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꿈꿨던 소아응급 의사, 올바른 의료 현장 목소리 위해 정치 입문
1호 법안 발의보다 의료 현실 반영 못한 법안 개정에 우선 순위
정부 의대정원 증원 정책 "제대로 된 진단없이 내놓은 처방" 일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료 전문가로 의사들의 주목을 끈 사람이 있다. 개혁신당에서 비례 1번을 받은 이주영 당선인이다. 필수의료·지역의료 부족 문제가 대두되는 현 상황에서 소아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의료 현장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의료현장 전문가로 정평나있다.
[의협신문]은 최근 이주영 당선인을 만나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부족 문제, 공공의대 설립, 비대면 진료 등 의료현안에 대한 생각과 제22대 국회에서 주요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방향을 들어봤다.
지난 3년동안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상황을 그대로 경험한 이주영 당선인은 인터뷰 내내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해 '잘못된 방향이다', '사과해야한다', '책임져야한다' 등의 단어를 선택하며 소신 발언을 했다.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서도 지속 언급했다.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주영 당선인은 의정 갈등 속 젊은 의사들의 의료 현장 복귀를 위해서는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당선인은 오는 5월말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는 시기에 맞춰 국회 입성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당선인은 원칙이 되는 기본법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고 불필요한 법안 개정이 우선이라는 신념에 따라 '1호 법안 발의'라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추후 희망하는 보건복지위원회에 의정활동을 하게된다면 응급의료법, 정신건강보건법 등 불합리하고 불필요한 법안을 가장 먼저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보좌진 구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상임위원회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보좌진 구성을 마치진 않았지만, 보건복지부 출신 등 보건의료 쪽 전문가는 이미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당선소감을 밝힌다면?
우선, 개혁신당을 선택해주신 국민에게 감사하다. 또 의료 전문가로 등용해준 개혁신당에도 감사하다. 제22대 국회에서 개혁신당이 3명으로 구성됐는데, 새로운 시작을 해보라는 국민의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개표할 때 긴장을 너무 많이 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결과론적으로는 3명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지만 나 혼자 국회에 가는 거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다. 자진 사퇴 고민까지 할 정도였다. 천하람 당선인까지 국회에 입성한다는 결과를 보고나서야 조금 안도했다.
원래 정치인의 꿈을 가지고 있었나?
문과 출신으로 원래 꿈은 기자였다. 또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보통의 의사들보다는 재미있어 했지만 정치엔 관심이 없었다.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작년에 국민의힘에서 소아청소년과 의료대란 해소를 위한 TF를 운영했었는데 TF 구성원으로 회의를 몇 번했다. 이후 여러 당에서 영입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스스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다 거절했었다.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뭔가?
계속 거절하던 중 은사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활동한 박인숙 전 국회의원이다. 은사님이 현 의료 상황에서 의료를 정치로 바라보는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하지 않겠냐라는 말씀에 고민을 하고 발을 들이게 됐다.
다른 당에서 영입 제안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개혁신당을 선택한 이유는?
개혁신당은 전문가의 목소리를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있다.
당론에 맞추라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문제는 의료 전문가가 제일 잘안다는 신뢰 속에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충분히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느낌을 받았다. 전문가의 목소리를 전달하기에 개혁신당이 맞다고 생각했다.
당선인은 세 아이의 엄마다. 아이들은 엄마가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다. 우선 잔소리(?)가 심해졌다. 늘 아이들에게 엄마가 이제 공무원이고 국민들의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니 너네가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매일 출근해야하는 상황도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는 당직 등의 이유로 매일 출근하지 않았는데, 그 상황이 변하는데 불만이 많다. 그냥 공무원 하지말고 계속 의사하면 안되냐는 투정도 나온다.
의사 출신 8명이 제22대 국회에 입성했다. 본인만의 차별점은?
국회에서 의료 관련 입법을 발의하거나 의정 활동을 하는 가운데 의료계에 관련된 것은 특히 의료 현장에 대한 이야기는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8명의 의사출신 국회의원 중 현장을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의료 행정과 의료 실무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고 이론대로 모든 현상이 그대로 가지 않는다. 법과 행정 때문에 의료 현장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
총선 전 소청과 오픈런 문제가 대두되면서 당선인이 주목받았다. 소청과를 전공하게 된 이유?
