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4
가볍게 취해있는 그의 말에 잠겨
가난한 코의 그가 숨 막히게 성근 수렁이고
어쩌면 그의 귀가, 연고 없이 파닥거리다 바닥에 떨어진 잎사귀와 같아도
위독함 없이 스러지다 피는 자리
나 스스로 빼앗은 자리, 이곳에
점칠 수 없이 축축한 머뭇거림이 즐비해 있다
진자리처럼 자욱한 안개의 잿빛 아래
스산하게 젖어드는 처마 아래 그는
고드름을 애써 부러뜨리려는 사람들이 많아 슬프다고 말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 소란스럽지만은 않은 것처럼
찬란하지 않은 길 걷는다는 것이 아픈 바람 아니므로
우리 둘만이 아는 발자국
누군가 잊어줘야만 할 그 상처에는, 마치 꾸며낸 증상처럼
잡풀들이 은밀하게 바동거리고 있다
마당가에 썩은 나무 밑둥 가리켜 몇 번이나
먼 세월 작별 노래로 삼으리라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처럼 그는 며칠을 더 앓았다
얼마 뒤에 누군가
나의 더러운 가운을 좋아하던 그에 관해 물었을 때
나는 목 놓아 울 수도 없이 치쳐
겸손해졌다
▶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2014년<시와사상>등단. <필내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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