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스마트헬스연구회 심포지엄서 '원격의료 의협 입장' 밝혀
시대적 변화로 원격의료 시행된다면..."안전성·유효성 우선 검증돼야" 강조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이 원격의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원격의료가 시행돼야 한다면,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고 제도적 정비가 우선되는 등의 제한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심장학회 스마트헬스연구회는 21일 고려대학교 유광사홀에서 'Telemedicine and smart cardiology'라는 주제로 동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문석균 실장(중앙대의대 이비인후과)은 '원격의료에 대한 의협의 입장, 앞으로 방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의협의 기본 입장은 '반대'임을 강조했다.
문 실장은 "최근 의료계 내부에는 주치의제도가 담보인 원격의료 도입과 의사 주도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제안 등 원격의료 입장에 대한 변화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의협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실장은 이날 의협이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의학적·기술적 안전성 ▲임상적·정책적 유효성 ▲경제적·산업적 접근 ▲법적 문제 등을 언급하며 "의사회원 중 83.5%가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의료적 판단이 어렵다고 대답했으며, 8.7%의 회원이 대면 진료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내과의사회에서 실시한 원격의료 관련 설문 조사에서도 60%가 넘는 회원이 원격의료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문 실장은 원격의료 시행 시 의사의 오진과 의료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문 실장은 "환자가 스스로 측정한 건강과 의료 정보의 신뢰도와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의 한계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 의료정보 보안과 관련해 누군가 해킹해 개인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되면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의료진은 잘못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사실상 원격 진료는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노인 만성질환자 케어를 잘하고자 하는 것인데, 노인이 원격 의료를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디지털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의료 과소비 유발, 의약품 택배 배송 문제,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의료전달체계 붕괴 문제 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원격의료에 관한 책임 소재가 모두 의사에게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 실장은 "의료법 제34조에 따르면 법적 책임은 모두 의사가 지고 정보통신기술 결함에 의한 사고 역시 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원격으로 진료 과정이 다 녹화되면 향후 의료분쟁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어 제도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원격의료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주관 부서가 아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의료서비스 제공 수단이 아닌 산업·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방향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또 시대적 변화에 따라 원격의료가 시행돼야 한다면,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 대면진료 원칙 등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실장은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가장 우선시하고, 의협 주도 플랫폼 개발, 지역 및 종별 제한, 대면진료 원칙, 적절한 수가 적용 등을 제한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라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 일부 참석자는 해당 발표 이후 원격의료에 대한 의협의 입장이 합리적이다는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윤창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문 실장의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의협의 원격의료 반대 입장이 밥그릇 싸움처럼 비치기도 했다. 오늘 발표를 듣고 '역시 그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처벌받게 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불안감, 효과가 담보되지 않았는데 왜 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반대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원격의료를 진행할 때 선행돼야 하는 조건들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시범사업, 연구사업 등을 통한 단계적 절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