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ROR alpha 활성 조절제의 간암증식 억제 기전 규명
간암은 한국 뿐 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이나, 진행성 간암에 대한 약물적 치료는 요원한 실정이다.
그런데 경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이인규·박근규 교수팀이 암 대사 제어를 통한 간암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인규·박근규 교수 연구팀은 고아 핵수용체 'ROR alpha'(Retinoid-related orphan receptor alpha)의 활성조절이 간암에서 글루타민과 포도당의 대사를 변화시켜 간암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약물적으로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했을 때 효능과 전신적 부작용이 널리 연구되지 않아, 글루타민 억제 시 발생하는 변화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새로운 타깃을 찾는데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ROR alpha를 과발현시킨 간암 세포주에서 글루타민 결핍에서 일어나는 대사 변화와 유사한 형태로 포도당 해당과정과 생합성 과정이 감소하고 포도당의 산화가 증가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이러한 대사적 변화는 포도당 대사에서 중요한 조절인자인 PDK2가 ROR alpha 활성화에 의해 억제로부터 기인함을 밝혔다.
연구팀은 임상적 적응 확대를 위해 간암 세포주 유래 동물모델(xenograft)를 활용해 약물의 간암 억제 효과를 조사했다.
또 간암 세포주를 흰쥐에 주입해 간암의 형성을 유도한 뒤, ROR alpha 활성조절제를 주입한 그룹과 대조 약물을 주입한 그룹으로 나눠 간암 크기의 변화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ROR alpha 활성조절제를 주입한 그룹에서 대조군에 비해 현저하게 간암 크기가 감소했으며(평균 종양 크기, 226.43 mm3 vs. 73.50mm3, p<0.01) 간암 조직을 분석했을 때 PDK2의 발현이 감소함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강유나·장병국 교수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187명의 인체 간암 조직 분석을 통해 ROR alpha의 발현은 간암 조직에서 주변 정상 조직에 비해 현저히 감소돼 있음을 증명함으로써(간암조직에서 28.9%만이 ROR alpha 양성인 것에 반해, 주변 정상 조직에서는 77%가 양성) 임상적용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줬다.
박근규 교수는 "간암 세포에서 글루타민 대사 억제 시 간암 성장 억제기전을 포도당 대사적 관점에서 규명하고, 핵수용체 ROR alpha가 이를 매개한다고 밝힌 이번 연구를 통해 암대사 제어의 가능성을 확대하는 다양한 핵수용체 발견에 그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 수술적 절제가 가능한 비교적 조기 간암 환자의 조직에서 ROR alpha의 발현을 확인했다면, 후속 연구에서는 진행성 간암에서 ROR alpha의 발현을 확인하고, 기존의 치료에 저항하는 세포주에서 ROR alpha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간암 이외의 다른 암으로 확대 적용해 보거나 암 대사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고아핵수용체 발견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ROR alpha 활성조절제를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을 만들게 된다면 기존의 항암제 투여가 불가능하거나 불응하는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ROR alpha의 발현 여부를 통한 간암의 진단이나 예후 평가 마커로도 개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