고백하자면, 미주신경성 실신이 약간 있다. 똑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서 있으면 어지러움을 느낀다. 오랜 시간 수술을 하는 과는 못가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학교를 다닐때는 외과나 산부인과를 하고 싶었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를 고민했었는데 인턴 때 애기들 발을 보는데 보들보들 참 이뻤다. 그런 발을 평생 보는 건 괜찮겠다고 생각을 했다. 소아들 진료를 위해 그들의 부모도 의료진도 다른 것은 고려하지않고 무조건 열심히 최선을 다하자라는 담백함도 좋았다.
현재 소청과 현장의 현실은 어떤가?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최근 3년은 정말 붕괴였다. 지난 20년간 내가 좋아하고 열심히 했던 일이 무너지는 것을 영화보듯이 본 거 같다.
낙수과라는 표현에 상처를 받는 전문의도 많다. 나 역시 낙수과라는 표현에 상처를 받았다. 입원도 안되고 전원도 안되는 상황에서 중환자들은 몰려드는데 법적인 리스크를 의사들이 다 짊어져야하는 현실도 어렵게 만든다.
최근에 소아과 의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정말 낮다라는 걸 느꼈다. 소아과가 없으면 내과나 가정의학과 가면 되지 않냐는 말에 소아과 의사들은 무너져 내린다. 대우를 못받는 현실을 직시하고나니 '이래서 수가도 낮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아야하는게 당연하구나, 이런 과정이었구나'라고 느꼈다.
11명의 동기들이 있었는데 소아청소년과를 제대로 진료하고 있는 동기는 현재 4명 뿐이다. 굉장히 슬픈 일이다.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소청과 전문의가 생각하는 필수의료란?
나도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차관에게 필수의료 정의를 묻고싶다. 분명 세 분의 대답이 다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필수의료라는 말 자체가 말이 안된다. 그래서 그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말로 필수과를 살려주겠다고 했는데 필수과들부터 반발을 했다. 잘못된 방향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핵심' 의료가 있는 거고 그 핵심 의료를 도와주는 '보완' 의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소아과가 핵심 의료고 피부과가 보완 의료라는 것이 아니다. 소아과 안에도 핵심 의료와 보완 의료가 있고 피부과 성형외과에도 핵심 의료와 보완 의료가 있는 거다.
필수의료, 핵심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의사를 포함한 전국민에게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
필수의료, 핵심의료는 이미 붕괴됐다. 소위 말하는 바이탈과를 선택하는 핵심은 전문가적인 정신이다. 의사들의 자존심, 자긍심이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그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것을 학생들까지 다 봐버렸다.
또, 협의체 구성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가 가야할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한다. 현재 정부는 의료에 대한 방향성 설정이 없다. 10년, 20년 뒤 어떤 의료를 국민이 지향하는지 알고 발전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국가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정직하게 이야기 해야한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어떤 사과가 있어야 하는지?
정부가 바이탈과에 가까울수록 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언제든 박탈할 수 있다는 걸 천명해버렸다. 휴직금지, 사직금지 등의 반헌법적인 워딩을 하면서다.
의사도 국민이다. 발언 철회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대한민국 어떤 국민에게도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겠다고 밝혀야 한다. 모든 국민에게 정부가 포압적으로 개인이나 한 직종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해야한다. 의사에게만 한정된 사과가 아닌 전국민적 사과로 이어져야한다.
필수의료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 정책 어떻게 바라보나?
정부를 의사라고 본다면, 정말 실력 없는 의사다.
진단이 뭔지, 고치고 싶은 방향이 뭔지, 무슨 약을 어떻게 쓰고 추가로 필요한 검사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봐야하는데 환자가 왜 아픈지에 대한 고민을 단 한번도 안해보고 일단 약장에서 아무 약이나 짚히는대로 가져와서 쓰는 걸로 밖에 안보인다.
