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진료비 고지·설명의무 이어 보고의무까지…행정부담 가중"
"상위법서 근거 없음에도 고시 행정예고는 위임입법의 한계 일탈"
환자 성별·생년 등 민감한 개인정보 보고…개인 기본권 침해 우려
대한의사협회가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전부개정(안) 행정예고에 대해 "비급여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보건복지부는 12월 16일 의료법 제45조의2 개정에 따라 비급여 보고제도의 세부적인 사항을 규정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보고 및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전부개정안'은 ▲비급여 진료비용 등 보고 및 공개 업무 위탁기관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규정 ▲비급여진료비용등 보고의 대상이 되는 비급여 항목·범위·내역 규정 ▲보고횟수를 병원급 의료기관은 반기별 1회, 의원급 의료기관은 연 1회로 규정 ▲비급여진료비용등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하는 정보통신망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보고방법 및 절차 규정 ▲수집자료의 활용 방법 등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 처리에 대한 사항 규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협은 비급여 보고의무는 비급여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산하단체 의견을 모아 보건복지부에 전달키로 했다.
의협은 "상위법령인 의료법 제45조의2와 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의3 제1항에는 '의료이용 구분에 관한 내용'을 보고해야 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동 고시 행정예고를 통해 환자의 생년, 성별, 입원, 내원, 퇴원일자, 진료과목 코드 등 '의료이용 구분에 관한 내용'을 보고토록 하고 있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료기관에서는 비급여 진료비용 고지의무, 설명의무 뿐 아니라 보고의무까지 부담하게 됨에 따라, 보고 범위 및 대상은 의료기관의 행정부담 등을 감안해 최소화할 것"도 요구했다.
의협은 "비용효과성이나 재정상의 이유 등으로 급여화하지 못해 자유롭게 환자와 의료기관과의 합의를 통해 시행하는 비급여 항목의 공개 및 보고 내용 확인을 위해 방문확인 하겠다는 것은 상위법령에서도 관련규정이 없는 위임입법 한계를 벗어났을 뿐 아니라, 비급여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현재 비급여 정책과 관련한 의료법 제45조의2 등 위헌확인(2021헌마374, 2021헌마743, 2021헌마1043(병합)) 소송이 진행 중으로 관련 기준 고시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이뤄진 뒤에 진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라북도의사회·부산광역시의사회·서울특별시의사회·경기도의사회, 그리고 대한내과의사회·대한재활의학회·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대한이비인후과학회·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대한정형외과의사회·대한정형외과학회·대한피부과의사회·대한마취통증의학회 등도 이번 행정예고에 대해 강력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한재활의학회와 재활의학과의사회는 "비급여 진료행위는 상대적으로 필수의료가 아닌 진료에 대해 의사-환자간 자율적인 선택에 따른 결정인데, 비급여 보고제도를 통해 의료소비자의 선택권과 의료기관의 자율성이 침해될 가능성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성별, 생년 등의 정보를 포함해 보고하는 것은 환자의 동의 없이 민감한 개인정보가 노출돼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직)산의회는 "개정안은 정부가 사적 계약의 영역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관리 정책을 수립해 철저하게 통제하겠다는 의미"라며 반대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진료 이외의 행정 관련 업무가 너무나 과도한데, 또 하나의 의무를 지움으로써 본의 아니게 범법자를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이미 각종 규제로 인해 일선 의료기관이 힘든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비용 등 보고 및 공개 업무 위탁기관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두 군데로 지정한 것은 양측의 모든 규제와 통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서, 이중 규제 및 이중 기관 규제에 해당한다"며 반대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비급여 정책과 관련한 의료법 제45조의2 등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이 진행중임에도 비급여 고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히고 "환자의 생년, 성별, 입원, 퇴원일자 등을 보고토록 하는 것은 환자의 진료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고, 치료과정 일련의 정보 누설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의료인의 직업윤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거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