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와 놀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관점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습관적인 생각과 매일 연속되는 생활을 버려야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
말하지 않고 눈빛만 던지는 것이 더 철학적이고 이지적理智的이다.
아침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처럼 시작된다.
이때 적절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책이 되어야 하고
오래된 라디오가 되어야 하고 노래가 되어야 한다.
식탁 위에 있는 꽃병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야기만이 사람의 마을의 하루를 즐겁게 열 수 있다.
절망적인 뉴스만 넘쳐나는 아침에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진실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집도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이야기를 듣지 못하면 화분의 꽃은 시들 수밖에 없다.
꽃병에 이야기를 채워야 한다와 서랍에 이야기를 넣어두어야 한다가
이야기가 되고 담론談論이 되고 토론이 되고 논쟁이 되어
상처가 나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없는 삶은 외로운 삶이고
침묵하는 삶에서는 이야기가 그리워지고
이야기가 비록 장황하더라도
이야기가 쓸데없는 내용일지라도
이야기가 거짓말 같더라도
이야기가 꽃병에 물을 채워 넣고 삶에 안락한 집을 만들어 준다.
책을 만들어주고 소문을 만들어주고
말하지 않음도 만들어주고 안이함의 평화도 만들어준다.
생각이 없는 이야기일수록 단맛이 나고 선량하기까지 하다.
내가 명명한 오늘 아침의 이름은 안일하게 혼자 죽기 싫은 뜨거운 빵이다.
어떤 사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아름다움을 거느리는 경우도 있다.
▶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현대시> 등단(1993)/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다른 시각에서 보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달리의 추억>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시와사상>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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