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피부과학회, '피부건강의날' 맞아 '옴 퇴치 국민건강사업' 전개
전국 240곳 요양병원 매칭 방문진료, 상담, 온·오프라인 교육 진행
바르는 약제로 완치 가능…'딱지옴' 등 치료 경구치료제 도입 절실
피부과학회 "옴 질환 선제적 예방활동 통해 국민보건·건강 기여"
잊혀졌던 옴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1990년대 0.1%까지 떨어졌던 옴 발병률이 최근 1%대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연평균 4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주된 요인으로는 노인 인구 및 요양기관 증가, 옴 인식 부족 등이 꼽힌다.
고령층 인구가 늘면서 요양기관 이용이 잦아지고 집단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옴에 대한 인식조차 낮아 감염질환인 옴의 발병이 늘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한피부과학회가 대한요양병원협회와 협약을 맺고 전국 14개 지역 240곳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이 사업에는 방문진료, 상담, 감염증 예방과 조기 진단을 위한 의료진·보호자 온·오프라인 교육 등이 포함된다.
국내 옴 진료 현실은 발생 위치(요양병원)와 의료이용기관이 다르며, 옴의 비특이적 증상(가려움증)으로 인한 오진 혹은 진단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또 정확한 진단을 위한 전문 인력 및 검사장비 부재로 환자 절반 정도는 육안소견만으로 진단하는 실정이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경구 투여제(ivermectin)의 경우 긴급도입신청을 거쳐야 하는 등 의료 여건상 최적의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은 극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리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된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제21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6월 8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피부 감염질환인 옴에 대한 특징, 예방법, 치료 관련 내용을 상세히 알리고,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 하는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김유찬 대한피부과학회장은 "스물 한 번째 맞는 피부건강의 날 주제로 옴을 선택한 이유는 가장 가려운 피부질환 중 하나로 취약계층이나 집단생활 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이 많은 노인들에게 쉽게 전염되고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으며, 대부분의 피부 질환은 아무리 노력해도 발생을 막기 어렵지만, 옴은 환자와 의사들이 함께 노력하면 발생을 현저히 줄여 퇴치 수준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피부과 전문의들이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요양병원을 직접 방문해 환자를 치료하고, 의료진과 보호자 대상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 옴퇴치국민건강사업 홈페이지를 통해 각종 옴 관련 정보와 유튜브 영상, 카드뉴스 등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피부과학회는 옴이 사라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창근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은 "옴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근절돼야 할 심각한 피부질환으로 최근 노인층 발병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노년층은 기저질환, 면역·기능 저하 등으로 인해 피부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요양병원 등 집단생활로 인한 감염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요양병원이나 노인시설에서는 기저질환만큼 피부 건강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면서 "옴 퇴치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모두가 함께하는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의료기관, 시민사회단체, 개인 등 모두가 한 팀이 돼 옴을 근절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대한피부과의사회도 피부과학회와 함께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에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정기현 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피부과)는 먼저 옴 질환에 대해 설명했다.
옴은 최근들어 해마다 4만명 이상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국민 발병률은 줄고 있으나 요양시설 증가와 옴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집단발생은 증가하는 추세다.
정기현 교수는 "옴은 감염성 피부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기생충 감염질환이다. 주로 옴 진드기에 감염된 사람과 피부를 통해 감염되며, 옷이나 침구류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면서 "손가락 사이 등 피부 접합 부위에 심한 가려움증이나 붉은 발진, 결절, 수포 등이 발생하면 즉시 피부과를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옴은 바르는 약제로 완치 가능하다. 취침 전에 목에서 발끝까지 전신에 연고제를 바른 후 다음날 아침 약을 씻어내면 된다. 주의할 것은 환자의 가족들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치료 약제로는 5% 퍼메트린 연고(전문의약품)이 대표적이며, 10% 크로타미톤 연고(일반의약품), 경구 이버멕틴(ivermectin·희귀의약품) 등이 있다.
이양원 피부과학회 홍보이사(건국대병원 피부과)는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의 배경과 실행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양원 홍보이사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연령별 옴 환자 수는 감소세에 있으나 2021년 기준 80세 이상의 환자를 중심으로 한 고령층 환자 발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기관별로는 의원급에서 발생하는 환자가 전체 환자 중 약 80%를 차지했다. 이는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환자가 주로 발생하며, 코로나 방역관리 단계 완화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옴 환자와 주변인(가족, 간병인, 의료인 등)에게 전파된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국내 요양병원의 옴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요양병원 110개에서 5년 내 옴 발생 보고 비율이 높고, 80세 이상, 여성 환자들이 주로 옴에 감염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옴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조했다.
장성은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피부과)는 옴퇴치 국민건강사업의 구체적인 세부 내용을 알렸다.
장성은 교수는 "피부과학회에서는 '옴퇴치 국민건강사업' 홈페이지를 별도를 만들어 각종 교육과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옴 질환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주요 정보는 카드뉴스 제작과 리플렛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면서 "대한요양병원협회에 협약을 맺고 방문진료, 교육,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70여분이 자원해 전국 요양병원 240곳과 매칭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방문진료, 비대면상담, 온·오프라인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도포제로 치료가 안 되거나, 감염성이 높은 딱지옴(노르웨이옴) 치료를 위한 경구용 치료제 도입을 위한 협의도 이어가고 있다. 경구치료제 도입은 너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박진 전북의대 교수(전북대병원 피부과)는 '옴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임상진료지침'에 대해 발표했다.
박진 교수는 "근거중심, 전문가 합의 및 외부 검증을 통해 한국인을 위한 옴 표준 임상진료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는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옴 진단, 치료, 예방, 관리 전반에 관한 최신지견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으며, 국내 옴 역할 특징 및 의료환경에 적합한 진단 및 치료,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또 임상현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간단하고 명료한 알고리즘을 제안했다"면서 "신뢰할 만한 실용적인 지침서로 널리 활용돼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진료지침은 대한피부과학회 학술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