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석 교수 "질 관리 시스템·우발증 최소화 전략 마련 등 필요해"
이동필 변호사 "암 검진 의료인은 '공무수탁사인'…의료사고 국가 배상"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대장암 검진의 타당성 평가를 위한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을 위해 의사를 위한 법적·제도적 안전 장치 마련과 환자를 위한 안전성 준비가 철저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8월 19일 대한장연구학회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함께 '국가 대장암 검진사업, 대장내시경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민아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장은 '대장내시경 시범사업 진행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며 지난 2019년 1월부터 시행 중인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대장암 검진의 타당성 평가를 위한 시범사업의 중간 결과를 분석했다.
서 부장은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은 2019년 1월 1일부터 매년 국민건강증진기금 민간경상보조사업 예산으로 12억 7500만원을 지원받고 있고, 총 2만 6640명의 모집인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총 66개 대장내시경 검진기관이 참여하고 121명의 대장내시경 인증의가 참여하고 있는 대장내시경 시범사업은 2022년 7월 31일 기준 1만 9099건의 검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1만 9099건 중 암 발견율은 71건으로 예상 암 발견율 0.5%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 0.37%이며, 용종 발견율과 선종 발견율은 각각 61.45%, 43.74%로 나타났다"며 "대장내시경의 합병증으로 복통과 출혈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중한 합병증 발생률은 각각 0.01%(2건)와 0.04%(7건)로 드러났으며, 심각한 합병증으로 분류되는 천공 발생은 2건, 사망은 0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서 부장은 "대장암은 일찍 발견하면 5년 상대생존율이 높아 검진이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암이라 국가에서도 대장암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장암 검사는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를 우선 시행하고 반응이 있으면 대장내시경까지 지원해주는 상황이다. 대장암 검진 방법으로 분변잠혈검사보다 대장내시경을 선호한다는 국민적 의견이 높은 상황에서 대장암 검사의 1차 검사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한다면 예방적 차원에서도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호석 교수(한림의대, 소화기내과)는 '대장내시경 국가 암 검진 도입의 전제 조건'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강 교수는 "대장암 1차 검진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는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가기 전에 국민이 쉽게 받아들이는 방법과 인프라 구축 등의 검진방법에 수용성이 있어야 하며,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크고, 비용대비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가 암검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참여율이 높아야 한다고 밝힌 강 교수는 "국민의 암검진 참여율을 높이는 방안과, 대장내시경 시행 시 나타날 수 있는 우발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장내시경 시행 의사의 자격은 어떻게 정할지 ▲대장내시경의 질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장내시경 검진의 검진 건수 제한이 필요한지 ▲검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검진의 주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장내시경 시작과 중단 나이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대장암 검진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 국민은 대장내시경 검사의 득과 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어떤 방법이든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의료 공급자는 질관리 지표 확립과 질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대장내시경 가이드라인 준수, 우발증 감소와 대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질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사후관리, 우발증 및 대장검사 시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피드백을 해야한다"며 "국민과 의료공급자를 위한 사회적·법률적 장치를 보완하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전문가와의 협의를 끊임없이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필 변호사(대한의사협회 전 법제이사)는 '대장내시경 국가암검진 도입 시 법률적 고려사항'을 주제로 발표하며, 대장내시경으로 발생할 수 있는 천공 등 합병증에 관해 민사책임 문제와 형사책임 문제를 나눠 언급했다.
우선, 대장내시경 실시 후 합병증 발생 시 민사책임과 관련해 '국가보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힌 이 변호사는 "국가배상법, 건강검진기본법, 암관리법에 따라 건강검진과 암 검진의 주체는 국가(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다"라며 "이에 건강검진과 암검진 업무를 위탁받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인은 특정한 공적인 임무를 위탁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처리하는 권한이 부여된 행정주체인 '공무수탁사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수탁사인의 행위는 '공무원의 공무 집행 행위'로 분류되며, 공무원의 고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는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배상한다는 법리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이 변호사는 "의료진의 과실로 천공 등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도 민법 제750조에 따라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따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며 "다만, 공무수탁사인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손해배상을 한 국가나 지자체가 구상권 행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책임 문제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현재 법원 하급심 판결을 보면, 실제 형사처분으로 이어진 사례들은 대부분 대장 천공에 대한 과실 인정뿐 아니라, 그 이후 천공에 대한 진단, 조치가 지연돼 상태가 악화한 사례"라며 "그러나 일부 하급심 판결 중에는 '대장이 천공이 발생한 것 자체'를 업무상과실로 유죄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반 공무원의 업무와 비교해 의료행위 자체는 필연적으로 사람의 생명 신체 손상에 따른 부작용,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다. 그러나 위험이 현실화됐다고 의사에게 '결과책임'을 지우는 것은 대법원 법리에 맞지 않고 의료행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형사처벌 면책 조항 신설도 검토해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 법 체계상 많은 토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기 전 시범사업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전문가와 충분히 검토한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상균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발표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대장암 발생 특성을 고려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서 시행령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시범사업이 오는 2023년까지 예정돼있다. 시범사업이 끝날 때 사업의 효과성과 경제성, 타당성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심층적으로 평가하겠다. 또 시범사업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수 차례 전문가 의견을 듣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