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누수 주범 '의료공급체계'…"문 케어 아니다"

건보 재정 누수 주범 '의료공급체계'…"문 케어 아니다"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3.01.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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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공급 과잉 원인...실손보험·만성질환 관리 등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필요
김윤 교수 "문 케어로 인한 재정 위기 '거짓'"...정부, 건강보험 종합계획 예고

ⓒ의협신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강훈식·김민석·남인순·강선우·고영인·김원이·서영석·최종윤·최혜영 의원과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3일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의협신문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병상 공급 과잉을 막고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이 밖에 민간의료보험 가입으로 늘어나는 의료 이용의 남용을 막고 지역 내 일차의료기관에서의 만성질환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은 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실체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전략에 관해 발표했다.

특히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지난 5년간 건강보험 재정은 위기를 맞았다'라는 발언을 재조명한 김 교수는 "문 케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위기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16년 문 케어를 시작할 때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20.1조원과 문 케어가 종료된 2022년에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이 20.2조원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며 "이는 적정 수준 이상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을 예측할 때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6년 건강보험료 상한선 8%에 도달한 이후 2040년까지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 것과,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과 진료비 증가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가정하고 계산했다"며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세상에 어느 나라가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인데 보험료를 안올리고 진료비를 그대로 증가하게 두는가"라고 꼬집었다.

보장성 강화와 의료를 과다하게 이용한 사람들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의 위기가 왔다는 주장에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 교수는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초음파와 뇌 MRI 검사 중 남용은 전체의 약 9% 수준이다. 이를 진료비로 환산하면 2000억원 규모"라면서 "전체 진료비 규모가 약 100조원인 상황에서 2000억원을 잘 줄이면 재정위기를 잘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음파와 MRI 남용의 주범이 의료기관의 문제인지 환자의 문제인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등 특정 의료기관에서 남용이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이 남용의 주범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 과다 이용과 관련해서는 "의료 과다 이용자는 늘 있어왔다"며 "보장성 강화로 인해 의료 과다 이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윤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서는 병상 공급 과잉을 막고, 만성질환과 실손보험 관리를 잘하고,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 하는 등 의료공급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는 공급이 수요를 유인한다. 병상이 많으면 비어있는 병상을 채우기 위해 입원 시킨다"면서 "OECD 병상 수와 병상 구조를 갖추면 전체 입원의 약 1/3이 감소하고, 약 11.8조원의 건강보험 입원진료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가 거주지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을 진료할 경우 연평균 23.7%의 진료비 절감, 즉 8.93조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며 "민간의료보험 가입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남용 역시 4.6조원에서 10.1조원까지 이른 만큼 실손보험 관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를 통해서도 5조원 가량 진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김 교수는 의료공급체계의 문제 해결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건정심은 보건복지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돼 의제 설정이 편향적이고,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별도의 사무국을 편성해 자체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국회 추천을 받은 위원들을 포함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김 교수의 발표에 일부 공감하며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 재정 추계를 종합계획을 통해 5년 전망을 하고 있지만, 경제 상황과 정책 변수 등의 상황에 따라 추계들이 다양해져 전망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재정 추계를 조금 더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보장성 강화가 건강보험 재정 위기의 전부'라는 시각은 맞지 않다"며 "오늘 지적한 병상 공급 과잉, 의료전달체계 정립, 만성질환관리, 실손보험 개선 등을 함께 고려해 올해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발표할 때 좋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 토론회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강훈식·김민석·남인순·강선우·고영인·김원이·서영석·최종윤·최혜영 의원과 참여연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 명도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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