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부 의대정원 증원 받고 지역의사제·지역의대 신설 약속
의료계 "총선 때 의사 표 받지 않겠다는 것"…총선 심판 여론 형성
의사 10명 중 8명, "의대정원 증원 총선 표심 영향 줄 것"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약 60여일 남겨두고 정부여당이 대표적인 보수 정당 지지 직역인 의료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의사들의 표심을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 내에서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규모 발표와 여당의 지역의대 설립 공약을 두고 4월 선거에서 투표로 심판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6일 오후 예정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직후 의대증원 규모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대통령이 의대정원 증원에 의지를 다시한번 보이면서 국민의힘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보건의료 기조의 방향성을 급선회했다. 지역의사제법과 의대설립법이 대표적.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지역의사제법안과 공공의대설립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를 강하게 규탄하며 반발했다.
특히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입법 쇼를 벌여 환심을 사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진행한 민생토론회에서 의료개혁을 강조하고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다시한번 공식화하자, 국민의힘은 이에 발맞추듯 변화된 의료 정책에 대한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민생토론회 직후 총선 5호 공약을 통해 그동안 반대입장을 견지해온 지역의사제 추진을 지역 의료격차해소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의대정원 증원 규모 확정 후 의료 인프라 취약 지역의 의대를 신설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정부의 의료개혁에 의료계의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5일 "2035년 기준 약 1만 5000여 명가량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정부의 의료 개혁에 대해 의료계는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강경 기조만을 보이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볼모로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을 명심해야한다. 이번만큼은 의료개혁을 위한 의료계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표적인 보수정당 지지 직역인 의사들의 표를 버리겠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추진과 국민의힘의 지역의사제, 지역의대신설 등 공약을 두고 의료계는 4월 총선 투표를 통해 심판하겠다는 분위기도 형성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일부 의사들은 정부여당의 의료정책을 두고 대표적으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의사들의 표를 이번 선거에서 받지 않겠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근거와 논리성이 없는 이번 의료정책을 막기위해서는 최종 의사결정자를 약화시키는 방법 밖에 없지 않냐는 여론이 있다. 정치가 의료를 삼킨 상황에서 의료가 살기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액션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의료정책은 4월 총선 투표에서 의사들의 선택이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의사협회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2월 1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대 증원 이슈가 올해 총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 85.5%였다.
응답자의 79.0%가 평소 지지하는 정당을 '국민의힘'이라고 밝힌만큼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의사들의 지지 경향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연령별 분석 결과, 39세 이하 의사는 무려 93.1%가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매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도 84.6%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40∼49세의 경우 88%가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매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69.6%로 거의 10명 중 7명이 택했다.