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이유? 의·정 합의 과정에 문제 있다고 생각한 분들 많기 때문"
"박지현 전 회장 투쟁 마무리 아쉬워…오늘 이 자리에 있는 이유"
전공의들의 새로운 대표가 선출됐다. 3년 만의 경선으로 진행된 선거, 그리고 전국 단위의 전공의 총파업 직후 치러진 선거에 의료계 이목이 쏠렸다.
전공의들의 선택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 한재민 후보(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인턴)였다. 한재민 회장은 51.99%(4214표)를 얻어, 322표 차이로 제24대 대한전공의협의장에 당선됐다.
한재민 회장은 최초의 인턴 회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 집행부가 투쟁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비판 목소리를 내며 나온 신비대위에서 활동한 이력 역시 이목을 끌었다.
한재민 회장은 실제 인터뷰에서 "의-정 합의 과정에 문제가 크다고 인식한 전공의들이 많아 제가 당선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험이 부족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당연한 우려라 생각한다. 신뢰로 보여드릴 수 있는, 믿음직한 회장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한재민 회장은 일관적으로 "회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했다. '독단적·일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전임 집행부와 차별화를 두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임 회장에 대해 "정말 응원을 많이 했던 회장이었다"면서도 "하지만 투쟁 마무리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재민 회장은 임기를 시작한 9일 개표 직후 진행된 의료전문지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선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 포부 등을 밝혔다.
[일문일답]
선거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도움을 준 분이 있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가족이다. 아내 역시 전공의 신분이다. 인턴이, 그것도 중소병원 인턴이, 그리고, 이 시기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 가족들이 우려를 많이 했다. 응원도 해줬지만 우려도 많았다. 결국엔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적절히 내고 싶다"는 저의 신념을 응원해주기로 했다. 많이 고맙다.
아내분께 혼나진 않았나?
→당연히 혼났다(웃음).
최초의 인턴 회장이 됐다. 수련과 회무를 병행할 것에 대한 우려는 없나?
→대전협 회장에 출마하게 된 것은 믿고 있는 신념이 있기에, 그 신념을 지키고자 출마를 결심했다. 수련에 있어서도 빈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는 있을 거로 생각된다. 그 또한 저 혼자 결정하려 애쓰지 않고, 다른 선배님들의 동료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도움을 여쭙겠다.
현재 외과를 지원한 거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있다면?
→신념이다. 처음 의사가 되고자 마음먹었던 신념이 외과를 향해 있었다.
투표 결과가 거의 반으로 갈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거 전·후로 전공의 내부 갈등도 심했던 거로 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건지?
→회장으로서, 공식적으로 내부 갈등 해결을 위해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론화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본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감정이 갈등의 원인이 된 부분도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어느 한쪽에서 서서 편 가르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 큰 방향에서 봤을 때는 전공의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제가 그리고 있는 방향이다.
공약사항 중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할 부분은?
→지역이사제와 병원별 노조 활성화다. 잠시 유보했던 단체행동에 대해서도 적절한 전공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회원분들의 의견을 먼저 물을 생각이다.
병원별 노조에 대한 구체적 진행 방향이 궁금하다.
→전공의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노동조합의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 병원 상황에 따라 노조 설립은 시기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동시 설립' 등 시기에 대한 부분도 충분한 의견을 들을 생각이다. 답을 정해놓고 진행하려 하진 않겠다.
경선을 벌였던 후보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떻게 극복해나갈 생각인지?
→저는 인턴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회무라던지 정관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낮은 자세로 배워가겠다. 주시는 의견과 말씀을 경청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결정하기보다는 전공의 선생님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문제와 관련, 가장 우선적으로 목소리를 낼 부분은 어떤 건가?
→앞서 23기 집행부 선생님들께서 꾸려놓으신 방향과 중요도에 대해, 사실은 아직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기본 회무와 수련평가위원회에서의 방향성에 있어선 연속성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먼저 결정하기보다 경험이 있으신 선생님들께 의견을 여쭙고, 다른 전공의 선생님들께도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
의견 수렴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회장으로서 먼저 의견을 결정하고, 리드하는 부분도 있어야 하진 않을지?
→독단적인 것이 리더십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늘 제가 당선된 이유를 돌이켜 보겠다. 어떤 순간에서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으로도 전공의 선생님들께서 납득하실 수 있는 과정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긴급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 있을 것이다. 회무에 대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 혼자 결정하려고 하지 않겠다.
의견 수렴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기존에 잘 운영이 되던 기본 회무나 단체행동과 관련된 채널은 당연히 유지할 것이다. 거기서 생겨났던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의대생들이 운영하고 있는 소통창구가 있다. 그들의 운영 노하우도 보고 배울 생각이다.
9·4 의-정 합의 과정과 결과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과정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의 경우 다소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공식적으로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은 나중에 하겠다. 이 부분에 대해 전공의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대전협의 목소리를 만들 생각이다.
9·4 의-정 합의에 따른,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둘 것인지?
→사실 의-정 합의 과정에 문제가 크다고 인식하신 전공의 선생님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당선됐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역시 회원분들의 의견을 더 여쭙겠다.
전임 회장에 한 마디 남긴다면?
→너무나 고생 많으셨다. 개인적으로 정말 응원을 많이 한 회장님이셨다. 다만, 마무리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느꼈기에 이 자리에 있다. 하지만, 선거를 준비하면서 대표자로 느끼셨을 중압감과 그 큰 무게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에 아쉬움은 사실 많이 없어진 의태다. 다만, 그런 전차를 밟지 않기 위해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노력하는 회장이 되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더 신뢰받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처음부터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진 못하겠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 과정 중에 전공의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