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지급 거절권 부여...보험가입자 재산권 침해·무죄추정원칙 위반
김필수 병협 법제이사 "입원 적정성 사전심사제 도입하고 보험약관 개정 필요"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고대 법대 법학박사)는 <병원>지 최근호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을 바라보는 병원계 입장'을 통해 "민사집행법에서는 보험가입자의 건강권과 생계보장 측면에서 보험금을 압류금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 보험사기 조사 중임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 거절이 가능하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보험금 지급거절권한을 보험사에 줌으로써 보험가입자의 재산권(보험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취득했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과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는 보험사기로 조사 또는 재판 중인 피의자와 피고인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김 법제이사는 "보험사가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 중임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비롯해 소송과정에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제도를 이용해서라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다퉈보자"고 제안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입원 적정성 평가 역할을 맡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환자의 상태나 검사 결과에 대해 귀가 조치를 하지 않고 입원을 해서 지켜봐야 하는 경우 사후적으로 상병이 발견되지 않으면 사후심사에서 입원이 적정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 김 법제이사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입원의 적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심평원이 심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법제이사는 "입원적정성 심사결과에 따라 보험사기 사건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의료인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부당이득 환수처분을 비롯해 의료법상 행정처분(면허정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입원의 적정성을 폭 넓게 인정하고, 사전심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무죄추정 원칙에 입각해 환자와 의료기관에 소명과 불복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합리한 보험약관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약관에는 MRI 등의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원을 해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힌 김 법제이사는 "검사의 적응증이 되면 비록 입원 중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MRI 등의 검사를 입원해서 하도록 약관에 규정해 놓고 이를 빌미로 선량한 사람을 보험사기죄로 범죄화 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사가 퇴원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민간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게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법제이사는 "의사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따라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고, 입원 여부와 적정 입원기간은 물론 퇴원까지도 판단에 따라 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