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이송 지연이 의료 집단행동 때문? 의료계 "허탈"

119 이송 지연이 의료 집단행동 때문? 의료계 "허탈"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8.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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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소방서, 구급차에 안내문 부착 또는 문자메시지 전송
의협, 소방청에 공문 발송 "의료진과 국민 신뢰 저하"

환자를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 119가 "병원 이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신고자 등에게 안내하며 그 이유로 '집단행동'을 지목하자 의료계는 허탈함과 절망을 호소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소방서가 119 구급차에 '의사 집단행동으로 병원 선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는가 하면 신고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의료계 집단 행동 때문에 병원 이송 지연이 예상된다'는 등의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서울 관내 소방서119 구급대 차에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병원 선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는 신고자에게 구급차 출동을 알리며 '현재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인해 병원이송 지연이 예상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는 비슷한 일이 전국 도처에서 발생하자 소방청에 '119 출동 신고자 답신 안내 메시지 관련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실제 문자메시지 내용과 의협의 공문 내용을 SNS에 공유하며 문제점을 알리기도 했다.

의협은 "현재 의료계 상황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정책 추진에 따른 것으로 정부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대한민국 의사들은 무너지는 의료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특히 일선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필수의료 진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어 "일선 소방서에서 발송하고 있는 문자 메시지는 병원이송 지연의 책임을 응급의학과 의료진 등 의료계 구성원에게만 돌리는 것"이라며 "의료진과 국민의 신뢰만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어려운 의료 환경 속에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 노력하며 현 의료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갈망하는 의료인이 허탈과 절망에 빠지도록 하고 있다"라며 소방서에서 신고자에게 회신하는 문자 메시지 발송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도 구급대 안내문 부착 문제를 놓고 서울소방재난본부에 항의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현재 의정갈등을 마치 의사의 일방적 책임인 양 호도하는 문구를 구급차에 부착하는 것은 국민과 의료진 사이 갈등과 불신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짚으며 "선동적인 안내문은 응급의료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사회는 "국가는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 관계자의 처벌 위험을 줄여주는 등의 방침을 시급히 확립해야 한다"라며 "마음 놓고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의사 수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응급의료뿐 아니라 어떠한 근로 현장에서도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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