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실 기준 강화 오히려 좋아"…'실비보험으로 무료입원' 지속 광고
한의협 '중징계'로 선 그었으나…과잉진료·자동차보험 지적, 조사 청구 이어져
김이연 의협 대변인 "건강보험 악용=국민건강 소진, 치료≠힐링"
서울 마포구 소재 A 한의원이 1000여명에게 '한의원에서 건강보험으로 여름 호캉스를 보내고 실비로 돌려받으라'는 문자를 발송한 것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한의계에서도 A 한의원을 손절한 가운데 해당 지자체에서 의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의료계에서도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에 조사를 요구했다.
A 한의원이 발송한 문자 전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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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의원은 "호캉스라는 단어를 사용해 문자메지를 재밌게 보내려고 했던 것인데, 문제가 제기될 줄 몰랐다. 예상치 못한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발병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료를 지불하고 쾌적한 병실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뉘앙스가 문제가 됐다.
의료법 제56조 제2항 2호, 13호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소비자에게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거나 비급여 진료 비용을 할인·면제하는 광고는 금지돼 있다. 의료법 위반 여부는 현재 마포구청이 조사 중이다.
대한한의사협회도 A 한의원에 대한 회원 중징계 방침을 밝히고 "향후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경우 무관용 원칙 아래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의원 호캉스'는 건강보험제도를 악용해 죄질이 더욱 나쁘다는 비판과 함께,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비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7월 14일 "통원치료조차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을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며 입원을 유도하는 한의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건강보험료·자동차보험료 누수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에 전국 한의원을 대상으로 경증환자 과잉진료 기획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전에도 A 한의원은 홍보 블로그에 '실비보험으로 상급병실 무료로 입원하는 꿀팁', '쾌적한 1인실 입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꿀팁' 등 게시글을 올렸다. 과잉진료와 상급병실 입원 유도 증가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상급병실 입원료 지급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A 한의원은 "도리어 환자들에게는 잘된 일"이라며 "일반병실 가격으로 상급병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홍보성 문구를 게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자동차보험진료비 중 한방 진료비는 4635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한 데 반해, 의과 진료비는 1조 439억원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3% 감소했다.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위원회는 "한의과 진료비가 의과 진료비를 추월한 것을 넘어, 교통사고 건수 감소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의과의 경증환자 자보 진료비는 의과보다 4배 높은 등 왜곡된 진료 행태가 만연하다"고 지적하며 더욱 강력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건강보험은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특히 중증·응급·필수의료 영역에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공적 보장을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강보험을 악용해 '호캉스'라는 영리적 상품 마케팅에 유용하는 것은 미래 국민 건강을 소진시키는 상행위"라며 "'치료'를 위한 의료를 '힐링되는 서비스'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