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이노베이션' 제약산업 성패 달려… 실행 의지 관건
세계는 융합·연계 일상화…제약시장 확산성·팽창성 추구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신년 기자 간담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역대 최대 규모의 의약품 수출(4조 7500억원)과 기술수출(14건·8조 5165억원)을 달성했으며, 미국 FDA 의약품 허가 8건, 유럽 EMA 의약품 허가 2건 등의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을 3대 중점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R&D 투자 확대 등에 4조원을 지원키로 했으며, 제약계 내부에서는 인공지능 신약개발센터 설립을 통한 AI신약개발 가능성 모색,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37001) 도입 확산, 제약산업계 고용 증대와 채용박람회 정례화를 통한 고용 창출 등 업계 전반에서 진전을 이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수장을 맡아 제약바이오산업의 선도적 발전을 이끌고 있는 원희목 회장에게 새해 화두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선언적, 상징적 의미에 머문 의제 설정이 아니라 실천적 과제로서 강력한 실행 의지를 담고 있다.
원 회장은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개방을 동반한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살 길은 변화를 향해 움직여야 하고 그 중심엔 오픈 이노베이션이 있다는 인식이다.
임기 3년차 원희목 회장이 품고 있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새해 꿈을 좇는다.
올해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도 개방형 혁신과 협업을 통한 R&D 신약개발 모델에 주목했다.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라는 대명제를 구체화시켜야 합니다.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하는 산업이라는 인식과 함께 미래동력산업으로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바로 변화와 혁신입니다. 그런데 개방을 동반해야 합니다. 한 회사, 한 나라만의 것으로는 글로벌 시대를 아우를 수 없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이상적이지만 구체화시키기 힘들다. 소통보다는 자사 이익을 앞세우고 발전적인 미래를 논하면서도 과거를 답습한다.
"작은 이익에 매몰되면 미래에 다가설 수 없습니다. 정부·지자체·유관기관·산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새 판을 짜야 합니다. 지금 세계는 융합과 연계가 일상화돼 있습니다. 우리 제약시장도 확산성과 팽창성을 추구할 때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오픈 이노베이션 현장속으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계획은 마련됐다. 그러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가 문제다. 방향도 속도도 중요하다.
"올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30개 이상의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GOI)을 통해 혁신 신약개발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먼저 미국 케임브리지혁신센터(CIC)에 진출해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MIT 산업연계프로그램에 가입해 공동연구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영국시장에는 케임브리지대학 밀너 컨소시엄의 혁신 신약 공동연구 프로그램 가입을 타진중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 우선이다.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국내외 제약사와 바이오벤처·학계·산업계·투자자 등의 전문성 확보·정보교류·문제해결·니즈충족 등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생태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 역할은 '오픈 이노베이션 클럽(OIC)'이 맡게 됩니다. 또 의약품 정보 허브 역할을 위한 'O-K센터 온라인서비스' 가동을 준비 중입니다. 정보 습득에 어려움이 있는 바이오벤처기업에게 빠르게 글로벌 시장 상황을 전달할 수 잇을 것입니다."
문제는 기본이다.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수많은 이들이 들인 시간과 노력은 물거품 속으로 사라진다.
"새해는 신약개발 R&D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기업은 물론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 판매를 주로 하는 중소 바이오기업들도 연구개발 기반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국내 보건의료전문들에게 스마트공장 등 선진국 수준의 국내 산업 현장에 대한 접점을 늘리면서 유기적 협력 관계를 통해 신뢰회복에 나서겠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고 글로벌 진출에도 부응할 것입니다."
지난해 문을 연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는 의미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진전된 역량 확대가 기대된다.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는 민관협업의 대표적인 모델입니다. 올해에는 독립적 재단 설립을 통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신약개발 역량을 배가해 가능성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제약 선진국과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돌려막기'식으로 인력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바이오분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설립은 필수적입니다. 후발 국가들의 추격에서 벗어나고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산업계 역시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교유기관이 아시아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의 허브 역할을 맡은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윤리경영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ISO37001 인증 기업도 쉰 개를 넘어섰다.
"이제 준법·윤리 경영은 제약바이오산업계의 확고한 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기존 53개사에 이어 올해에는 인증기업을 70개로 늘리고 교육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인증 기업의 사후심사 및 갱신심사 현황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예정입니다.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촉발된 윤리·준법 경영문화는 전체 산업계로 확산될 것입니다."
제약바이오기업 채용박람회는 고용창출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도 눈여겨 보고 있는 성과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고용증가율(8.6%)은 전자산업(6.6%)보다 높고 산업 평균(4%)을 두 배나 상회합니다. 청년 고용증가율(45.5%)는 전 산업 1위이며, 평균 연령 역시 37세로 청년 고용절벽 해소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이제 고부가가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산업으로 굳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청년고용 확대 방안에 대해 회원사들과 함께 고민을 이어겠습니다."
발전의 근간은 언제나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내부 고객에 의한, 내부고객을 위한 회무의 중심도 개방과 혁신이다.
"개방과 혁신은 협회 회무에도 반영할 예정입니다. 각 위원회의 회무 참여, 회원사와의 실시간 소통 확대 등을 통해 현장과 정책이 공존하며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각종 현안에 대한 빠르고 정확한 대응과 회원사의 전문인력 파견 근무 등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 갈 것입니다."
원희목 회장은 민관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식이다. 중심 동력은 오래된 관행에서 벗어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연구·개발·생산·마케팅 등 전 영역이 개방형 혁신의 대상이다.
내수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품질경영과 윤리경영 기반을 다지면서 공격적인 R&D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다.
올 한 해 제약바이오산업을 가늠할 밑그림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향해 이제 모두 움직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