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분석 '간호법' 무엇이, 왜 문제인가?

집중 분석 '간호법' 무엇이, 왜 문제인가?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1.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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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뒷전…직역간 갈등 부추기고, 보건의료체계 붕괴 초래
최연숙·김민석·서정숙 의원 대표발의 제정안...24일 국회 심의 앞둬
의협 "간호사 직역 이익만 대변...국민 건강·생명 보호 역행" 비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오는 24일 제2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간호법, 간호·조산법 제정안을 논의키로 하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의협은 21일 저녁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간호법 및 간호·조산법안은 간호사 직역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국민건강을 외면한 법안"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와 함께 "보건의료 직역간 갈등과 혼란을 증폭하고,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켜 국민의 건강과 생명 보호에 역행하는 악법"이라며 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했다.
문제의 법안은 ▲간호·조산법안(최연숙 의원 대표발의) ▲간호법안(김민석 의원 대표발의) ▲간호법안(서정숙 의원 대표발의)이다. 이 법안은 24일 예정된 보건복지위원회 제2 법암심사 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각 직역의 업무범위를 의료법에 명확히 규정해 업무범위에 대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직역간 대립을 차단함으로써 규정된 업무범위 및 요건 하에서 의료인의 의료행위 또는 진료보조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해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법안은 해당 개별직역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만을 포함하고 불리한 내용을 배제함으로써, 의료인 간 또는 의료인과 의료기사 간 업무범위에 대한 이해상충 및 해석상 대립으로 의료현장의 극심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서정숙 의원(간호법안), 김민석 의원(간호법안), 최연숙 의원(간호조산법안)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 및 간호조산법이 오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 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이
(왼쪽부터) 서정숙 의원(간호법안), 김민석 의원(간호법안), 최연숙 의원(간호조산법안)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 및 간호조산법이 오는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 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이 "간호법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뿌리를 뒤흔들고,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한다"며 법안 폐기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 최연숙, 김민석, 서정숙 의원 발의 제정안 어떤 내용 담았나?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안'은 우리나라 간호사 등 간호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숙련된 간호인력의 확보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체계적인 인력 양성과 지원 정책의 부재, 열악한 근무여건과 처우로 인해 활동간호사수의 절대 부족, 간호사 이직률 증가, 지역 및 의료기관 규모별 간호사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가 지속돼 현실적인 법적장치를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 법안 제정이유다.

최연숙 의원 발의 법안은 ▲간호사, 조산사, 전문간호사, 요양보호사에 대해 규정하고 ▲간호사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처방 또는 진단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함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업무를 정했다.

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사등의 원활한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지원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호사 등의 처우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과 협의해 근로조건, 임금 및 처우개선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기본지침을 제정해 시행하고 재원 확보방안 마련 ▲간호·조산종합계획 수립(매 5년), 간호사등 실태조사(매 3년), 간호·조산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은 현행 의료법은 전문화된 간호사의 역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숙련된 간호사 등 인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무환경의 개선과 지역간 인력 수급 불균형의 해소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간호정책의 시행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안 제정이유다.

김민석 의원 발의 법안은 ▲간호사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의 업무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사등의 원활한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지원 ▲간호종합계획 수립(매 5년), 간호사등 실태조사(매 3년), 간호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안'은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의료기관 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의 업무와 특성을 반영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법안 제정이유다.

서정숙 의원 발의 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간호인력의 원활한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지원 ▲전문간호사는 자격시험 합격 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함 ▲간호사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 3개 법안 의료법상 '진료 보조'→'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꿔
3개의 법률 제정안은 구체적 제안이유에 있어 다소 차이는 있으나, 현행 의료법 등에서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있는 의료인·의료행위의 범주에서 간호 또는 간호·조산에 관한 사항을 이관해 독자적인 법률로 제정하고 있다.

또 간호 업무범위, 간호 전문인력의 양성·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규율해 간호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유사한 취지로 발의됐다.

각 제정안의 주요한 차이점을 살펴보면,우선 제정안 적용대상에 있어 서정숙 의원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만을 대상으로 하나, 김민석 의원안은 요양보호사를 포함하고, 최연숙 의원안은 조산사와 요양보호사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 간호인력의 수급 및 처우개선 등과 관련해, 최연숙 의원안과 김민석 의원안은 공통적으로 간호(조산)종합계획과 간호(조산)정책심의위원회의 근거와 간호사등에 대한 인권침해행위 금지 규정 등을 신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아가 최연숙 의원안은 간호사등의 처우개선 요구 등 권리와 의료기관의 간호사등 확충 책무(안 제18조, 제35조), 간호사등의 근로조건·임금·처우개선 지침 제정(안 제37조), 일·가정 양립지원 등의 근거(안 제38조)를 마련하고, 김민석 의원안은 감염병 위기관리 및 대응을 위한 간호사의 협조 책무(안 제17조제3항)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현행 의료법에서 의사 등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업무를 의사 등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꿨다. 또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등을 주요 업무로 규정했다.

