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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질환과 항생제내성 문제 해결에 총력

감염질환과 항생제내성 문제 해결에 총력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3.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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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AR 송재훈 조직위원장 인터뷰

"21세기 첨단 기술과 방대한 지식으로 무장한 현대의학에서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세균감염 질환입니다. WHO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감염질환은 심혈관계 질환에 이어 세계 2위의 사망원인이나, 선진국을 제외할 경우 전체 사망원인의 45%에 달해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으로 남아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최근 발생한 SARS는 감염질환의 위력을 여지없이 보여주었으며, 전염병이 의학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제4회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ISAAR International Symposium on Antimicrobial Agents and Resistance/7월 16~18일 서울 COEX)을 관심과 성황속에 개최한 송재훈 조직위원장(성균관의대 교수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은 감염질환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한편 이로 인한 문제점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항생제 내성이라고 강조했다.

"감염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90%를 차지하는 급성호흡기 감염, AIDS, 수인성 전염병, 결핵, 말라리아 등은 모두 항생제 내성의 출현에 따라 치료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등 항생제 내성은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질환의 치료를 어렵게 해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1940년 페니실린이 도입된 이후 감염질환은 더 이상 인류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곧 항생제 내성이 출현해 항생제의 효과가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후 이제 항생제내성은 의학에서 사용하는 모든 항생제에 나타나고 있으며, 21세기 의학계의 가장 큰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항생제내성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것은 내성 균주가 국제적으로 전파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송 교수는 특히 활발한 국제교류 해외여행으로 인해 내성 균주 역시 손쉽게 외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대책 역시 국제적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또는 일부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항생제내성 감시기구들이 조직된 바 있으나,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시스템이 드물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시스템이 주로 미국 유럽 지역에 국한된 활동을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아시아 지역은 항생제내성 문제의 대책에서 소외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는 전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살고 있는 가장 큰 대륙이며, 전세계 항생제 사용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등 항생제 오남용의 심각성에 비해서는 이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는 시스템은 전무했습니다."

1996년 '항생제 내성 감시를 위한 아시아 연합(ANSORP Asian Network for Surveillance of Resistant Pathogens)' 설립을 제창,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일본, 타이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 스리랑카 등 11개국 26명의 의학자로 아시아 지역 최초의 국제 공동연구 기구를 출범시킨 송 교수는 ANSORP의 모든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각 회원국간 의견 조율 및 연구의 진행과 마무리를 이끌어 왔다.

"ANSORP는 이후 발전과 확장을 거듭해 현재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 14개국 29개 병원의 53명의 연구책임자가 참여하는 거대조직으로 발돋움하였으며, 향후 더 많은 국가와 병원의 참여를 유도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망라하는 국제연구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입니다. ANSOR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감염질환 및 항생제 내성에 관한 최초의 국제 공동연구 기구일 뿐 아니라, 아시아 과학자들에 의한 국제 공동연구 모델을 처음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은 역사적 의의와 함께 특히 우리나라의 과학자가 국제적인 시스템을 창립하고, 이를 7년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데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과학자의 주도로 세계적인 시스템이 구성되고 가동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학적으로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그 의의를 평가받고 있다.

"ANSORP는 지난 7년간 아시아 및 중동 지역에서의 항생제내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 아시아 지역이 항생제 내성에 있어 가장 문제가 많은 지역일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간에 항생제내성 균주가 상호 전파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등 항생제 오남용 현상이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심각한 수준임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한편 송 교수는 ANSORP의 활동을 토대로 1999년 '아시아-태평양 감염연구재단(ARFID Asian-Pacific Research Foundation for Infectious Diseases)을 설립했다. ARFID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감염 질환 및 항생제 내성 연구를 위해 설립된 최초의 국제 연구재단으로, 송 교수가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19개국 33명의 세계적인 과학자가 국제자문단으로 참여, 국제적인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ARFID는 기본적으로 ANSORP의 국제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서의 역할과 함께 '아시아 균주은행(ABB Asian Bacterial Bank)'과 '아태감염연구소'도 설립했습니다. 특히 ABB는 아시아 지역에 분리된 균주의 특성을 규명해 감염질환 치료 및 항생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인프라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ARFID는 또 1997년부터 2년마다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ISAAR)'을 서울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4회 심포지엄에는 세계 36개국 2,000여 명의 과학자가 참가하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항생제 내성과 감염 질환에 관한 대표적인 국제 심포지엄으로서의 위상을 정립했다.

이처럼 1996년부터 시작된 송 교수의 국제적인 활동은 가히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 혼자의 힘으로 국제적인 연구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이를 계속 이끌어 가는 리더쉽과 열정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ANSORP에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많은 연구자들이 송 교수의 설명을 듣고 바로 가입을 결정할 정도로 탁월한 리더십과 대인관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송 교수가 유학했던,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매년 초빙해 강연을 요청할 정도로 국제적인 명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국제활동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에 역사적인 사명감을 느끼며 모든 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금까지 만들고 이끌어 온 시스템을 통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질환과 항생제내성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계속 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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