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17일 메르스 피해 기자회견 "추경예산안 국회 통과 간절"
박상근 병협 회장 "땜질식 처방 그만...대정부 감염병 관리 건의서 낼 것"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직접피해 규모가 549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한병원협회는 17일 '메르스 피해 정부 지원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메르스 사태로 인한 직접·간접 피해 손실 추계액을 공개하고 정부와 국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박상근 병협 회장은 "메르스 사태로 인한 피해병원들의 직접적인 손실금액을 보수적으로 추계하면 5000억원을 상회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보조지원 규모를 1000억원 수준으로 추경예산에 편성했다"며 "정부에 대한 실망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갑식·홍정용·임영진 부회장과 정규형 총무위원장·조한호 보험위원장·유인상 보험이사 겸 사업이사가 참석, "실질적인 메르스 피해를 보전해 달라"고 호소했다.
병협은 감염병 관리기관과·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로 인한 피해병원 등 85곳을 기준으로 메르스 감염 환자가 처음 확인된 5월 20일 이후인 5월 21일부터 7월 4일까지 손실보전액을 추계한 결과, 5496억원(감염병 관리기관 1899억원, 메르스 피해병원 359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계 결과를 공개했다.
메르스 피해 병원 85곳 가운데 자료를 제출한 병원은 58.8%(50곳)였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병원은 1일 1병상당 진료수입을 상급종합병원(94만 3686원)·종합병원(50만 6470원)·병원(8만 1605원)으로 나눠 피해 규모를 산출했다.
병협은 감염병 관리기관의 경우, 외래 및 입원 진료 축소로 평균 15.1%의 손실을, 메르스 피해병원은 45.8%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계했다.
이와 함께 국민안심병원 시설 구축 및 소모품비로 353억원, 24시간 응급실 선별진료소 시설물 구축비 26억원 등도 간접손실로 파악했다.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병협 임원들은 "병원계의 재정지원 요구는 단순히 어려운 병원경영에 대한 읍소가 아닌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보건의료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5496억 원의 손실보전액 추계에는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의원급 의료기관 61곳이 제외됐다"면서 "지원액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5000억원의 추경예산안을 통과한 것과 관련, 박 회장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병원계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임영진 병협 부회장은 "의료계는 수년간 적자 경영을 해 왔다"면서 "대부분 대형병원들도 자금 보유 규모가 한 두달에 불과해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임금을 못줄 형편"이라며 "단기 유동자금 확보가 가장 시급한 숙제"라고 털어놨다.
김갑식 부회장도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올렸준 수가를 깎았고, 이후에도 고작 1%대로 수가 인상을 묶어왔다"면서 "식대수가를 8년 동안이나 동결할 정도로 수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닥친만큼 이로 인한 피해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근 병협 회장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확인된 보건의료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과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는 대로 정부에 감염병 관리 및 계획에 관한 건의서를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미래를 보고 탄탄한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분석과 논의를 해야 하는 데 정부는 땜질식 처방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박 회장은 "시민단체를 비롯해 의료감염 전문가·의료 질 향상 전문가 등과 함께 병원문화를 현실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