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선 원장 "정부가 내는 왜곡과 잘못된 정보 교정하겠다"
'국민' 우선에 둔 비전 설정 "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연구할 것"
의대정원 확대 일방 추진 과정에서 돌연 의약분업이 일어난 2000년으로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 의-정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의대정원 351명 감축을 놓고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 합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분업 전부터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의협의 주장에 의협 싱크탱크인 의료정책연구원이 힘을 보탠다. 보건복지부 주장에 오류가 있다는 점을 짚는 근거 만들기에 돌입한 것.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4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가 1997년부터 의사수를 줄이자는 의견을 내서 정책 협조 차원으로 합의를 한 것인데 의사들의 이기심 때문에 정원을 줄였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라며 "왜곡과 잘못된 정보를 교정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원장에 따르면, 의대정원 감축은 의약분업 이전부터 정부가 추진해오던 정책이라는 것.
그는 "1997년 당시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이 의협과 대한병원협회가 발간하는 회지에 쓴 기고문을 보면 의사과잉에 대한 염려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듬해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의사가 과잉이라는 내용의 정책보고서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 당시 정부 고민은 전문의가 많아지고 의사의 지역 편중 현상이었다"라며 "현재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의제와 같다. 진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일부에서는 30%까지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의약분업 사태 중간에 장관이 먼저 10%를 우선 줄이자고 발표했고, 추가적인 감축은 나중에 논의하자고 했는데 논의를 한 적도 없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숫자를 늘이고 줄이는 데 집중하기 보다 우리나라 의료 형태를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 수 추계는 1950~60년대부터 등장했지만 한 번도 적정치를 맞춘적이 없고, 추정치만 계속 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석균 부원장은 "어떤 결과를 낼 때 변수를 어떻게 썼냐에 따라 숫자 추계가 달라진다"라며 "한 기관에서 연구를 했더라도 결괏값이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숫자가 다르다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어떤 변수를 넣었을 때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를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수가 통일될 때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모두 행복한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라며 "적정 의사수 산출을 위한 변수를 정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일환으로 의료정책연구원은 우리나라 적정 의사인력을 추계하는 연구 관련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단순히 숫자 추계 결과만 놓고 정책을 만들 게 아니라 '어떻게' 할지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게 안 원장의 의견이다.
그는 "단순히 의사 숫자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빨리 깨쳐야 한다"라며 "병상수가 세계 1위라는 사실이 더 걱정거리다. 초고령 사회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공통 주제는 일반의(GP) 역할의 강화인데 주치의 제도를 하려면 국민이 순응할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익숙하고 신속한 의료환경에서 의료이용에 제한을 두게 되는 주치의제도를 국민이 받아들일까"라며 "국민만 바라보는 정책의 위험성을 의사들이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싱크탱크이지만 동시에 국민 신뢰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인 만큼 의료정책연구원은 국민건강 증진 관점에서 의료정책 관련 연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설정한 미션인 '우리는 국민과 회원을 위한 보건의료복지 정책을 연구하고 선도한다'만 봐도 국민을 우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 원장은 "의료돌봄, 의사면허관리, 필수의료, 병상수급관리, 의사인력 정책 등은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틀을 다시 짤 수 있는 중요한 주제들"이라며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인 의료시스템 개편의 목적과 방법은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증진을 향상시키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