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서 해부학 실습한다는 충북의대 '직접' 가봤더니

주차장에서 해부학 실습한다는 충북의대 '직접' 가봤더니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5.0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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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차난에도 찾지 않는 공터에 1년 동안 가건물 운영
예과 1학년 174명, 4개 반으로 분반 계획 "앞이 안 보인다"

충북의대 전경 ⓒ의협신문
충북의대 전경 ⓒ의협신문

"불확실만 남아있다"

1985년 개교 이후 쭉 49명의 학생만 받아온 미니의대 충북의대가 당장 새해부터 200명에 가까운 학생을 교육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당장 이들을 가르쳐야 할 교수들은 현재를 불확실하다고 진단했고, 최악의 상황에는 폐교까지도 걱정해야 한다며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정부의 일방적 정책을 반대하며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해가 바뀌어도 돌아오지 않고 있어 불확실한 것도 있지만, 신입생은 물론 떠났던 학생들이 돌아왔을 때 교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고창석 충북대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교육할 준비가 됐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해부학 실습동을 따로 만들 것이고 그전에 비어있는 주차장에 실습실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겠다고 했다. 의대 건물 뒤에 있는 산을 밀어 의대 건물을 하나 더 세우겠다고도 했다.

[의협신문]은 1월 23일 논란의 충북의대를 직접 찾아 2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충북의대 정원은 1985년 개교 이후 쭉 49명이었다. 지난해 2월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따르면 충북의대는 151명이 늘어난 200명의 정원을 배정받았지만, 다시 실시한 수요 조사 과정에서 최종 126명으로 줄었다. 

이는 곧 당장 올해 신학기부터 126명의 신입생을 교육해야 한다는 소리다. 충북의대 개학일은 2월 중순경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휴학을 선택했던 24학번 예과 1학년 48명까지 돌아온다면 174명을 교육해야 한다.

불과 1년 전까지 50명에 최적화돼 있던 인프라가 하루아침에 3배 넘는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 아무도 찾지 않는 주차장...언덕 수준의 뒷산

우선 고창섭 총장이 자신 있게 계획을 말했던 주차장과 뒷산을 가봤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교육위원회 위원들은 직접 충북의대를 방문해 교육 현실을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때도 야당 중심 의원들은 "문제가 너무 많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의협신문
10개의 실습대가 있는 현재 충북의대 해부학 실습실 ⓒ의협신문

현재 충북의대 해부학 실습실에는 10개의 실습대가 있다. 여기에 6~8명의 학생이 한조가 돼 시신 한구를 놓고 실습한다. 지난해 해부학 실습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기증받은 시신 보관 공간도 부족해져 기자가 찾은 당일에는 3구의 시신이 실습대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실습실 관계자에 따르면, 49명의 학생이 해부학 실습을 위해 1년에 평균 10~15구의 시신을 사용한다. 시신 기증도 여기에 1년에 최대 15구 정도 이뤄진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충북의대는 평소 38구 정도의 시신을 보관하며 유지하고 있다. 최대 보관 가능한 숫자는 50구다.

3배 넘게 급격히 늘어난 학생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실습실 추가는 당연한 상황. 

해부학 실습 과목은 본과 1학년에 배우기 때문에 2년이라는 시간이 아직 남았다. 이에 대학은 206억원을 들여 해부학 실습동을 따로 만들기로 했는데, 완공까지 시간이 걸리니 급한 데로 학군단 뒤 비어있는 주차장에 모듈 형식의 해부학실습실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표준화된 실내 공간을 모듈 형태로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설치, 조립하는 건축 공법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은 2027년부터 적어도 1년은 임시로 만들어진 가건물에서 해부학 실습을 받아야 한다. 실습을 받기 위해서는 학군단 건물 뒤에 만들어진 가건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의대 앞에 있는 대운동장을 가로지르거나 둘러서 약 1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오로지 해부학 실습만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것. 공강이 없는 의대생 일정으로서는 사실 이동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의협신문
해부학실습실 가건물이 만들어질 학군단 뒤 주차장 공간. ⓒ의협신문

학군단 건물 뒤에는 '주차장'이 있음에도 주차된 차가 한 대도 없었다. 그 말은 곧 충북대 내부인도 잘 찾지 않는 곳이라는 소리다. 주차 공간이 없어 이중 주차를 하더라도 학군단 뒤 주차장까지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옥준 병리학교실 교수는 "학교 가장 끝 외진 곳에 해부학 실습실을 만든다는 것이다. 해당 공간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도로 옆에 있어서 소음도 크다"라며 "교육 건물과 행정부서와 거리도 멀다. 교육 공간으로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해부학교실 관계자도 "학생이 200명 가까이 늘어나면 1년에 적어도 25구의 시신이 필요한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학생이 늘었다고 기증이 늘어난다는 것은 보장할 수 없으니 시신 한 구에 20명이 실습을 위해 참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시신 보관 냉동고도 현재 2개를 더 신청한 상태인데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의대 4호관 계획이 잡힌 의대 건물 뒷산. 이옥준 교수가 뒷산의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의협신문

깎아서 10층 규모의 의대 4호관을 짓겠다는 뒷산도 가봤다. 대학은 473억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공사를 진행, 2028년 3월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뒷산은 건물 5층 높이의 작은 언덕 수준이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 언덕조차도 산림청 예산을 받아 '치유의 숲길'을 조성한 터라 건물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대학은 가능하다고 한다"며 이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충북대 캠퍼스에서 의대는 2개 건물이 있다. 임상연구동까지 더하면 3개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충북대병원도 있다. 올해 오송역에서 7km 떨어진 곳에는 의대 3호관 문도 열었다. 교수 10여명이 의대 3호관으로 옮겨간 상태이지만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바람에 수업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는 언덕을 깎아서 의대 4호관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6호관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을 호기롭게 제시했다.

