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성토 여파, 부산 넘어 응급·소청과까지? 의료·지원 업무 차질
고성·모욕·폭언부터 연락처·주소 요구 "공포에 떠는 직원은 무슨 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 이후 의료계가 때아닌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의사회 사무실로 전화가 쏟아지면서 회원들을 지원하는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응대 직원들이 폭언에 지쳐 '이젠 무섭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2일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대표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이송된 후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돼 수술을 받았다.
부산광역시의사회와 부산대병원이 즉시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을 필두로 전국 시도의사회와 의료계 단체에서 연일 성명이 쏟아졌다. 지역의료 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지역의료와 지역·응급의료체계를 무시했다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의료전달체계와 응급이송체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업무 마비로 돌아왔다.
부산광역시의사회 관계자는 "사무처로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 업무가 마비됐었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은 걸려 온다"며 "부산 119와 부산대병원도 이재명 대표 이송 관련 항의 전화가 계속 걸려 와 골머리를 앓았다"고 전했다.
항의는 응급의료계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차례 목소리를 냈던 이경원 연세의대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가 표적이 됐다. 이경원 교수는 "근무하는 병원은 물론,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대한응급의학회 사무실로도 매일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며 "고성을 지르기도 하고,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경원 교수는 정치적인 시각이나 비난을 최대한 배제하고 지역응급의료체계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음에도, 매일 걸려 오는 전화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표·천준호 의원·정청래 의원을 고발한 이후로 '전화 폭탄'을 맞고 있다.
소청과의사회 관계자는 "항의 전화 탓에 전국 소청과의사회원들과 관련한 업무에 지장이 상당하다"며 "연관된 사건 자체가 큰일인 데다 모욕과 폭언이 있다 보니 직원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또 "어느 날은 '좋은 것'을 보내주겠다며 혹은 직접 찾아가겠다며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 왔는데, 전화를 받은 여성 직원분이 많이 무섭다고 호소하셨다"며 "현재는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 나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이번 사건 이전에도 항의 전화는 물론 아예 사무실까지 찾아와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도 있었다. 낯설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나 전문가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