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법정구속 부터 봉침 환자 응급처치 한 의사 소송까지
장 정결제 투약 후 환자 사망케 한 의사 1심서 '법정구속' 논란
장폐색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해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 의사가 1심에서 법정구속되면서 또 다시 의료계를 경악케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9월 10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A대학병원 B교수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매우 이례적인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장 정결제는 치명적 부작용 때문에 장폐색이 있거나 특히 고령의 환자에게는 신중하게 투약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법정구속 이유를 밝혔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성명을 내고 "장폐색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를 법정구속한 것은 필수의료를 죽이는 판결"이라며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9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의협 임원진들과 함께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의가 아닌 선의에 의한 진료 과정이 가져온 나쁜 결과에 법정 구속을 선고한 판결은 '판결이 아닌 테러'"라고 규탄했다.
이어 같은 날 최대집 회장은 B교수가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 앞을 찾아 "끝까지 함께 할 의사가 수없이 많다는 것, 이런 재판은 13만 의사 누구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달라"며 격려 메시지를 전했다.
전라남도의사회·대한개원의협의회·서울특별시의사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전국의사총연합 등도 연이어 성명을 내고 법정구속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선한 의도로 진료한 환자의 결과가 나빴다고 담당의사를 형사처벌하는 관례는 선진국의 의료사고 대응 모델과 한참 동떨어진 잘못된 판결이며 방어진료만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특례법을 만들어 의사를 형사처벌하기 보다 환자 피해를 보상하는데 집중하는 의료분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의료가 쇠창살 뒤에 가둬졌다"고 비판했다. 특히 "사망 환자 진료 과정, 의학적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전 의료계가 법정구속을 규탄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방법원(2심 재판부)은 지난 11월 2일 B수교수를 법정구속 53일만에 보석허가를 받아들였다.
의사가 전화로 처방전 발행 지시…의료법 위반일까 아닐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으로 도입한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은 전화 통화 후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대면 진찰 없이 전화 통화를 하고 처방전을 발행한 것은 의료법 위반, 한 번이라도 환자를 대면진료하고 이후 전화 통화 후 처방전을 발행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사가 전화 통화를 하기 전에 환자를 대면해 진찰한 것이 단 한 번도 없고, 전화 통화를 할 당시 환자의 특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채 '진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 것.
전화 통화 후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 발행을 지시한 것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의사가 전화 통화를 이용해 비대면 진찰을 했지만, 전화 통화를 이용한 진찰의 선행 조건으로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됐다는 판단이다.
이 판결은 '환자에게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해 주세요'라고 전화로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을 발행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건이다.
대법원은 의사에 대해서는 비록 간호조무사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해게 했지만,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행위'(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지 않았다.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방전 기재 내용은 특정됐고, 그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가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
반면, 의료인이 전화 등을 통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를 상대로 의료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이라고 봤다.
의료법에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인 대 의료인'의 행위로 제한적인데, 환자에 근접해 환자의 상태를 관찰해가며 행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앞으로 전화 통화후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손실보상금 소송…대법원 최종 승소
삼성서울병원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및 과징금 처분 취소를 둘러싼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14일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서울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및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취소 소송 상고심(상고:보건복지부)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1심·2심에서 승소한 삼성서울병원이 손실보상금 607억원을 받게 된 것은 물론 과징금도 내지 않게 됐다.
이번 판결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의료기관의 손실보상금 소송이 진행될 경우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보건복지부의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및 손실보상금 지급 거부 취소 소송(행정 소송)에서 1심·2심 모두 승소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며 지난 2월 7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메르스 사태 당시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역학조사)에서 정한 의무 위반사항을 고발하고 ▲의료법 제59조에 따른 보건복지부 장관 지도 및 명령 위반으로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업무정지에 갈음하는 조치로 과징금 806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행정처분을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메르스로 인한 보상액 607억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2017년 5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및 손실보상급 지급 거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이 복지부장관의 명령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오히려 역학조사관들이 구체적으로 지적한 항목을 포함한 명단 제출 요구에 신속히 응하는 등 제 역할을 했다"며 손실보상금 607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도 지난 1월 22일 보건복지부의 항소를 기각 판결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행정 소송과 별개로 진행된 형사 소송(1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재판부는 "병원 직원들이 역학조사를 거부·방해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명단 제출에 병원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 판단했다. 형사 사건은 보건복지부가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한의원서 봉침 맞고 쇼크사…한의사 4억 2000여만원 손해배상 판결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고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를 일으킨 환자를 도운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유가족 측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기각' 판결했다.
반면, 환자에게 봉침을 놓다가 환자에게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게 한 한의사에게는 4억 1748만원을 유가족 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봉침을 맞고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 환자에게 제대로 응급처치를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판단한 것.
지난해 5월 경기도 부천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환자가 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켰다.
A한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더 심각해지자 같은 층에서 개원 중인 B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B의사는 응급처치를 했지만,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인근 대형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유족 측은 한의사를 상대로 민사·형사 소송을, 의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민사 재판부는 지난 2월 19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수 차례 공판 끝에 19일 오전 10시 한의사는 유가족 측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또 의사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민사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중에 있으며, 유족 측은 1심에서 가정의학과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2심 재판에서도 의사의 의료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의 과실이 없음에도 민사 소송을 통해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인천지법 부천지원(형사1단독)은 지난 5월 25일 환자에게 봉침을 놓다가 환자에게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게 한 A한의사에게 '유죄'(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했다.
헌재, 의료급여 환자 혈액투석 정액수가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논란이 됐던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혈액투석 정액수가 위헌 여부에 대해 종지부를 찍었다.
헌재는 지난 4월 23일 재판관 6:3 의견으로 의료급여 환자에 대한 혈액투석 치료 '정액수가' 제도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의료급여 혈액투석은 보건복지부 고시 '의료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정액수가를 적용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만성신부전증 환자가 외래 혈액투석을 받는 경우 의료급여기관 종별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1회당 정액수가로 산정한다.
외래 1회당 혈액투석 정액수가에는 진찰료, 혈액투석수기료, 재료대, 투석액, 필수경구약제 및 Erythropoietin제제 등 투석 당일 투여된 약제 및 검사료 등이 포함된다.
의료계는 이 같은 혈액투석 정액수가가 원가에 80%에 불과해, 정액수가를 초과한 진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의료급여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이와 함께 '의료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제1항 본문, 제2항 본문이 만성신부전증 환자의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의료급여 수가를 정액수가로 규정해 의사 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7년 2월 7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대해 심리한 결과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이석태 재판관은 "정액수가 조항은 의료급여법 등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의료수가 기준과 그 계산 방법을 정한 것이므로 법률유보원칙(일정한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는 공법상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의사인 청구인들의 직업수행 자유 침해 여부와 관련해서는 "심판대상 조항의 정액수가제는 혈액투석 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정 안정성을 확보해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도입된 수가 기준으로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혈액투석 진료는 비교적 정형적이고, 대체조제의 가능성,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는 진료비용 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가 입게 되는 불이익이 한정된 재원의 범위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공급하려는 공익보다 더 크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