서 혁신이 필요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전국민 보험 강제가입을 유지하면서 국민에게 보험자 선택권을 주는 독일처럼, 보험자 간 경쟁 원리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대전협 "고장 난 건강보험제도 속에서 뒤틀린 의료환경을 개선해, 배출된 의사가 필수의료 영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보험자가 필수적인 의료에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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