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종욱 박사 후임으로…9일 공식 취임
세계보건기구(WHO) 신임 사무총장에 홍콩 출신의 마거릿 챈 씨(59)가 선임됐다.
세계보건기구는 8일 집행이사회를 열고 챈 현 사무차장을 차기 사무총장에 내정했다. 챈 내정자는 9일 제네바 세계보건기구 본부에서 열리는 특별총회의 승인을 받아 임기 5년의 사무총장에 정식 취임한다. 챈 내정자는 중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기구 수장을 맡게 됐다.
의사 출신인 챈 내정자는 캐나다의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78년 홍콩 보건성에 들어가 28년 간 보건행정 경력을 쌓은 전문 관료다.
그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게 된 계기는 조류 인플루엔자였다. 홍콩 보건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인 1997년 홍콩에서 AI 바이러스의 변종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H5N1 조류 인플루엔자가 처음으로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도 과감한 대처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당시 홍콩에서는 H5N1 바이러스에 18명이 감염됐고 6명이 사망했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그는 홍콩내 가금류 전체에 해당하는 약 150만 마리를 모두 도살처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3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 5월 갑작스럽게 타계한 이종욱 전 사무총장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2003년 WHO로 자리를 옮긴 챈 내정자는 조류 인플루엔자 및 사스 등 전염병에 대처한 경험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전염병 담당 사무차장이 되는 등 고속 승진했다.
한편 이번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선거에서는 무려 13명의 후보가 등록하고 막판까지 11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등 선거가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챈 내정자는 후보 5명을 대상으로 8일 오전 진행된 1차 표결에서 멕시코 보건장관인 훌리오 프렝크 후보와 함께 통과한 뒤, 결선 표결에서 프렝크 후보를 24대 10으로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