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사례 살펴보니 고독사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

고독사 사례 살펴보니 고독사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

  • 최승원 편집국장 choisw@kma.org
  • 승인 2024.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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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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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생겨난 생명체인 원핵생물에게 죽음이란 없었다.

자신을 반복·복제하는 생식방법 덕에 원핵생물은 어제 복제된 너와 오늘 복제된 내가 100% 일치한다.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셈이다.

원핵생물이 진핵생물로 진화하며 그리고 유성생식을 하는 고등생물로 한발 더 나아가며 죽음은 명징해졌다.

유성생식 등으로 자신의 후손과 자신이 똑같지 않다는, 자신은 독자적이고 독립적 존재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대신 죽음을 받아들였다.

죽음의 탄생이다.

사망한 친족의 염을 지킨 적이 있다. 친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잘라낸 삼베 조각으로 눈을 가리고 시신의 귀와 코, 입을 솜으로 틀어막는다.

심정지로 인해 동력을 잃은 혈액은 귀와 코, 입으로 흘러내리며 하얀 솜을 적셨다. 온몸을 돌다 내려앉은 혈액은 누워있는 시신의 아래쪽에 모여 시퍼런 멍자국을 만들었다.

시반(屍斑)이다.

온몸이 꽁꽁 묶여 차가운 흙 속으로 끌려가는 모습은 무서웠다. 오늘 흙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몫이지만 나의 몫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죽음은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과제인지라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모든 죽음이 고독할진대 유독 '고독사'라 구별해 부르는 죽음이 있다. 대체로 사망한지 여러날이 지나 일면식도 없는 사람한테 발견된 죽음으로 무연고 혹은 연고가 있어도 시신을 수습하려 하지 않는 경우다. 고독한 죽음이라기보다 아무도 애도하지 않는 죽음이다. 고독하게 사망했다는 말이 아니다. 짧지 않은 기간 배제되고 고립돼 소멸한 쓸쓸한 죽음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고독사의 발생 현황과 특징을 조사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고독사한 사람은 3천6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50∼60대 남성이다. 20∼30대 고독사의 비중은 작았지만, 20대 고독사의 60%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는 1.04명이었다.

50대 남자가 숨진지 4일만에 그의 임대아파트 베란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20년간 그 임대아파트에 살았지만, 다른 사람과 교류가 없었다. 1300가구나 되는 대규모 단지에 살았지만, 그는 철저히 단절된 섬이었다.

최근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어 음식을 사러 나갈 수도 없었다. 공식사인은 '아사'지만 어떻게든 나가 음식을 못구할 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좌절감과 시력을 잃었지만, 아무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다는 상실감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을 것이다.

사글세를 살던 60대 여성은 스스로 죽음을 택한지 일주일만에 집주인의 신고로 안방에서 발견됐다. 부패된 시신은 건조한 날씨 탓에 황갈색 장판 위에 눌어붙었다. 장판 위에는 사람 형태 그대로 검붉고 오래된 핏자국이 남았다.

유서가 있었다. "주인 아줌마, 아저씨 미안해요. 너무나 미안해요. 남긴 보증금 200만원으로 집을 좀 치워주세요." 관절염을 비롯한 각종 만성질환으로 통증이 계속됐지만 하루벌어 하루 사는 터라 일을 멈출 수 없었다. 통증과 의지할 때 없던 삶이 죽음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듯하다. 마지막 유언은 자신의 시신을 치우느라 수고할 집주인에 대한 미안함 뿐이었다.

이승에서 누리지 못한 지복이나 구원이 죽음 너머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죽음은 유기물이 원자단위에서 재배열되는 심심한 화학적 과정일뿐이라 여긴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누군가에게 애도받고 싶다.

누군가에게 애도받고 기억되는 존엄한 죽음을 모두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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