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수 교수팀, 세계 최초 규명...제약회사들 이상적 약 개발 기대
DPP4-억제제 사용 시 정기적으로 망막병증 추이 점검이 필요해
당뇨병 환자에게 경구용 혈당강하제로서 투여하는 DPP4-억제제가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세계 최초로 발표됐다.
DPP4-억제제는 국내에서 당뇨병약 가운데 처방 1위 품목이어서 이번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김효수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팀(이춘수 박사·선도형 세포치료연구사업단)은 사람 세포와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DPP4-억제제가 대조군에 비해 망막혈관병증을 유의하게 악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기전을 규명한 논문이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7월 6일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당뇨병은 심장·뇌혈관계 질환, 콩팥 부전, 망막혈관병증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다. 적절한 혈당관리는 이런 합병증은 물론 사망률을 감소시킨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경구용 혈당강하제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당뇨병의 유병률이 급증하면서 경구용 혈당강하제의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었고, 일생동안 투여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제의 안전성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DPP4-억제제는 혈당을 낮추는 인크레틴 분해를 억제해 인크레틴 혈중 농도를 증가시킴으로써 혈당을 강하시키기 때문에 당뇨병약제로 시장에 출시된 이후 가장 판매량이 많은 약으로 등극했다.
그런데 DPP4-억제제는 염증·저산소자극에 의해 많은 세포에서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으로서 혈괄투과성과 신행혈관생성을 증가시키는 물질인 SDF-1α(Stromal cell Derived Factor)의 분해도 억제해 문제가 된다.
즉, DPP4-억제제 투약으로 망막조직세포에서 분비하는 SDF의 분해가 억제돼 누적되면 망막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하고 신생혈관이 만들어져서 망막혈관병이 악화된다는 것.
김 교수팀은 혈관내피세포를 이용한 면역형광염색에서 DPP4-억제제가 세포 사이의 연결 부위를 느슨하게 해 혈관내피세포의 투과성이 증가되는 것을 밝혔다.
또 쥐를 이용한 망막혈관실험에서 DPP4-억제제를 투약 받은 쥐는 위약을 투약 받은 쥐에 비해 망막혈관의 누수·누혈 현상이 3배나 증가했고, 신생혈관 생성이 현저히 증가했다.
무엇보다 당뇨를 유발한 쥐 모델에서는 망막병증이 1.5배 증가했다.
한편, 국제적으로 수행된 대규모의 다른 임상연구 결과에 의하면, DPP4-억제제를 투약 받은 환자들은 심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증가했다.
심부전 악화는 폐부종을 동반하는데, 김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DPP4-억제제가 폐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폐부종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심부전 증세를 초래한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DPP4-억제제는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 약을 사용하는 경우 정기적으로 망막병증 추이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호흡곤란이 악화되는 기전은 현재 오리무중인데, 본 연구의 결과 허파모세혈관 누수현상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제약산업계에 투영한다면 이상적인 약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크레틴은 누적시켜서 혈당을 강하시키면서 SDF1은 누적시키지 않는 '인크레틴-특이적 DPP-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