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없앤 돼지 배아에 인간 줄기세포 삽입, 7일 Cell 자매지 게재
GIBH 연구팀 "신장만 인간 세포, 윤리 문제 안심…심장·췌장도 도전"
장기 기증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초로 인간의 장기를 돼지에게서 키워내는 데 성공하면서 이식을 위한 인간 장기 배양 연구가 활기를 띨 전망이다.
중국과학원(CAS) 광저우 바이오의학보건연구원(GIBH)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인간의 장기를 가진 돼지, 일명 '키메라' 돼지 배아 형성에 성공해 9월 7일 자 셀 줄기세포(Cell Stem Cell, IF=23.9)지에 결과를 공개했다. 포유류를 통한 인간 장기 배양은 미래의 영역으로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가능'의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평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일 7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다. 특히 신장 장기이식이 가장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평균적으로 6년 3개월은 걸린다. 2021년에 집계한 이식 대기자만 5만여 명인데 그중 신장 대기자가 3만명이 넘는다. 이에 비해 장기 기증은 1년에 400여 명에 그친다.
기증 장기가 부족해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학계는 사람과 장기 크기가 가장 비슷한 동물, 돼지의 장기를 활용한 이종 간 이식에 눈을 돌렸으나 면역거부반응에 따른 위험이 컸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최초로 인간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해 이목이 쏠렸으나 결국 두 달 만에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해도 평생 면역 억제 약물을 달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연구팀은 돼지 배아에 인간의 줄기세포를 넣고 대리모 돼지 자궁에 착상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돼지 배아 내에서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토대로 형성된 '맞춤형' 신장을 이식한다면 면역거부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돼지 배아 속 인간 줄기세포는 그곳이 본진인 돼지 세포에 눌려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신장이 결여된 돼지 배아를 만들어 인간 줄기세포가 신장에 오롯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는 유전자 특정 부위를 절단해 교정하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했는데, 돼지 배아에서 신장 발달을 담당하는 유전자 2개(SIX1, SALL1)를 잘라냈다.
추출한 인간 세포가 돼지 배아세포보다 더욱 발달 돼 있는 만큼 배아에 투입했을 때 융화되기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이 문제는 새롭게 고안한 배양법으로 인간 세포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 초기 발달 단계로 되돌린 후 돼지 배아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또 인간 세포와 돼지 세포의 성장 매커니즘이 다른 만큼, 두 세포 모두 필요한 영양소가 고르게 공급되고 그 과정에서 인간 세포가 사멸하지 않도록 유전자 편집을 가했다.
그렇게 1820개 배아를 13마리의 대리모 역할 돼지에게 이식하고 4주 후 배아를 추출한 결과, 인간 신장이 중간신장(mesonephros) 단계로 정상적인 구조가 발달한 모습을 확인했다. 신장과 방광을 연결하는 요관이 될 세뇨관과 전구세포들까지 형성됐다.
이제껏 혈관 내벽이나 골격근 등 조직을 돼지 몸속에서 형성한 적은 있었으나, 인간의 장기를 다른 종 내부에서 성장시킨 것은 첫 사례다.
다만 윤리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다행히 인간세포 대부분은 신장 형성에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배아에서 돼지 세포가 인간 세포의 1만~5만배 정도였으며, 수치적으로는 거의 돼지 세포에 가까운 배아도 있었다. 신장은 5~60%가 인간 세포로 이뤄져 있었고, 뇌와 신경에 인간 세포는 극히 드물었으며 생식기관에는 전무했다.
연구팀의 우선 과제는 돼지 배아 내 신장을 성인 단계까지 성장시키고, 신장의 인간 세포 비율을 더욱 늘려 이식받는 환자의 면역반응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돼지에게서 인간 신장을 성장시키는 최적의 조건을 찾았다. 심장과 췌장 등 다른 장기를 생성하는 연구도 함께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ttps://doi.org/10.1016/j.stem.2023.08.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