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의대 증원 2000명 근거 없다"…본안 소송 결론은?

법원도 "의대 증원 2000명 근거 없다"…본안 소송 결론은?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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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폭넓게 존중해야 하는데 이건 좀"…근거 부실, 미제출 자료, 절차 미흡 지적
집행정지는 본안소송 아냐…"의대생 권리침해도, 증원처분 부적법성 여지도 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재판부는 16일 기각을 결정하면서도, 증원 규모 '2000명'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집행정지 기각이 곧 정부의 증원 과정이 정당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본안소송이 아니기에 상세한 심리가 아닌 집행정지 '요건'만 판단하고 기각했지만, 절차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고 의대생들의 헌법상 교육권 침해가 심히 우려된다고 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이 향후 재항고 또는 본안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을 끈다.

'2000명' 출처는 어디? "정책 적법성 명백하지 않다"

재판부는 2000명 증원에 근거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단순 산술 계산일 뿐 직접적 근거가 아니다"라며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산수만 해도 2000명 증원이 나온다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말이 그대로 반박된 셈이다.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재판부는 유일하게 증원규모 수치가 논의된 회의는 2023년 10월 17일자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제5차 회의인 것으로 봤다. 회의에서 발언된 증원 규모를 일일이 언급했다.

해당 회의에 참석한 12명 중 한 명은 '5000이든 10000이든 최대한 증원하자'고 했고 두 명이 1000명을 증원하자고 했다. 나머지 위원들은 100~300명, 351명, 476명 등을 제시했고 2000명으로 결정될 만한 부분은 포착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 2023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위원 소속·지위, 각 대학별 의대정원 신청 인원 등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첨언했다. 

다만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 2·3·4·5·6·7·8·10·13·14·15·16·17·20·21·22·23·25·26차 회의까지 총 19회에 걸쳐 증원을 논의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는데, 의료계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행정청의 고도의 전문적·정책적 판단은,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이지 않는 한 폭넓게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처분의 적법성이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 의대생도 의협도 원고적격? 집행정지 요건만 심사했지만…

이 같은 판단은 폭넓은 원고적격 인정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에서 적격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본안 승소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집행정지 신청인들의 '원고적격성'은 서울행정법원에서 모든 1심의 각하 요인이었으나, 이번 항고심에서는 의대생부터 대한의사협회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의대생들은 증원과 관련해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며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 제31조에서 보장하는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것은 법률상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의협 또한 "보건의료기본법상 보건의료정책에 참여할 권리가 인정된다"며 원고적격 여지가 있는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기각 결정이 나온 것은 증원의 쟁점인 '2000명 증원 타당성'과 처분의 적법 여부는 원칙적으로 집행정지 재판부의 판단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 사항과 관련해 재판부는 "궁극적으로 본안재판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할 성질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집행정지로 정부 정책을 바로잡아 국민에 이익'이라는 공익 또한 의대생 당사자 '개인'의 이익이 아니므로 집행정지의 심리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집행정지 필요에 두 가지 요건인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 우려로 집행정지를 긴급히 구할 필요성 ▲집행정지 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우려만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판부는 의대생들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 발생 우려와, 정부의 증원 무산으로 인한 필수의료·지역의료 위해 우려가 모두 존재한다고 봤다. 다만 양측의 피해 정도를 고려했을 때 후자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결과를 두고 의료계(신청인) 측 소송대리인은 "공공복리라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승리까지 9부 능선에 서 있다"며 대법원 재항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마지막 10% 공공복리 우선시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90% 많은 부분에서 의료계의 승리"라고 평하며 "공공복리 우려에 대해서는 비책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정부의 증원 추진 절차 중 부적절함과 의대생 학습권 우려를 인정한 만큼, 정부가 추후로도 매년 대학 측 의견을 수렴해 정원을 조정하라고 첨언했다. 기각에 이르기까지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증원규모를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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