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21일 '의료윤리 활성화 방안' 주제 학술대회
임상의료 윤리가이드 첫 선…임상윤리교육 중요성 강조
이강숙 가톨릭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병원윤리위원회는 임상 사례에서 나타나는 윤리문제를 파악하며,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관리서비스와 결과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병원윤리위원회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할머니 사건 당시 대법원은 의료진의 판단과 더불어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제안했다"며 "병원윤리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엄격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자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운영 및 심의에 관한 표준과 운영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들이 병원윤리위를 설치, ▲윤리상담 및 자문 ▲윤리교육 및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징계 ▲정책 개발 및 심의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가 2011년 전국 211곳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료를 보면 병원윤리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67.6%(142곳)이며, 위원회 개최도 연 평균 2회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담부서 및 인력이 없는 곳은 64.5%에 달하며, 의료인에 대한 의료윤리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30.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의대 및 간호대학은 물론 전공의·임상간호사를 대상으로 의료윤리교육을 강화하고, 윤리 전문가를 양성할 것을 제안했다.
오승민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 사무국장은 '임상의료윤리 교육 시행 경험 및 교육활동 강화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가톨릭 신임교원 84명을 대상으로 의료윤리 교육 시행전과 시행후를 비교한 결과, 생의 시작과 마지막에 관한 윤리 문제에 대한 의식이 증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교육을 통해 임상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어렵고 복잡한 갈등 영역에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평만 가톨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과 책임교수)는 '사례중심으로 본 가톨릭 임상의료윤리 가이드북'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의료현장의 다양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병원윤리위원회 활성화와 윤리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사회에서도 병원윤리위원회 운영에 관한 평가를 강화하고 있지만 선도적 윤리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가이드북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임상의료윤리 가이드가 단순히 법적 책임을 피하는 데서 탈피해 환자를 위해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고, 윤리적 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현장에서 활용하는 과정에서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함으로써 함께 만들어 가는 가이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임상현장에서의 의료윤리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 존 하스 미국가톨릭생명윤리정책센터장은 "효과적인 임상윤리 자문을 위해서는 가능하면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윤리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의료진과 정식으로 윤리학을 공부한 사람이 반드시 관여해야 한다"고 밝힌 하스 센터장은 "변호사·사목팀·사회복지사·행정부서 담당자는 물론 일반시민도 포함시켜야 한다"며 "종종 의학적 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상식적이고 도덕성을 가진 사람들의 귀중한 통찰이 전문가들이 미쳐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