모 의과대학은 의대정원이 40명에서 80명으로 늘리게됐는데 내년에 실습할 카데바가 2구라고 하더라. 80명에서 카데바 2구로 실습을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머지 기자재며 기초의학 교수며 아무것도 의학교육 기준에 충족되지 않을 것이다.
당장 내년에 세계의학교육 평가원에서 실사가 온다. 이대로 의대정원 증원이 이뤄진다면 그 어떤 학교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세계 학회를 나가도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굉장히 존중을 받아왔었는데 지금 굉장히 망신을 당하고 있다.
충분한 논의를 거친 이후 논의 결과가 의사가 부족하다, 증원이 필요하다고 나와 점진적으로 의학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가면서 의사를 늘린다고 한다면 의사들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의정 갈등이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젊은 의사들은 의료 현장을 떠났고 의대생은 학교를 떠났다. 해결 방안은?
반드시 정부에서 손을 먼저 내미는 수 밖에 없다.
개개인의 전공의들은 지금 당장 크게 잃을 것이 없다. 젊은 의사들은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공부했겠나, 그리고 인턴, 전공의를 거치면서 제대로 쉬어본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와의 대화 결과를 지켜보면서 기다려보자는 입장일 것이다.
정부는 다르다. 수련 시스템 및 교육 시스템은 한 해가 비어버리면 붕괴하게 된다. 정부는 급한 입장이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도 정부에 있다. 사태의 주범인 정부가 빨리 누구 하나를 내세우던가 조직을 만들어 젊은 의사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보건복지위로 상임위가 정해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1호 법안을 발의하는데 욕심이 없다. 이미 좋은 법은 많다. 제대로 작동을 안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법안, 특별법 등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의료의 본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원칙이 되는 기본법에 충실한 법 질서를 만드는게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적으로 개정을 생각하고 싶은 법안이 있나?
정신건강보건법과 응급의료법을 개정하고 싶다.
정신건강보건법 때문에 최근 5년동안 야간에 정신과적 응급 환자를 입원 시킨 케이스가 없다. 코로나19 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병상 간 간격 넓힌 것도 짚고 싶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입원 필요한 환자들이 아무도 입원을 못했다. 입원을 하지 못한 환자들은 집에서 방치된다. 소아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에 방치되는 것 자체로 그 아이의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는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해당 법안으로 응급입원이라는게 불가능해지게 만들었고, 정신건강의학적 응급 개입이 아예 작동하지 못하게 됐다.
응급의료법도 개정해야한다. 응급실 근무를 하면서 이송 거부를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수용 불가였던 적은 너무나 많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채 응급실 이송 거부를 금지한 응급의료법 역시 손을 봐야한다.
보건복지위에서 의정 활동을 하게 된다면 대한의사협회와 소통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의료계나 의료 현장에서 정부 정책적으로 요구하는 바가 있을 때 의학적인 내용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법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엔 내가 가장 좋은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협이랑 개인적으로 관계를 맺어 소통하지는 않을거다. 특정 집단의 손을 잡는다던가 특정 직역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회와 의협의 중간에 있기보다 정부와 의료계가 소통할 수 있는 중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의대정원 말고도 의료 이슈가 꽤 많다.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입장은?
공공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공공의대를 세운다고 한다. 도대체 공공의료가 무엇인가? 대상은 누구고 재정은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민간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야 하거나 다른 보조를 받아야 할 때 재정의 분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공무원인가? 그외 직역은 공무원으로 뽑을 것인가? 등을 반대로 물어보고싶다.
서울의료원과 국립의료원부터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무슨 공공의료를 위해 공공의대를 짓는다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입장은?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해 당장은 회의적이고 부정적이다.
세계 의료 추세를 보면 비대면 진료가 정착될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의료접근성을 생각해야한다. 의료접근성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예산을 써야하는 이유가 뭔지 묻고 싶다.
비대면 진료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보험 수가는 어떻게 책정할 것이며, 의료사고 등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추진은 안된다.
비대면 진료라서 무조건 싫은 것이 아니라 비대면 진료의 한계가 아직은 너무 명확하다. 대면 진료를 해야 알 수 있는 의료적 상황이 너무나 많은데 비대면 진료를 부수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수가와 법적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한 후 시범적으로 운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