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이 왜 거기서 나와?"…정부만 부족한 한국의료 '미스터리'

"의대 증원이 왜 거기서 나와?"…정부만 부족한 한국의료 '미스터리'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0.08.1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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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왜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 정책이 '잘못됐다'고 하는가?
의협, 14일 총파업대회 직전 '의대 입학 정원 증원' 집중 토론회 개최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총파업대회 직전인 14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총파업대회 직전인 14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정부의 4대악 의료정책에 반발로 촉발된 전국 의사 총파업 날(14일)이 밝았다. 의협은 파업일 전국의사 총파업대회를 진행,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에 분노를 표출하는 한편 토론회를 통한 문제 해결방안을 동시에 모색했다.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의료발전을 위한 분노와 논리를 함께 표출해 보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의대 정원 확대가 진짜 필요한 것인가?"

전국의사총파업대회 직전인 14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개최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 단상에 선 발표자들은 모두 같은 물음을 던졌다. '의료인들은 왜 정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대 증원 정책에 한목소리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걸까?'

우수한 의료접근성·코로나 K-방역 등 대한민국 보건의료 성적표 Aa+→근데 왜 의대 증원?

토론회 참석자들은 의료접근성이 뛰어나고, 코로나 방역에 우수한 대처능력을 보인 대한민국에서, 의대 증원 정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장성인 교수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코로나19 초기, 공립병원이 환자 90%를 커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은, 소개 명령으로 환자는 공립병원에서 민간병원으로 이동했다"며 "실질적으로 민간병원이 45%를 받았다. 코로나 환자 10%만 민간의료가 커버했다고 하지만, 공립병원에 입원한 코로나19 감염자의 87%가 무증상 경증환자였고, 최중증 환자는 오히려 민간의료기관에 더 많이 입원했다"며 민간병원의 활약을 조명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공립병원을 확충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보건의료 성적표는 Aa+"라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세계에서 가장 병원을 편하게, 그것도 가장 저렴하게 갈 수 있는 우수한 의료접근성 ▲코로나 사태 속에서 보여준 우수한 K방역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의사 밀도 ▲국민 1인당 의사 외래 진료 횟수 OECD 1위 ▲병원 병상 수, 일본에 이어 OECD 2위 ▲기대수명 OECD 상위국 ▲소아 백신 접종률 OECD 상위 ▲MRI·CT 인구당 보유 대수 OECD 평균 이상 ▲낮은 암 환자 사망률 등을 들었다.

정부가 '애정'하는 근거는 'OECD 평균의사 수' 딱 하나...그런데 왜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

정부가 정책 추진에서 OECD 인구 대비 평균 의사 수만을 근거로 얘기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의사 수는 사실 부족하지 않으며 'OECD 의사 수'를 근거로 내세우는 건 작위적인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장성인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정부의 OECD 평균 의사 수 근거, 의대 정원 확대 주장은 통계에서 작위적으로 모든 수치를 이용하지 않는 전형적인 예"라고 꼬집었다.

의사증원율을 분석하면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를 추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곧 가만히 있어도 의사 수가 걷잡을 수 없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장성인 교수는 "의사 수 증원율과 인구 감소율, 은퇴 의사 비율 등을 종합해 보는 것만으로는 간단한 추계가 가능하다. 결론은 대한민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일본의 상황처럼 의사 수 조정까지 필요한 의사 과잉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좌훈정 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은 지정토론에서 "의사가 부족하면, 개원가가 호황이어야 하는데, 왜 하루가 다르게 폐업이 이어지고 있겠냐? 이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좌훈정 부회장은 "지역의사제 개요에 따르면, 수련기간을 포함해 지역 내 10년간 근무를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발급한다고 한다. 수련 기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지역 근무는 5, 6년"이라며 "이 기간 이후, 이들은 대도시로 돌아와 전공과 무관한 진료과를 선택해 개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개원가를 무한 경쟁으로 내몰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일차 의료를 붕괴하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마상혁 위원장 역시 "이미 국가별 의사 밀도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3위다. 좁은 나라에 의사 수가 많다는 얘기"라며 "의사 수 증가율에 따르면, 의사의 증가와 인구감소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OECD 평균을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역시 높다. 의사 수 부족, 의료량 최대인데, 국민이 쓰는 GDP 대비 의료비는 OECD 평균보다 한참 낮다.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총파업대회 직전인 14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총파업대회 직전인 14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의료인력 유인 환경구축·공립병원 민간위탁 운영 등 방법 多→근데 왜 의대 증원만 고집?