# 예과 1학년 4개반 나눠 교양 수업…의대는 160명 수용 강의실이 최대 

강의실도 문제다. 충북의대는 올해 수시합격자 60명에 정시 결과 66명을 추가 선발해 126명의 신입생이 들어올 예정이다. 대학은 휴학했던 48명까지 돌아왔을 때를 감안해 수업시간표를 일단 만들었다. 

우선 1학기만 놓고 보면, 전공필수로 의료인문학세미나가 있고 전공 선택과목으로 독서 세미나, 인간과 윤리, 지역사회와 공공의료의 이해가 있다. 교양과목은 글쓰기 등 총 5과목이다. 

ⓒ의협신문
160명 수용 규모의 의대 첨단강의실 ⓒ의협신문

교양과목은 174명의 학생을 4개반으로 분반했다. 다행히(?) 교수는 모두 달랐다. 전공 과목은 신입생과 24학번으로 2개 반으로 나눴다. 신입생은 의대 첨단강의실에서 126명이 한꺼번에 수업받도록 했다. 한 명의 교수가 같은 내용으로 두 번의 수업을 해야 한다. 전공 선택과목 중 지역사회와 공공의료의 이해 과목은 농대로 이동해 174명이 한 번에 수업을 듣도록 했다. 

사실 충북의대 교수들은 그동안 정원 증원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다. 지역의료 상황을 고려해 10여년 전부터 내부에서는 20~30명은 더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적극적으로 학교와 지자체에 건의를 하기도 했다. 정원이 70~80명까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여기에 맞게 내부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의대 첨단강의실도 그중 하나다. 수용 인원은 160석 정도로 의대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름은 강의실이지만 의대 학술대회 같은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실제로는 강당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강의실 한편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었고, 입구에는 "의과대학 구성원의 문화공간을 꾸몄다"라는 문구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본과 1학년과 2학년이 사용하는 강의실 2곳도 의대에서는 비교적 큰 강의실로 정원 80명 증원에 대비해 만든 강의실이다. 최대 수용 인원은 100명 수준이다. 현재 예과 1학년 강의실은 60석에 불과하다.

ⓒ의협신문
본과 1학년이 사용하는 강의실 ⓒ의협신문

이옥준 교수는 "의대생은 학습량이 많기 때문에 예과 2학년부터는 공강이 없다"라며 "고등학교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 수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단과대처럼 강의실을 옮겨 다니기 보다는 한 개의 강의실을 한 학년이 쓰면서 강의 교수만 계속 바뀌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대 차원에서 오랫동안 고민해 부담 없이 천천히 준비해서 교육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게 20~30명이었다"라며 "한 번에 200명 가까이 늘어버리면 그 숫자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다"고 토로했다.

교원도 늘지 않았다. 오히려 줄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현재 충북의대에는 1월 기준 132명의 전임교원이 있다. 대학은 올해만 상반기에 39명, 하반기 3명으로 43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충북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학교는 가배정이라는 개념을 갖고 와서 충북대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 중 필수과목에 근무하고 4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인원을 추려 전임교원으로 발령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숫자는 35명이다. 사실상 교원을 추가로 채용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심지어 병원 인력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현재 충북대병원에서는 15명의 교수가 사직했다. 

채희복 충북의대 교수비대위원장(소화기내과)은 "내과 교수진이 40명 정도 되는데 2명이 또 그만둔다고 했다"라며 "남아있는 교수들의 업무가 점점 과중해지고 의료 정상화도 요원하다 보니 못 버티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직도 사직이지만 휴직이나 해외연수를 선택하는 분도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30대부터 40대 초중반의 젊은 의사, 필수의료 담당 의사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다"라며 "가장 왕성하게 진료하면서 배우고, 연구하며, 교육하는 등 병원의 핵심이 될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게 문제"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교수비대위는 정시 합격자 66명이라도 덜 뽑아야 한다고 총장에게 건의했다. 물론 총장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교수는 "의대생은 성적이 상위권인 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대에 중복지원한다. 66명의 정시 합격자를 발표하면 수도권으로의 대거 이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후 충원 합격, 추가모집을 하게 되는데 이들만이라도 선발하지 않아야 다가오는 혼란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의대에서 25~6년을 잘 준비해 27년에 증원된 학생을 맞을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 어린아이에게 자기 무게의 세배를 들라고 하는 게 갑자기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토로도 더했다.

이 교수도 "본부와 회의를 하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만 한다"라며 "행정적으로는 다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교육이 시대에는 맞는지, 학생들의 기대치에는 맞는지, 의료시스템 적응 능력을 만들 수는 있는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관했다.

그는 "특히 의학교육에서 임상실습이 가장 중요하다. 임상실습을 받기 위해 기초의학 교육을 받는다"라며 "교수를 따라다니면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것인데 외래에 10명이 들어가야 할 상황이 눈앞에 있다. 그런데도 대학은 이부분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려고 들지를 않는다. 도제 시스템에서 임상실습은 무조건 안된다. 대책이 안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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