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균 의정연 연구조정실장, '비대면 진료 문제점' 심층 진단
플랫폼 업체 난립…처방전 위조·중복, 의약품 오남용 부작용 양산
책임소재 법 규정 정비·개인 정보 보안·임상적 유효성 검증 선결과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플랫폼 업체 난립에 따른 의료서비스 시장 혼란은 물론, 처방전 위조 또는 중복 사용, 전문의약품 환자 선택으로 인한 의약품 오남용, 의약품 오배송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7월기준 비대면 플랫폼 업체는 22개가 난립 중이며,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24시간, 휴일 진료까지 내세우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뻔히 예상되는 문제점을 그대로두고 제도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환자에 대한 보건의료 정책은 편리함보다는 안전에 중점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중앙의대 교수·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은 계간 <의료정책포럼>에 '환자 안전 관점에서 바라본 비대면 진료의 문제점' 기고를 통해 비대면 진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성급한 비대면 진료 확대보다는 지금까지 드러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법 개정과 함께 임상적 유효성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제한적인 진단 방법에서 비롯된다.
의사는 환자 진료를 위해 문진·시진·청진·타진·촉진을 하고, 경우에 따라 피검사·조직검사 각종 검사와 CT·MRI 등 영상의학적 접근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는 문진 후 불안정한 수준의 시진만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아무리 웨어러블 기기가 발달해도 의사의 대면진료를 통한 진단보다 정확할 수 없다. 제한된 환경에서 제한된 정보로 인한 잘못된 진단은 고스란히 환자 피해로 이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비대면 진료로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관련 법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원격의료에 대해 대면 진료와 같은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에는 의료기술 외에 정보통신기술 등이 개입하는 상황에서 대면진료와 같은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 비대면 진료에 필요한 기반 시설의 기술적 하자에 따른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또 대면진료에는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에 대해 형사상 면책 특례조건이 있지만, 비대면 진료에는 없다. 비대면 진료의 책임소재 등을 촘촘히 규정하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개인 정보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2020년 8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면서 '가명정보'일 경우 개인의 동의없이 국가, 공공기관, 기업 등이 사용할 수 있고, 제3자에게 제공도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시 이용하는 플랫폼 업체들은 개인의 민감정보를 가명처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문제는 가명 처리 기술과 재식별 기술 모두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명 정보는 익명 정보와 달리 다른 정보들과 결합하면 개개인을 다시 식별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데 있다.
게다가 플랫폼 업체들이 정보를 악용할 경우 환자가 원하는 진료를 받지 못하고 업체가 원하는 병원과 약국을 이용하게 되면서 의료영리화 수단도 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개인 민감정보 유출과 불법 거래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정보보안상 위험에 대해 충분한 대안이 먼저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검증도 거쳐야 한다.
임상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효과가 있는지 보기 위해서는 대면 진료 환자군과 비대면 진료 환자군을 성별, 연령, 질환, 중증도 등을 고려해서 구분한 뒤, 엄격하게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야 한다.
기존에 정부가 진행했던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정교하게 설계되지 못한 실험 설계로 시범사업 결과가 비대면 진료로 인해 도출된 결과라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기에 전에, 반드시 대면 진료와 동등하게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해야 한다.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불법성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플랫폼 업체들의 위법 행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약계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의 ▲마약류, 오남용 우려 의약품 광고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 ▲플랫폼 앱에 남성형 탈모치료제 전문의약품 광고 행위에 대해 잇따라 고발하고 법적 제재를 촉구했다.
문석균 실장은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이후 관련 플랫폼 업체가 난립하면서 과다 경쟁에 따른 폐해로 의료서비스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라며 "전문 의약품을 환자가 선택하게 해 심각한 의약품 오남용을 발생시킬 수 있고, 처방전 위조 또는 중복 사용이나 의약품 오배송의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나 대안이 없다면 환자 건강을 위해서 비대면 진료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특히 "환자에 대한 정책은 편리함보다는 안전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고 성급하게 비대면 진료를 진행할 경우 환자들이 받아야 할 피해와 고통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법 개정 노력과 더불어 비대면 진료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의료계와 소통해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개발이나 의협 주도의 플랫폼 인증제 도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