의협은 "현행 의료법은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하고 있는데, 3개 법안은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하고 있어 매우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간호사들이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그 범위를 개방적으로 규정해 해당 직역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확대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의료행위에 있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수행하려는 의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이들 법안에 따르면 간호사는 사실상 어떠한 의료행위라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간호사라는 직역의 본질적인 부분을 삭제하고 허용되는 업무범위를 무한히 확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연숙 의원, 김민석 의원, 서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 간호조산법 3개 법안 주요 내용 비교 ⓒ의협신문
최연숙 의원, 김민석 의원, 서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 간호조산법 3개 법안 주요 내용 비교 ⓒ의협신문

■ 의협 "3개 법안 통합적 보건의료체계 전면 부정" 지적
최연숙 의원 대표발의 간호·조산법안 및 김민석·서정숙 의원 대표발의 간호법안은 간호의 업무범위 명확화, 전문적인 간호서비스 제공, 간호인력의 수급이나 교육 및 처우개선 등에 관한 사항 체계화 등을 통한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관련 의협은 "3개 법안은 현재의 통합적 보건의료체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특정직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법안으로 이들 법안이 제정되면 오히려 직역간 분쟁을 더욱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면허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보건의료체계의 붕괴가 초래될 것도 경고했다.

단일 의료법에 모든 의료인을 규정하고, 단일 의료기사법에 모든 의료기사 등을 규정하는 이유는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신체에 대한 침습행위로서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

의협은 "면허제도를 도입해 법률에 규정된 자격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면허를 부여하고, 해당 면허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고 각 직역의 업무범위를 단일법에 명확히 규정한 것은 업무범위에 대한 혼란 및 불필요한 직역 간 대립을 차단하고 의료행위를 체계적으로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3개 법안은 직역별 업무범위나 권한을 개별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직역간 업무범위가 중첩되거나 제한된 요건이 삭제돼 독자적 업무수행으로 인해 향후 의료인간 또는 의료기사간, 의료인-의료기사간에 개별법 간의 상충에 대한 해석이 분분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간호사에 종속되는 간호조무사, 간호직역만 임금 지침 마련?
현행 의료법(제80조) 및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또는 의사 등(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의 지도 하에 간호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저수가 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간호사 임금 등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간호조무사를 고용해 진료를 보조하도록 하고 있고,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에 종속되는 직역으로 등한시 되어서는 안 되고, 의료법에서 철저한 자격관리 등이 필요하다.

의협은 "3개 법안은 간호사가 조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의사 등의 지도 하에 진료보조업무를 하는 역할을 거부하면서, 나아가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지휘·감독 아래 두고 통제하겠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간호조무사도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돼 사실상 의사의 지도·감독을 벗어난 의료행위가 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 밖에 "이들 법안은 간호사 등의 임금과 근로조건 지침을 정부가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데, 간호 직역에만 국한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임금을 설정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라며 특정 직역의 이익 실현을 위한 조항은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의료인 및 보건의료인은 국민의 건강을 수호하는 직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수많은 제약이 있으며, 이를 이유로 해당 직역의 이익 실현을 위한 단독법률을 제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보건의료체계 자체를 붕괴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간호법안을 포함한 직역 단독법안 제정을 강력히 반대하며, 국회는 법안심사를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보건복지부 '신중' 입장…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 '반대'
간호법 제정안 발의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등 단체들은 반대하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악법 폐기를 위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을 밝혔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3개 법안들은 유관 직종 단체 및 당사자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협의 없이 마련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직종별 단독법 제정요구로 현행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간호조무사를 의료법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의사·간호사의 보조인력에서 간호사만의 보조인력으로 고착화시키는 것은 물론 의원급 의료기관에 간호사를 의무 배치하도록 해 의원 등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간호조무사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법률 제정을 반대했다.

요양보호사 단체(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한국요양보호협회)도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에 자격 취득과 직무범위가 정해져 있다"며 "간호 영역과 별도의 직종인 요양보호사를 간호법안에 포함시키는 것은 안 된다"라고 반대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도 "현재 어린이집의 경우 간호사(간호조무사를 포함한다) 1명을 두도록 되어 있고, 간호사를 채용하기 어려운 지역은 간호조무사를 채용하고 있는데, 이 법안은 간호사만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해 어린이집 운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며 법률 제정을 반대했다.

보건복지부도 간호법 제정에 대해 '신중' 입장을 보이면서 동의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행 의료법,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및 보건의료 체계와 직역간 업무범위 등을 고려해 독립법 제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의료서비스는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역이 협업·연계해 제공되는 점을 고려할 대 별도로 규율할 경우 타 직역간 연계성 저하, 행정체계와 정합성 부족 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간호사 업무범위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하는 내용은 타 직역의 업무범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타 직역과의 논의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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