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SNS에 오는 20일 사직서 제출 예정 공개
개인적 사유·준법성 특히 강조 "무운을 빈다"
젊은의사들의 조용한 사직서 행렬이 시작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사직서 제출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나선 것.
박단 회장은 15일 개인 SNS를 통해 오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고 인수인계 등에 차질이 없도록 다음달 20일까지 한 달 동안 근무 후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 2년차로 오는 3월 3년차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는 철저히 개인적 사유로 사직서를 냈으며 단체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법적 감시를 피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박 회장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라며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소송에 대한 두려움,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라며 수련을 포기하는 개인적 사유를 꺼냈다.
이어 "3월 20일 이후 전공의 신분이 끝나기 때문에 대한전공의협의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라며 "추후 보궐선거 및 운영 방식은 회칙에 의거해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다. 임기를 충실히 마치지 못해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사직서는 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사직을 예고하고 한 달 동안은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한 것.
그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9조에 의거한 전공의수련규칙표준안 43조와 민법 660조를 준수하며 수련계약서에 따라 인수인계 등에 차질이 없도록 근무한 후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지난 12일 철야 임시총회 이후 박 회장을 제외한 대전협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는 결정 외에는 어떤 사안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임총 이후 수련병원별로 집단사직이나 단체행동에 대한 의향 조사 등이 이뤄지면서 집단행동이 임박했으며 2월 말, 3월 초에 줄 사직이 이어지는 형태의 단체행동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 등이 난무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병원 명단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박 회장은 글의 말미에 단체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집단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고 있으며 집단 사직도 단체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메시지다. 이미 의료법 59조를 근거로 의료계 주요 인사에게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금지, 수련병원에게는 사직서 수리 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한 상태다.
더불어 동료들을 향해 '무운'을 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무운은 전쟁에서 승리하길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언제나 동료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한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라며 "우리 모두의 무운을 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