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패스'로 백신 접종 강제 신중해야"
정부,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기본권 침해
2022년 1월 4일 서울행정법원은 접종증명·음성확인제(소위 백신패스)에 대해 일부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학원·독서실·스터디까페에 대해 백신패스를 적용하는 것을 잠정적으로 중지하라는 의미다. 뒤이어 1월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상점·마트·백화점과 12세 이상 18세 이하인 자에 대하여 백신패스를 적용하겠다는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국민의 생명 보호는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생명 보호를 명분으로 국민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위암 1기 진단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위암 초기로 의사는 내시경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권했으나 환자는 거부했다. 생명 보호가 유일한 가치라면 의사는 강제로 내시경 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에 동의할 의사는 없다. 의료윤리적으로 혹은 법적으로 강제 수술은 가능하지 않다. 정부가 강제수술을 지시할 수도 없다.
위암 1기 진단을 받은 후 수술을 거부하는 환자의 판단은 비전문적이고 비합리적이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판단이나 정부의 판단은 전문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비전문적이고 비합리적일지라도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어떠한 치료를 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의 권리는 무시될 수 없다.
예방과 치료가 매우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위험이 발현된 상태에서의 개입과 위험이 전혀 발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개입은 완전히 다르다. 위암 1기를 내버려 두면 통상 병기가 진행해 사망에 이를 것이다.
반면에 정상인을 내버려 둔다고 통상 위암이 발병해 병기가 진행해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상인에게 예방을 위해 강제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더욱 용인할 수 없다.
백신 접종은 위험이 발현된 사람에 대한 치료가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위암은 본인에게만 영향을 주지만 감염병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백신패스라는 제도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코로나19 감염병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야기하는 감염병도 많다. 일본 뇌염은 증상이 발현되면 사망이나 중증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강제로 예방접종을 시행하지는 않는다.
디프테리아·백일해·홍역·수두·결핵 등은 호흡기 분비물이나 비말로 전파된다. 백일해의 경우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전파력이 높다. 그러나 강제로 예방접종을 시행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백신(화이자·모더나)은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하는 mRNA 백신이다. 통상 백신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긴 기간이 소요되는데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불과 1년 만에 개발해 사용했다.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다.
혹자는 위험 이익 분석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장기적인 데이터 자체가 없는데 어떻게 위험 이익 분석이 제대로 될 수 있는가? 반면 지난 2021년 4월부터 12월까지 코로나19 감염자 중 청소년 사망자는 0명이다.
정부는 두리뭉술한 자료, 조악한 자료를 내걸고 청소년 백신 패스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을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는 공익이라는 막연히 사유를 내 걸고 수시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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