장성인 교수는 정부에서 의대 증원 확대 이유로 제시한 △지방의료원 등 의사 인력 채용 어려움 △특정과 전공 기피 △비임상 의사 인력 부족 등에 대해 "지역 건강 불균형·특정 필수전문과 의료제공 이용 문제·역학조사 의과학 영역 발전 한계 등 보건의료 문제 중 하나일 뿐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의사 수 부족이나 의사 분포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의사 수 늘리기·강제 배치' 또한 이러한 원인 해결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그 방식이 효율적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장성인 교수는 특히 인력관리와 관련해 "현재는 의사가 많은 행위를 해야 행위당 인건비가 감소하는, 실제로는 낮은 보상에 적응한 왜곡된 의료제공 행태다.  너무 많은 환자를 보기 위해 짧게 진료하고, PA와 같은 불법 인력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원가 기반 수가를 보상하고, 적극적 인력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방의료원의 민간위탁 운영을 통한 운영 효율성 높이기 ▲지역 수가 구조 형성(지역 가산 수가가 아닌, 상대가치점수 구조에서 지역 요소 추가) ▲정부 기관 의료인력 별정직제화를 통한 역학조사관·임상의료인력 고용 직위 안정화 ▲수요가 너무 적어, 운영이 어려운 취약지역·기피과 등에 유지비용 지원 등 효율적 활용구조 지원 방식 적용 등을 제안했다.

의무복무제, 위헌 소지 다분→근데(뭘 믿고) 왜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 추진?

법적인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법률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막대한 예산을 들인 '의대증원·공공의대 신설'에 의한 의무복무제가 법의 판단에 의해 일련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할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 속 의무복무제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해영 법제이사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의사에 대해 이미 정식으로 취득한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법률은 직업선택의 자유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제11조의 평등권의 본질적 요소를 훼손한다"며 "위헌판단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의 의무복무 예를 들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도 면허 취소할 수 있다는 얘기는 못할 것"이라며 "똑같은 교육을 받았는데 10년간 국가의 노예다. 어딜 갈 수도 없다. 지역의사를 지망하는 사람은 자괴감을 가질 것이다. 이는 평등하지 않다. 심각한 침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총파업대회 직전인 14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대한의사협회는 전국의사총파업대회 직전인 14일 오전 9시 30분 의협 용산 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이정환

과거에도 지역 의사 배치 실패 '부실 교육' 온상→근데 왜 의대 증원·공공의대 신설 추진?

김재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부회장은 "지금 이미 존재하는 의과대학들도 필요한 교원을 구하지 못해 학기 교원 임용공고를 내고 있다. 영국 고등교육 전문단체 THE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대학생 대비 교수의 숫자가 가장 적은 나라 중 하나"라며 "늘어나는 정원과 새로 생길 의대들에 맞춰, 공공의료 분야에 종사할 의사들을 키워낼 실력 있는 교수진을 정부가 제시한 2022학년도까지,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만에 갖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질의 의사는 충분한 교육 자원, 다양한 환자군에 대한 경험, 실력 있는 다수의 교수진 아래에서 양성되는 것"이라면서 "사람을 의대나 의전원에 욱여넣는다고 마법처럼 생겨나지 않는다. 결국 돌팔이만 찍어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경민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는 1995년 의료 서비스 낙후지역에 500병상 이상의 병원 건립을 요구하며 정원 40명 규모의 의대 설립을 허가했지만, 막대한 비용 마련의 어려움과 현지 병원의 반발 등으로 이행하지 못했던 일을 언급했다.

이경민 이사는 "10년 전에도 정부는 지역 의대 졸업생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았다. 수련할 병원에 준비 없이 의대 먼저 설립했다. 서남의대가 부속병원 없는 부실 교육으로 폐교의 수순을 밟아 학생들이 피해를 본 사건이 채 5년도 되지 않았다. 수련에 대한 대책 없는 의대 신설 및 정원 증가는 부실 교육의 온상이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의대 증원을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방향성을 일단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은배 연세의대 교수(의학교육학과)는 "서남의대 신설, 교육 및 폐교 과정에서 얻은 교훈, 그리고 의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 그리고 다시 의과대학으로의 전환이 주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며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근거가 너무도 부족하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와 대화를 원한다면 '판단 중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본질을 꿰뚫어 보기 위한 현상학적 관점에서 의사양성을 바라봤을 때, 지역 의사제도를 통해 필수·중증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양성계획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 지역의료 현황, 필수 및 중증 의료 요구, 의료이용 행태 등을 우리나라 맥락에서 객관적·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행동 의도를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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