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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으로 병원 개설 비의료인 "탈법 인정돼야 처벌"

의료법인으로 병원 개설 비의료인 "탈법 인정돼야 처벌"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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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의료법인, 탈법적 수단 악용 시 '적법 가장사실' 인정돼야"
비의료인 병원 운영을 주도했는지 여부만으로 의료법 위반죄 못 물어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법인 이사장이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을 가장하고, 의료법인을 주도적으로 운영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법위반죄를 물어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존에는 비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했는지 여부(기존 주도성 법리)를 기준으로 죄를 판단했는데,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해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했다는 사정도 인정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월 17일 원심에서 의료법위반죄(의료기관 개설 위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은 C의료법인 B이사장이 제기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피고인(B이사장)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비의료인)에 해당해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음에도 2009년 2월 경 형식적으로 이 사건 의료법인의 설립허가를 받았다.

이후 그 법인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이 사건 의료기관의 개설 신고를 하고, 의사 등을 직접 고용해 그들로 하여금 다수의 환자들을 상대로 진료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인 것처럼 가장한 채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위반해 재판을 받았다.(의료법위반)

1심 재판에서 B이사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의료법인을 개설했고, 의료법인의 운영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이사회에서 결정했으며, 의료법인의 운영으로 개인적인 이득을 취득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의료법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등 의료법인을 사유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요양병원은 실질적인 의료법인을 개설해 운영했으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정당하게 요양급여를 지급받았기 때문에 요양급여를 편취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는 징역 2년 6월형, 2심 재판부(대구고등법원)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했다.

1·2심 재판부는 의료인 개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해 개설·운영된 것인지에 관한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도2629 판결 등 법리(기존 주도성 법리)에 기초해 유죄로 판단했다.

1·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의료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때 일부 재산출연을 가장했고, 피고인이 이사장 지위에서 과다한 급여를 지급받고, 자신의 배우자 등 임직원들에게도 과다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이 사건 의료법인을 운영했으며, 이 사건 의료법인의 이사나 감사가 정상적으로 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판결에도 불복한 B이사장은 의료법인을 개인의 이익추구를 위해 운영하지 않고, 의료법인 설립조건을 해할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는 '기존 주도성 법리'를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에 관해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즉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의료기관에 관여한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격 위반이 된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에 자금을 출연하거나 의료법인의 이사 등 임원의 지위에서 의료기관 개설·운영에 관여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 기존 주도성 법리를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해 개설·운영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비의료인에게 허용된 행위와 허용되지 않은 행위의 경계가 불분하게 되어 죄형법정주의 원칙, 특히 명확성의 원칙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비의료인에 의해 개설·운영됐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기본으로 하여,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해 적법한 의료기관 개설·운영으로 가장했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탈법적 수단과 관련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뤄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사정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의 공공성·비영리성을 일탈했다는 사정 중 하나에 해당되면 인정될 수 있다는 것.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B이사장이 이 사건 의료기관 개설·운영과 관련된 사항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했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B이사장이 실체를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을 악용했다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공공성·비영리성을 일탈했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심리·판단이 필요하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일부 단편적인 사정만을 근거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의료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시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 개설·운영과 관련해 수범자인 비의료인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비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의 운영 수익을 부당하게 유출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재산이 출연되지 않아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을 위해 악용하거나 의료법인의 공공성·비영리성을 일탈하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되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경우 개설자격을 위반해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평가돼 처벌대상이 된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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