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 시대와 보이지 않는 손

과잉의 시대와 보이지 않는 손

  • 오동호 서울시 중랑구의사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4.04.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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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 서울시 중랑구의사회장
오동호 서울시 중랑구의사회장

정부의 독단적인 의대증원 정책으로 대형병원 전공의 사직 사태가 벌어진지 1개월이 넘어섰다. 정부는 의료대란이라고 하며 의사들이 국민을 버렸다고 매도하였지만 실상은 별다른 진료공백 없이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정부가 긴급대책으로 내어놓은 군의관이나 공보의 파견 근무 때문도 아니고, 간호사의 진료행위 허용이나 비대면 진료 도입 때문도 아니고, 해외에 전세기를 보내 진료를 받도록 해준 덕분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어떠한 제도나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며 환자와 의사간의 자발적인 협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큰 병원 보다는 동네의원과 지역병원을 이용하고 의료진 또한 최선을 다하니 굳이 멀리 가지 않고서도 친절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필수 진료 위주로 이루어지니 과다한 의료비 지출도 줄어드는 듯하다.

대형병원 진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환자의 불편과 불안과 잔류 의료진의 피로가 늘어가고 있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대부분의 진료가 큰 차질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의 양적 팽창 못지 않게 의료 이용의 효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대형병원 매출 감소와 경연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대학병원 본연의 목적이 수익 보다는 연구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전문의 중심의 시스템이 최선의 진료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이기에 현재의 진통은 전공의들의 사직 사태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한번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사실 경증 환자까지도 큰 병원을 가겠다고 의뢰서를 요구하는 바람에 진료의 지속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과도한 건강정보와 실손보험의 도덕적 해이로 경증 질환에도 대형병원을 찾는 경우 또한 너무나 많았다.

현재 의료부족의 원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은 의료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있다. 장수시대 건강 욕구의 증대에 따른 수요의 폭증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수요의 과잉과 무분별한 의료 쇼핑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으려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수의료 문제와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의료를 정치의 도구로 만들고 이분법적인 논의구조에 몰아 넣으니 제도적 해법은 어려워 지는듯하다. 의대정원 증원은 막연하게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 계속되는 한, 시장 원칙과 의료 윤리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질서를 회복해 가는 과정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국민이 살던 곳에서 일상 생활을 통해서 정부의 정책을 검증할 수밖에 없다.

어느것이 더 경제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체계인지, 또 지역사회의 자율성을 얼마만큼 정부가 침해하여  왔는지가 들어나지 않을까 싶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건강의 자기결정권을 위해서도 국가의 과도한 간섭은 좋지 않다.

건강한 의료체계는 관료의 강압적인 제도가 아니라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와 시장의 자율성에 의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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